“이정수 파문, ‘나눠먹기 강압’ 추정”

입력 2010.04.08 (10:23)

수정 2010.04.08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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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대표선발전은 "상호 협의"..사실상 승부조작

밴쿠버동계올림픽 쇼트트랙 2관왕 이정수(21.단국대)가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전에 출전하지 않은 것은 발목 부상 때문이 아니라 코칭스태프의 강압에 따른 것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대한체육회(KOC)는 8일 "대한빙상경기연맹에 대한 감사를 실시한 결과 이정수가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전에 출전하지 못한 것은 전재목 코치의 강압적인 지시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공식 발표했다.

또한 체육회는 이번 감사에서 지난 해 4월 국가대표 선발전 당시 개인코치와 소속 코치, 선수 몇명이 모여 "함께 국가대표로 선발돼 국제대회에서 모두 메달을 딸 수 있도록 하자"고 협의한 사실도 확인함에 따라 쇼트트랙의 뿌리깊은 '나눠먹기' 관행이 처음 확인되며 심각한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체육회에 따르면 발목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던 이정수와 김성일(단국대)은 "전재목 코치의 강압적인 지시에 따라 불러주는 대로 불출전 사유서를 작성했다"고 진술했다.

특히 이정수는 "개인전 불참 강압은 전재목 코치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윗선의 개입이 있었을 것"이라고 밝혀 연맹 고위 관계자들도 얽혀 있음을 시사했다.

반면 전재목 코치는 "선수들이 자의적으로 불출전을 결정했고, 다만 선수들이 사유서 작성 방법을 몰라 문안만 불러주었다"고 주장했다.

양쪽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지만 체육회는 "전 코치가 `선발전 당시 협의사항'을 근거로 직접 지도한 곽윤기(연세대)의 메달 획득을 위해 이정수와 김성일에게 (불출전 자술서를 쓰도록) 강압적인 지시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결론을 내렸다.

`선발전 당시 협의사항'이란 2009-2010 대표 선발전이 열렸던 2009년 4월 당시 3,000m 슈퍼파이널 경기 직전 일부 코치와 선수들이 모여 함께 국가대표로 뽑혀 국제대회에서 모두 메달을 딸 수 있도록 협의한 사실이다.

이런 협의는 사실상 파벌간 담합으로 대표선발전은 물론 국제대회에서도 승부 조작을 벌인 것으로 추정돼 적지 않은 후폭풍이 일 것으로 보이다.

체육회는 특정감사 결과 일부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빙상경기연맹에 강력한 처분을 요구했다.

우선 ▲대표 선발전 비디오 판독 및 관계자 조사를 통해 모의 여부 규명 및 관련자 처벌 ▲세계선수권대회 불출전 강압 여부 조사 및 조사 불가 시 연맹 명의로 1개월 이내 형사 고발 조치 ▲대표 선발 개선 등을 포함한 재발 방지대책 수립 ▲외부의 부당한 강압에 대해 강력 대응 등 4가지 처분을 내렸다.

이런 처분 내용은 박용성 체육회장이 박성인 빙상연맹 회장을 직접 만나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 박용성 회장은 "이 기회에 쇼트트랙의 뿌리깊은 파벌을 일소해 줄 것을 당부했다"고 체육회 관계자는 전했다.

또한 체육회는 빙상연맹의 조사를 토대로 재감사할 의지도 보였다.

이 관계자는 "이정수가 이번 감사에서는 해당 코치와 대면 조사를 꺼려했지만 4월23일로 예정된 대표선발전이 끝나면 응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며 "쇼트트랙 대표선발전이 끝나고 빙상연맹 조사 결과가 나오면 파벌 및 외압 문제를 재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체육회 감사 결과에 따라 빙상연맹의 재조사 및 형사 고발마저 불가피해 짐에 따라 쇼트트랙 파문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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