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m 10초2대 진입…갈길은 첩첩산중

입력 2010.06.07 (15:16)

한국 육상이 남자 100m에서 31년 만에 10초34의 벽을 허물고 10초2대에 진입했지만 여전히 세계와 기량 차는 현격하다.

서말구(55.해군사관학교 교수)가 동아대 재학시절인 1979년 멕시코 하계유니버시아드에서 한국기록(10초34)을 수립했을 당시 세계기록은 짐 하인스가 1968년 세운 9초95였다.

과학이 발달하고 우수한 스프린터가 1980년대부터 쏟아져 나오면서 세계기록은 비약적인 단축을 거듭, 지난해 베를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사인 볼트(24.자메이카)가 9초58까지 줄여놨다.

41년 사이 0.37초가 단축됐고 인간 한계 논쟁은 9초4대까지 접어든 상태다.

김국영이 7일 제64회 전국육상경기선수권대회 예선에서 10초31을 찍어 한국신기록을 작성했고 또 준결승에서 10초23까지 줄였으나 세계기록과 격차는 0.65초나 난다.

2007년 사무엘 프란시스(카타르)가 세운 아시아기록(9초99)과는 0.24초, 이토 고지가 1998년 쓴 일본 기록(10초00)과도 0.23초 차다.

일본 고등학생들이 10초1~2대를 뛰는 것을 볼 때도 아직은 부족한 면이 많다. 10초대 초반 기록 선수를 많이 보유한 일본은 2008 베이징올림픽 남자 400m 계주에서 동메달을 따내는 등 아시아에서 단거리 강국으로 자리를 잡았다.

세계와 수준 차이는 적지 않지만 김국영과 이날 각각 10초32와 10초33을 찍은 임희남(26.광주광역시청)과 여호수아(23.인천시청)의 상승세는 11월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내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육상의 선전을 기대하게 할 만큼 희망적이었다.

이들은 올해 10초4대 기록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꾸준히 작성하며 신기록 수립 가능성을 부풀렸고 챔피언전 성격의 육상선수권대회에서 마침내 한국 육상의 해묵은 갈증을 풀어줬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비단 100m에 국한하지 않고 남녀 47개에 달하는 전 종목에 큰 파급 효과를 안길 것으로 예상된다.

오동진 대한육상경기연맹 회장은 침체에 빠진 한국 육상이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려면 상징성이 큰 100m에서 신기록이 나와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고 큰 책임을 어깨에 짊어진 장재근 연맹 트랙기술위원장은 선수들을 독려해 "6월에 꼭 깨겠다"던 약속을 지켰다.

단거리를 집중적으로 연구한 체육과학연구원 성봉주 박사는 "임희남과 여호수아, 김국영, 전덕형(26.경찰대)이 이루는 4인의 치열한 경쟁이 신기록을 낳았다. 거대한 벽처럼 느껴졌던 100m 한국기록이 새로 작성되면서 다른 종목도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국영을 키워냈고 1998년에는 베트남 호치민 대회에서 비공인 기록인 10초30을 찍기도 했던 강태석(35) 안양시청 감독도 "지금처럼 단거리에서 경쟁이 치열했던 적이 없었다. 당시에는 한국기록을 세워도 고작 30만원을 받았지만 지금은 기록을 세울수록 거액의 포상금이 쏟아진다. 선수들의 의욕도 넘친다"며 기록 향상을 위한 노력이 각 종목으로 뻗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