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 바로서면 ‘한국 육상 성장’

입력 2010.06.07 (17:01)

"이제 육상인들이 미몽에서 깨어났을 겁니다. 지도자가 바로 서면 한국 육상이 더 업그레이드될 수 있습니다."



오동진(62) 대한육상경기연맹 회장은 남자 육상 100m에서 31년 만에 한국기록이 0.11초 줄어 10초23이라는 새 기록이 수립된 7일, 육상인들과 기쁨을 함께 나누면서도 '이제 시작'이라는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대구스타디움에서 육상인들과 한국판 총알 레이스를 관전한 오 회장은 "생각지도 못했던 100m에서 한국기록이 나와 육상인들도 이제 꿈에서 깨어난 기분일 것이다. 31년간 해묵은 기록을 '이제는 깨야 하지 않겠나'하는 생각에서 선수와 지도자가 가진 열정을 하나로 녹여 큰일을 해냈다"고 평했다.



지난 2월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에서 한국 남매들이 잇달아 금메달을 따내는 것을 보고 여러 생각을 했다던 오 회장은 "아마도 동계올림픽부터 여러 대회를 거치면서 육상에서도 '뭔가 우리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 같다. 그런 분위기가 오늘까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오 회장은 "'세계기록과는 여전히 수준 차이가 현격하지만 오래 묵은 한국기록 정도는 충분히 깰 수 있지 않겠느냐'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선수들의 정신력이 강해지면서 100m 기록이 0.11초 단축으로 이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북미총괄사장을 지내고 지난해 1월 제22대 연맹 회장으로 취임한 오 회장은 지난해 8월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육상의 참패를 목격하고 대대적인 수술을 진두지휘했다.



특히 '패배의식에 찌든 지도자의 의식부터 바꾸겠다'고 선언, 작년 말부터 지도자의 수준을 국제표준에 맞춰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



오 회장은 "선수를 과학적으로 분석할 줄 아는 게 '실력'이라면 선수를 육성하고 크게 성장시킬 수 있는 게 바로 지도자의 역량이다. 프레젠테이션 등을 제대로 할 줄 아는 국내 지도자가 거의 전무한 상황에서 내가 일부러 육상 지도자들이 스스로 발전할 수 있도록 자존심을 건드렸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이어 "이들이 현실을 인정하면 문제점을 보완하고 도와줄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책을 마련 중이다. 지도자가 바로 서면 선수들은 자연스럽게 성장할 수 있다. 우리에겐 빙상처럼 '미친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리더의 자질에 따라 성적이 좌우된다고 강조했다.



오 회장은 "단거리 대표팀에서 31년 만에 한국신기록이라는 성과를 냈는데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선수들이 더 높이 도약할 수 있도록 필요하다면 전문 외국인 코치를 영입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편 오 회장은 이날 신기록을 세운 김국영(19.안양시청) 등 선수들이 인사를 오자 "아직도 한국 육상은 가야 할 길이 멀다. 더 담금질해서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노력하라. 내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단상에 설 수 있도록 열심히 훈련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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