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값 안정, 단기 수급 대책만으론 ‘부족’

입력 2010.10.01 (10:23)

수정 2010.10.01 (19:21)

농림수산식품부가 1일 내놓은 `김장철 배추 등 채소류 가격 안정 대책'은 폭등세를 보이고 있는 배추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 한시적으로 공급량을 늘리겠다는 게 골자다.

이에 따라 중국산 배추와 무가 150t가량 수입되는데 이어 수급상황을 고려해 추가 수입도 이뤄질 전망이다. 특히 수입산 배추.무 가격을 낮추기 위해 이들 품목에 대한 수입관세를 한시적으로 없애기로 했다.

하지만 일시적으로 공급을 늘려 불을 끄겠다는 이번 대책은 일회성으로는 효과가 있을 수 있으나 기후변화에 따른 작황 불안, 중간상인의 폭리 등 유통과정상의 문제를 치유할 중.장기 대책이 빠져 있어 언제든지 가격급등이 재발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공급늘려 급한 불 끈다

우선 10월중 중국에서 배추 100t, 무 50t을 긴급 도입하고, 국내 수급상황을 고려해 추가 수입을 준비하기로 했다. 배추값이 폭등했던 2007년(8∼12월) 수입량이 2천59t에 달한 적이 있지만 평소 연간 배추 수입량이 100∼200t가량인 점을 감안한다면 적지는 않은 물량이다.

특히 현재 배추는 27%, 무는 30%씩 물리는 수입관세를 한시적으로 없애 수입물량의 국내 공급가를 크게 낮출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롯데마트에서 중국산 배추 5만포기를 10월 초순 도입해 포기당 2천∼3천원에 판매할 예정"이라며 "다른 수입업체도 중국 물량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평소 1∼4월께 출하되는 계약재배 월동배추의 조기 출하도 추진된다. 계약재배 물량은 2010년 배추는 19만t, 무는 5만t 규모로 조기 출하만 성사되면 5만∼6만t 수준에 달하는 가을배추 수요를 대체할 수 있다는게 농식품부의 판단이다.

배추외에 김장철 수요가 큰 마늘과 고추의 저율관세할당(TRQ) 물량 조기 도입도 추진된다. 우선 배추는 민간업자의 수입업무를 농수산물유통공사가 대행하거나 공사가 직접 수입전선에 나서기로 했다.

마늘은 TRQ 물량(1만4천467t) 가운데 잔량(2천263t)을 10월까지 도입해 김장철에 공급하고, TRQ 물량을 1만2천t가량 더 늘리기로 했다. 고추는 계약재배 물량 1만5천t과 TRQ 물량(7천185t)을 11월에 동시에 풀기로 했다.

또 가을배추 영양제 보급 및 재배기술 지도를 통해 5만∼10만t의 생산증대를 유도하되 영양제 비용에 대해선 정부가 80% 정도 보조해줄 방침이다.

생산.소비자단체와 공동으로 `김장 2번 담그기' 운동을 벌여 수요 분산을 유도하고, 전국 주요도시에 범정부 차원의 김장시장을 열어 싼 가격에 배추를 공급하기로 했다.

◇`정부의 가격하향세 전망'.."글쎄"

농식품부는 배추값 폭등에 대해 "잦은 이상기온으로 재배면적이 감소하고 발육 불량 등으로 인해 생산량이 30∼40%가량 줄었기 때문"이라며 "공급부족은 10월 중순까지 이어질 전망이나 이후에는 준고랭지 2기작 출하량, 얼갈이배추 등으로 인해 하향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농식품부는 "김장철인 10월 하순에 출하되는 무.배추의 생산량이 평년보다 배추는 18만t, 무는 9만7천t가량 감소할 전망"이라며 "이에 따라 11월 배추값은 포기당 2천원대(평년 1천240원), 무는 1천500원대(평년 740원)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재 배추값이 포기당 1만원을 넘는 경우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전망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농산물 가운데 배추 등 엽채류는 가격 탄력성이 없어 수급 불균형이 생기면 가격이 폭등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정부가 철저한 수급관리를 하지 못하는 한 폭등세를 진정시킬 수 없을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이와 관련, 농식품부는 일각에서 제기된 `4대강 사업과 채소값 폭등' 문제에 대해 "현재 소비되는 무.배추는 강원, 경북 등 고랭지에서 생산된 것으로 4대강 지역과 무관하다"면서 "2009년 7월 기준으로 4대강 유역 둔치내 채소 재배면적은 3천662ha로 2009년 전체 채소 재배면적(26만2천995ha)의 1.4%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기후변화.유통개혁 등 근본대책 나와야

농식품부는 이번 대책에서 시설재배.계약재배 면적 확대, 산지.소비지 저온저장시설 확충, 물류 전문화, 유통단계 축소를 통한 직거래 확대 등의 중장기 수급안정 대책을 12월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12월은 김장철이 이미 지난 때인데다 어차피 이번 배추값 폭등세와는 무관한 `사후약방문'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통상 배추는 수확에 2∼3개월 걸린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현재 유통되는 상당량의 배추는 수개월전 이미 `밭떼기' 등을 통해 사재기해뒀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농식품부의 주장대로 올해 수확량이 불가피하게 줄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평소보다 적게는 3배, 많게는 5∼6배씩 가격이 오르는 이유가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YMCA는 논평을 내고 "농산물 유통구조 개혁이 우리사회의 중요한 의제로 다뤄지긴 했지만 한 번도 `제도의 문제'로 근본적으로 논의된 적이 없다"고 비판하고 "정부는 우선 농산물 유통과정 전반에 걸쳐 유통업자의 폭리나 농간에 대해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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