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중학생, ‘정신건강선별검사‘ 도움도 못 받아

입력 2011.12.28 (17:41)

초ㆍ중ㆍ고등학생들의 정신건강을 점검하는 '자살예방 매뉴얼'이 올해부터 시행됐지만 자살한 대구의 중학생 A군은 검사대상조차 되지 못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제도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은 지난 2월 `자살예방 매뉴얼'을 전국에서 처음으로 개발해 전국 시ㆍ도교육청에 보급했다.

하지만 1년이 채 안돼 관할 중학교에서 전 국민의 분노를 산 학생 자살사건이 발생하면서 시교육청의 취지가 무색하게 됐다.

실제로 각급 학교에서 매뉴얼에 따른 자살예방 노력이 이루어졌다는 기간에 A군은 아무런 도움의 손길을 받지 못한 채 극단의 선택을 하는 막다른 길로 내몰리고 있었다.

시교육청이 교직원 연수 등을 통해 전국에 보급했다는 이 매뉴얼대로라면 A군이 처한 상황이 조기에 발견돼 위기관리를 위한 구체적인 대응이 이뤄져야 했지만 결과적으로 이 매뉴얼은 무용지물이었다.

까닭은 매뉴얼이 갖고 있는 허점 때문이었다.

시교육청은 교육과학기술부의 정책연구사업으로 경북대 김희숙 교수팀에 연구용역을 의뢰해 지난 2월 개발을 완료한 자살예방 매뉴얼을 1학기부터 교육현장에 적용했다.

시교육청은 이 매뉴얼이 학생들의 정서상태를 체계적으로 파악해 자살을 예방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제작됐다고 확신했지만 여기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다.

매뉴얼에 따른 정신건강 선별검사(정서행동발달 선별검사)의 대상은 초등학교 1ㆍ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등으로, 취학 후 3년마다 검사가 진행된다.

시교육청은 3월부터 해당 학년에 대해 모든 학교(430개교)에서 선별검사를 하도록 했지만 A군이 포함된 2학년은 대상에서 빠져 있었다.

매뉴얼에 따르면 A군은 2년뒤 고교진학 후에야 조사대상에 포함될 수 있었던 것이다.

올해 선별검사를 받은 학생들도 앞으로 3년간은 집단 따돌림, 우울증 등에 의한 자살 충동이 생긴다 하더라도 매뉴얼상으로는 보호를 받을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당장 1학년 때 아무런 문제가 없던 A군이 2학년이 되고 나서 괴롭힘의 대상이 된 사례에서 보더라도 검사기간에 3년의 간격을 둔 것이, A군을 매뉴얼에 의한 보호의 사각지대에 처하게 하는 요인이 됐다.

또 매뉴얼상 학부모가 반대하는 자녀에 대해서는 선별검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10% 정도의 학생들이 검사대상에서 제외되는 맹점도 지적되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타 지역 교육청이 일부 학교에서만 검사를 한 것과 달리 대구는 전수조사를 했지만 검사대상이 제한돼 해당 학생이 빠졌다"면서 "사회적 인프라, 예산 등의 문제를 고려해 매뉴얼을 만들었지만 내년부터 모든 학생에 대해 검사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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