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밝힌 ‘디도스 사건’ 전말

입력 2012.01.06 (19:11)

최구식 의원 전 비서 공모(28)씨는 고교 선배인 국회의장실 전 수행비서 김모(31)씨의 추천으로 2007년부터 최 의원의 지역 운전기사로 핸들을 잡고 있었다.

2010년 9월 서울로 올라온 공씨는 지난해 8월 중학교 동창이자 도박사이트 운영업체 K사의 감사로 있는 친구 차모(28)씨를 통해 K사 대표 강모(26)씨를 만난다.

강씨는 초등학교 2년 선배인 공씨가 국회의원 밑에서 일하는 걸 보고는 온라인 카지노 합법화 문제 등에 도움을 받을 수 있으려니 생각하고 친분을 쌓는다. 공씨를 통해 김씨도 자연스레 강씨를 알게 된다.

◇"디도스 공격할 수 있어요" = 그로부터 두 달 뒤인 작년 10월 초중순. 공씨는 우연히 "경쟁 도박사이트를 디도스 공격으로 무력화할수 있다"는 강씨의 자랑을 듣게 된다.

당시는 서울시장 재보선을 코앞에 둔 시점. 투표율이 당락의 주요 변수로 부상한 시기였다.

공씨는 선거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장애를 일으켜 투표소 검색을 방해하기로 김씨와 모의한다.

사람들이 투표소를 제대로 찾지 못하면 투표율이 떨어질테고, 이렇게 되면 한나라당 후보가 선거에서 승리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무모하고 막연한' 기대를 한 것이 화근이었다.

공씨는 차씨를 통해 강씨에게 선관위 홈페이지 공격 가능성을 타진했고 강씨는 이 제안을 순순히 받아들인다.

평소 경쟁 사이트를 해킹하기 위해 디도스 공격 프로그램도 깔아놨고, 공격에 쓸 좀비 PC도 500대나 보유하고 있어 따로 큰 비용이 들진 않는 일이었다.

◇이리저리 송금된 1천만원 = 범행 전인 10월20일, 김씨는 아파트 전세 계약금 중 1천만원을 공씨에게 범행 자금으로 송금한다. 예금통장 기록란에는 '차용증'이라고 써뒀다.

공씨는 범행이 성공한 뒤 강씨에게 줄 요량으로 이 돈을 자기 계좌에 넣어뒀다.

범행 전날인 10월25일 밤 9시5분께, 공씨는 디도스 공격이 가능한지 물어보기 위해 필리핀으로 출국한 강씨에게 전화했지만 강씨와 연결이 되지 않았다.

연결이 안되자 일단 공씨와 차씨는 각자 주거지에서 선관위 홈페이지에 접속해 상황을 체크했다. 접속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확인한 공씨는 밤 10시께 강남 B룸살롱으로 가 김씨와 술자리에 합류한다.

1시간40분 뒤 부재중 전화가 찍힌 걸 본 강씨가 공씨에게 전화하고 이에 공씨는 디도스 공격을 준비하라고 시킨다. 강씨는 곧바로 서울에 있는 직원 김모(27)씨에게 공격 준비를 알리는 전화를 넣었다.

재보선 당일인 10월26일로 넘어가는 시간, 공씨는 강씨와 4차례 통화를 하며 준비상황을 점검하고, 술자리에 함께 있는 김씨를 따로 불러 상황을 설명했다.

◇심야의 테스트 공격 = 26일 새벽 1시1분∼1시43분, K사 직원이 선관위 홈페이지에 대한 테스트 공격에 성공한다. 곧바로 박원순 후보 홈페이지도 테스트 공격을 했다.

강씨로부터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는 소식을 들은 공씨는 김씨에게 공격 성공 사실을 알리고는 투표 개시 시각에 맞춰 본 공격을 감행하기로 마음먹는다.

투표 시작을 몇 분 앞둔 오전 5시53분, K사 직원은 '떨리는 마음으로' 컴퓨터 엔터키를 눌러 디도스 공격 프로그램을 실행했다. 두 홈페이지는 디도스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마비된 홈페이지 = 오전 7시39분, 공씨는 김씨에게 전화로 공격 상황을 보고했다. 그때부터 3시간가량 둘은 14차례나 통화하며 공격을 계속할지 논의했다. 선관위 홈페이지가 디도스 공격으로 한때 마비됐다는 소식이 쫙 퍼지자 사태가 심각해졌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낮 12시20분, 결국 공씨는 강씨에게 공격을 중단하라고 부탁한다.

선거 닷새 뒤, 공씨는 김씨에게서 받은 1천만원을 K사 직원 강모(25)씨 계좌를 통해 강씨에게 송금한다. 어쨌든 공격은 성공했으니 대가를 지불해야 했던 것.

강씨는 이 돈을 직원들 월급으로 썼다.

검찰은 강씨의 개인 계좌와 K사 법인계좌에 급여로 지급할 충분한 돈이 있었던 만큼 1천만원이 대가성 자금이라고 판단했다.

검찰 관계자는 "공씨와 김씨는 범행 공모를 여전히 부인하지만 여러 정황상 사전 모의한 것으로 보인다"며 "18대 국회가 종료되면 거취가 불분명해지기 때문에 안정적인 자리를 얻기 위해 무모하게 공적을 세우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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