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대선이 남긴 과제

입력 2012.12.24 (06:49)

수정 2012.12.24 (10:52)

제 18대 대통령으로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됐습니다.

<녹취>"민생 대통령, 약속 대통령, 대통합 대통령. 그 약속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최초의 '여성' 대통령,

최초의 과반 득표율 대통령으로34년만에 청와대에 귀환하는 소회에는국민 통합의 의지가 가장 먼저 담겼습니다.

<녹취> 박근혜 당선인(당선사, 20일) : "지난 반세기동안 극한 분열과 갈등을 빚어왔던 역사의 고리를 화해와 대탕평책으로 끊도록 하겠습니다."

최초의 보수-진보 1:1 양자 대결 구도,치열했던 접전에서,진보 진영 후보는 고배를 마셨습니다.

<녹취> 문재인(민주통합당 대선후보) : "패배를 인정합니다. 하지만 저의 실패이지, 새 정치를 바라는 모든 분들의 실패가 아닙니다."

2012년 대선의 두 후보는이처럼 끝까지통합과 새 정치, 경제 민주화라는 시대적 과제에 공감했습니다.

올해 대선을 정초선거라고부르는 전문가들이 많았습니다.

이번 선거를 통해지난 1987년 체제, 지역과 이념 대결 구도가 극복되고, 새로운 정치의 시대가열릴 것이란 얘깁니다.

2012년 12월 19일은과연 그런 날이 되었을까요?

이번 대선의 의미와남은 과제를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아침부터 길게 늘어선 줄,영하 10도 언저리의 강추위에도 소중한 주권 행사를 위한 투표 열기가 뜨겁습니다.

투표율 75.8%.

17대 16대 대선의 투표율을 훌쩍 넘어선, 2000년대 선거 최고 투표율입니다.

지난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치러진6번의 대선 가운데, 처음으로 이뤄진 보수-진보 후보간 1 대 1 대결 구도,양 진영이 광범위하고 견고한 결집을 이루면서, 투표율이 크게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그렇다면 시민들 역시 보수-진보간 차이를 기준으로 후보를 선택했을까요?

<인터뷰> "공약을 진짜로 실천하실 수있을 것 같아서"

<인터뷰> "현실적으로 공약을 잘 지키실 수 있을 것 같아서"

<인터뷰> "준비된 자세가 믿음직스러워서"

<인터뷰> "경제쪽으로 잘할 수 있는 대통령을 선택했습니다."

시민들은 이처럼이념적, 정책적 차이보다 오히려인물에 방점을 두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과거 지역, 이념 대결 구도를 재연한 영남권과 호남권이 각각 박근혜, 문재인 후보를 선택한 가운데, 서울에서는 팽팽한 접전이 펼쳐졌고, 캐스팅 보트를 쥔 충청과 강원, 그리고 경기도와 인천에서는 박근혜 후보가 승리를 거뒀습니다.

<인터뷰> 윤희웅: "부동층은 이념적 성향이 낮고 중도적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들이 민생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박근혜 후보에게 호감을 보인 것"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적 대결 구도를 등에 업었지만, 두 후보의 실제 공약에는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녹취> 박근혜: "분열과 선동을 넘어 새 정치"

<녹취> 문재인 : "진보-보수 이념 틀 뛰어넘어 새 정치"

<녹취> 박근혜 : "중산층 재건해 민생 대통령"

<녹취> 문재인 : "서민을 지켜주는 민생대통령"

<녹취> 박근혜 : "권력기관 기득권을 내려놓고"

<녹취> 문재인 : "대통령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이처럼 2012년 대선에는 양후보가 공감했듯 국민이 공감한 시대적 과제가 분명히 존재했습니다.

그것은 어디서부터 시작 됐을까요?

올해의 총선과 대선, 양대 선거를 앞두고 있던 지난해,사회를 강타한 키워드는 안철수와 나꼼수!

전셋값, 대학등록금 폭등, 청년실업, 비정규직 문제 등 답답한 현실 속에 좌절감에 빠져있던 시민들을 위로한 것은 기성 정치권 바깥에 있었습니다.

<녹취> 안철수 (청춘콘서트) : "가장 중요한 게 이런 주위의 평가와 상관없이 진짜 내 위치는 어디 있냐, 그 생각이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기성 정치에 대한 실망은 새로운 정치를 요구하는 시민의 정치적 각성으로 발전해갔습니다.

<인터뷰> 윤여준(청춘콘서트 공동기획자) : "우리도 놀랐는데요, 어딜 가나 그런 폭발적인 반응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못했거든요, 전혀 못했어요, 어딜 가나 그런 호응이 있는 걸 보고 그걸 기획하고 준비했던 우리도 심각하게 생각을 했고 이 현상이 뭘 의미하느냐"

결국 지난해 10월 재보선에서 시민단체 출신 무소속 박원순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되고, 선거의 해를 앞둔 양대 정당은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합니다.

한나라당은 강력한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옹립하고 새판짜기에 들어갑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경제브레인이었던 김종인 위원장을 영입해 양극화 해소를 위한 '경제민주화'를 공약했고, 20대 이준석 비대위원 임명, 손수조 공천 등으로 쇄신 의지를 보였습니다.

급기야 15년간 써오던 당명한 나라당을 버리고 새누리당으로 이름까지 바꿉니다.

<인터뷰> 박명호 :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의 경우는 총선 과정에서 보여준 당명 변경과 정책 수정 등과 같은 변화와 변신, 혁신의 노력이 국민적으로 일부 평가가 되었다고 생각되고"

국민의 요구를정권교체로 해석한 민주당은야권 통합을 추진합니다.

그러나,총선 공천 기득권 다툼 속에서 통합 과정의 갈등이 불거졌고,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준다는야심찬 프로젝트도 모바일 투표 부정 파문 등으로 얼룩집니다.

강력한 정권 심판 분위기 속에서도 여당인 새누리당이 총선의 승리를 거둡니다.

<인터뷰> 강원택 :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불신에도 불구하고 대안적인 형태로의 야당, 특히 민주당이 믿을만한 대안으로 받아들여지지 못했다는 게 가장 큰 것 같고요"

이런 가운데, 국민의 새정치에 대한 기대는정치권 밖의 인물, 안철수에게로 쏠렸습니다.

안철수 원장은 기존 정치권의 이념 대결구도, 기존 정당의 기득권 구조를 지속적으로 비판했습니다.

<녹취> 안철수 : "상대를 지지하는 국민들을 전부 적으로 돌리는 것이거든요, 그게 국민들을 반으로 갈라놓는 것 같아요, 낡은 제체가 그런 게 아닌가 싶어요, 아무런 사회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는 체제"

안 원장은 출마 선언도 하기 전에박근혜 후보를 위협할 정도로 여론의 강력한 지지를 받았고, 기존 정당에 대한 변화 압력도 더욱 커져갔습니다.

<인터뷰> 김형준 : "여야정당 모두 안철수 현상에 대응하고 안철수 현상에 대해서 자기 나름대로의 적응력을 높이는 과정에서 정치쇄신의 과제가 부각되지 않았습니까? 정치권이 안철수 후보가 이야기했던 여러 가지 아젠다를 전부 다 그대로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어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경제민주화에 이어 국민 대통합을 슬로건으로 내겁니다.

<녹취> "이념과 계층, 지역과 세대를 넘어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 모두가 함께 가는 국민 대통합의 길을 열겠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묘소를 참배하고, 한광옥, 한화갑 등구 동교동계 인사들을 흡수했습니다.

민생을 살리겠다는 국민행복위원회, 안대희 전 검사를 영입한 정치쇄신위원회 등을 잇따라 발족시키며 시대적 과제를자신의 것으로 만드는데 주력했습니다.

반면 민주통합당은 정권 교체라는 명분 하에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에 승부를 걸었습니다.

그러나 '안철수 현상'을 낳은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기보다, 안철수라는 인물에 집중한 이 전략은 성공적이지 못했습니다.

문재인 - 안철수 간단일화 방식 협상 과정에서의 갈등 끝에 안철수 후보는 끝내 자진 사퇴합니다.

<녹취> 안철수 (후보 사퇴 기자회견) : "문재인 후보와 저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습니다. 이제 문 후보님과 저는 두 사람 중에 누군가는 양보를 해야 되는 상황입니다. 저는 얼마 전 제 모든 것을 걸고 단일화를 이루어 내겠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제가 후보직을 내려놓겠습니다."

<인터뷰> 홍성걸 : "단일화를 하기는 했는데, 누구도 아름다운 단일화라고 믿지 못하면서 안철수 후보의 지지층을 그대로 흡수하지 못하는..."

결국 대선은보수후보 대 진보후보의1대1 대결양상으로 급격히 재편됐습니다.

박정희 유신시대 평가 논란부터, NLL공방, 이명박정부 대 참여정부 심판론의재연까지,

<녹취> 정문헌(새누리당의원) :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남측은 앞으로 NLL 주장을 않을 것이라 발언한 것은 사실이다."

<녹취> 진성준(민주당 문재인 후보 대변인) : "자신의 역사관을 돌이켜보고 이제라도 잘못을 시인, 사죄하고 정수장학회를 사회에 환원할 것을 촉구한다."

과거 회귀적이고, 네거티브적인 선거전 양상으로 흘러갔습니다.

<인터뷰> 배종찬 : "초반만 하더라도 시대정신, 국민통합, 소통, 복지에 대한 관심이 많았지만, 대선 중반 종반에 접어들면서는 그런 이슈보다는 이념적인 성향에 매몰되는 현상이 빚어졌습니다."

문재인 후보의 부산 경남권에서의 의미있는 득표율, 박근혜 후보의 호남권 두자릿수 득표율 등 지역구도의 미세한 균열도 감지됐지만, 지역, 이념, 세대간 대결 구도는 이번 선거에서도 극복되지 못했습니다.

결국 미완으로 남은정초선거의 꿈은대선 이후 새로운 숙제를 안겼습니다.

우선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가장 분열적 구도를 보였던 선거 과정의 민심을 통합해야 합니다.

또한 아직 후보와 정당들의 약속 상태에 머물러있는 정치권의 쇄신도 현실화되어야 합니다.

<인터뷰> 윤여준 : "이념갈등이라는 것은 극한 대결을 불러오기 마련이에요, 그럼 한국 정치가 또 옛날로 돌아갈 거 아닙니까, 그럼 국민이 뭐라고 하겠습니까, 또 정치권을 불신하고 혐오하고 경멸하고 분노할 거예요. 아주 빠른 시일 내에 이념 등 구조가 불러온 상대방의 적대감을 해소해야 합니다."

한국 경제가 최근 저성장 기조를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헌정 이래 줄곧 강조돼 온 성장론을 양극화 해소, 복지 등 경제 민주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바꾸는 것 역시 지난한 사회적 합의를 요구할 것입니다.

<인터뷰> 김종인 : "세계 경제가 위기에 처해있고 따라서 우리 나라 경제도 어렵기 때문에 성장을 하기 위해서 미뤄야겠다 하면 경제 민주화 절대로 실천을 못합니다. 인수위 시절부터 경제민주화 공약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라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해야 될 것이라고 봐요"

이번 선거를 통해 국민과 정치권은 대한민국이 해결할 시대적 과제들이 무엇인지 공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제 그 완성 여부는 시대적 과제들을 공약에 담기 위해 분투했던 박근혜 당선인이 그것을 임기 5년 동안 어떻게 국민들과 함께 실천해 나가느냐에 달려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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