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낳은 장애 자매 품에 안은 ‘큰 사랑’

입력 2013.02.01 (07:11)

수정 2013.02.01 (16:57)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내가 이런 보물 같은 아이들을 만난 것보다 더 큰 행운이 어딨겠어요."

2013 평창 동계 스페셜올림픽에 출전하는 지적장애인 선수 최아람(14·크로스컨트리), 최영미(12·쇼트트랙) 자매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어머니 김성옥(42) 씨다.

김씨가 이 딸들의 어머니가 되기로 결심한 것은 4년 전.

직장 동료의 소개로 선을 본 남자의 자녀가 바로 최아람, 최영미 자매였다.

지적장애인인 아람·영미와 뇌성마비 장애를 가진 언니 보람(17) 양, 막내동생 종혁(7) 군까지 김씨가 껴안은 남매는 모두 4명이다.

김씨는 이 남매와 처음 만난 것을 "세상에 다시 없을 소중한 인연"이라고 표현했다.

처음 선을 봤을 때, 장애인 자녀들이 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아이들을 처음 만나고 놀란 것도 사실이었다.

남매의 친어머니는 생전에 결핵과 갑상선암으로 고생했다.

결국 막내 종혁 군을 낳은 지 1년 만에 세상을 등졌다.

김씨 역시 친어머니를 잃고 새어머니 밑에서 자란 경험이 있어 누구보다 순수한 아이들의 표정을 두고 발길을 돌릴 수가 없었다.

이혼한 경험이 있는 김씨가 아이들 아버지와 재혼하겠다는 마음을 알렸을 때 친정의 반대는 완강함 이상이었다.

장애인 아이들이 있는 집에 시집가겠다는 김씨를 미친 사람 취급했다.

결국 혼인 신고를 한 지 4년이 지나도록 번번한 결혼식도 올리지 못했다.

그는 "우리 부부는 결혼식을 한 번씩 해봤으니 아쉬울 건 없었다"며 웃었다.

결혼 후 후회한 적은 없다.

대구의 한 시설에서 지내는 맏딸과 태백미래학교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는 아람, 영미 자매가 집에 와 4남매가 모두 모이는 날이면 힘든 내색을 할 틈이 없다.

아빠보다 엄마를 더 좋아하는 딸들이 품에 안겨와 볼을 부벼댈 때 김씨는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을 느낀다.

하루 전인 지난달 31일 셋째 딸 최영미는 스페셜올림픽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 여자 333m 디비저닝(예선) 경기에서 가장 빠르게 출발했지만 첫 번째 코너에서 넘어지고 말았다.

미끄러지면서도 당당히 일어나 결국 2위까지 치고 올라왔지만 최영미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출전한 3개 종목에서 모두 우승하면 얻을 수 있었던 휴대전화를 포기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넘어졌는데도 일어나 역주한 최영미를 칭찬하는 의미에서 휴대전화를 사줄 수도 있지 않겠냐는 질문에 김씨는 고개를 저었다.

김씨의 남편은 1t 트럭으로 고물을 수집해 생계를 마련하고 있다.

김씨 역시 귀여운 셋째 딸에게 휴대전화를 사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다.

그러나 아버지 혼자 벌어온 돈으로 가정을 꾸려가는 것만도 빠듯하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막내 아들 종혁 군은 말을 심하게 더듬어 장애 진단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짐작되지만 50만 원이 든다는 검사조차 엄두도 못 내고 있다.

김씨는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가정이 이 세상에 우리 뿐이겠느냐"며 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김씨의 꿈은 소박하다.

"아이들이 몸과 마음에 상처받지 않고 탈 없이 자라나 주기만 하면 더 바랄 게 없어요. 크로스컨트리 스키에 소질이 있는 아람이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나갈 수 있도록 실력을 키운다면 정말 더 행복할 것 같아요."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