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부럽지 않은 연기’ 모두 피겨 여왕!

입력 2013.02.01 (16:04)

수정 2013.02.01 (16:57)

KBS 뉴스 이미지
김연아, 아사다 마오의 필승기도 아니었지만 관중의 열기는 뜨거웠다.

1일 평창 동계 스페셜올림픽이 피겨스케이팅 싱글경기가 열린 용평돔.

경기 시작 전부터 빙상장의 3천671석은 빈자리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지적장애나 자폐성 장애를 안은 선수들은 화려한 의상을 걸치고 하나씩 빙판에 나왔다.

상체를 숙이고 전진하기, 팔을 휘저으며 후진하기, 한 발로만 나아가기.

기술은 이처럼 단순했다.

코치진은 김연아 때문에 스포츠 팬들의 눈이 한껏 높아진 터라 '시시하다'는 평이 나올까 걱정했다.

그러나 전혀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관중은 선수들이 수년간 준비한 도전을 숨죽여 지켜봤다.

기술이 마무리될 때는 트리플러츠나 트리플악셀을 관전한 것처럼 큰 환호를 보냈다.

코치진은 경기장에 사람이 많아 선수들이 긴장할 수 있다고도 걱정했다.

피겨스케이팅 싱글은 스페셜올림픽 종목에서 유일하게 혼자 주목을 받는 경기다.

지적장애인들이 많은 관중에 둘러싸여 독무대를 경험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그러나 코치진의 우려는 금세 기우로 판명됐다.

선수들은 오히려 신바람을 냈고 경기 후 선수 대기실로 돌아와서도 아쉬움에 동작을 되풀이했다.

고성희 한국 코치는 "빅스타가 오지 않으면 피겨경기에 관중이 많이 들지 않는다"며 "아이들에게 행복감을 주기 위해 방문해준 관중들이 고맙다"고 말했다.

지적장애를 지닌 한국 대표 박정화(13·동천의 집)도 행복한 표정으로 완벽한 연기를 펼쳤다.

그는 선수 대기실로 돌아와 연기의 구분동작을 계속 되풀이했다. 경기는 이미 끝났지만 한 차례 더 빙판에 나서고 싶은 표정이었다.

박정화는 기분이 어떤지 묻자 들릴 듯 말듯 "좋아요. 안 떨렸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예쁜 옷도 보여줬어요"라며 점퍼를 제치고 홍색 의상을 보라고 배를 불쑥 내밀었다.

고 코치는 선수들이 피겨를 시작하고 나서 자신감이 생기고 표현력이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이들이 사람들과 눈도 잘 맞추고 당당해졌다"며 "무엇보다도 선수들이 행복해진 모습이 보기가 좋다"고 말했다.

보잘 것 없다고 여길 수도 있는 연기를 숨죽이며 감상한 관중은 선수 모두를 승리자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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