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스타 올림픽 잔류 안도…‘꿈꿀 수 있어서’

입력 2013.02.19 (19:31)

수정 2013.02.20 (19:36)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는 계속 꿈을 꿀 수 있으니까요."

2013년도 태권도 국가대표 선발 최종대회가 나흘간의 일정으로 개막한 19일 경기도 남양주 체육문화센터. 예비 국가대표와 이들의 지도자 등 태권도인들은 딱 일주 전 스위스 로잔에서 날아든 반가운 소식 이야기로 인사를 나눴다.

태권도는 12일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회에서 2020년 올림픽에 채택할 25개 핵심종목에 포함돼 올림픽 스포츠로 살아남았다.

태권도가 퇴출 후보 중 하나로 거론돼 마음을 졸여왔던 터라 IOC의 이번 결정을 태권도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반겼다.

태권도 스타들도 마찬가지다.

7년 뒤 열릴 올림픽에 자신이 출전하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동료와 후배 누군가는 계속 올림픽 무대에 서는 꿈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고 내 일처럼 좋아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남자 80㎏초과급 금메달리스트인 차동민(27·한국가스공사)은 "태권도는 올림픽 종목을 결정할 때마다 벼랑 끝에 몰려 있어 긴장은 하고 있었다"면서 "하지만 전 세계인의 스포츠로 자리 잡은 만큼 쉽게 탈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차동민은 지난해 런던올림픽에도 출전해 2회 연속 우승을 노렸지만 8강에서 탈락했다.

이후 지난해 12월에 무릎 십자인대를 다쳐 수술을 받는 바람에 이번 대표 선발전에는 나서지 못한다. 대신 소속팀 선수들을 응원하러 경기장을 찾았다.

차동민은 우리나라 태권도가 런던올림픽에서 성적이 좋지 못했던 것을 되돌아보고 나서 "이번 IOC의 결정은 올림픽 대표를 꿈꾸는 선수들에게는 아주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전자호구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많은 변화를 줬지만 올림픽에서 계속 살아남으려면 지금보다 더 차별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베이징올림픽 남자 68㎏급에서 금메달을 딴 손태진(25·삼성에스원)도 "태권도인으로서 참 다행스럽다"며 태권도의 올림픽 잔류를 기뻐했다. 그는 "태권도가 우리나라의 효자 종목으로서 구실을 계속해 나갈 수 있게 된 것도 좋다"고 말했다.

손태진은 지난해 런던올림픽에서는 우리나라가 출전체급을 결정할 때 남자 68㎏급이 아닌 58㎏급을 선택하는 바람에 아예 참가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남녀 4체급씩 8체급을 치르는 올림픽에서는 국가별로 최대 4체급(남녀 2체급씩)만 출전할 수 있다.

물론 같은 체급을 선택하더라도 손태진이 서른 살을 넘기게 되는 2020년 올림픽에 참가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는 "후배들에게도 계속 올림픽 무대에 서는 영광의 기회가 돌아가게 됐다"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날 여자 46㎏급에서 1위에 오른 김소희(19·한국체대)는 2020년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나이다. 그러나 올림픽체급에서 여자 최경량급은 49㎏급인데 한국은 과거 네 차례 올림픽에서 이 체급에 선수를 내보낸 적이 없다.

그래도 김소희는 "태권도가 올림픽에서 없어질까봐 조마조마했다"고 털어놓았다.

2020년 올림픽에서 자신의 체급이 우리나라의 출전체급으로 선택될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좋은 성적을 낸다면 가능성이 커지지 않겠느냐는 것이 그의 야무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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