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취> 기자 : "여기서 사신지가? "
<녹취> 주민 : "20년 넘었지"
금이 간 아파트 벽 사이로 빛이 스며듭니다.
원하지도 않았는데 사업 부지로 편입되더니 그날부터 재산권 행사가 어려워졌습니다.
개발이란 높았던 기대 만큼이나 실망도, 원망도 커져갑니다.
빚도 늘었습니다.
<녹취> "평당 1억 간다고... 이 정도 가면 애들한테 투자를 해줘도 감당을 할 수 있겠다. 그러다가 은행에서 대출받아서 애들 전세도 얻어주고.."
상가는 여기저기 문을 닫았습니다.
사업 시작 7년째.
사업도 멈추고 거래도 멈췄습니다.
<녹취> 주민 : “죽어가는 시민들에게 숨통을 튀어줘야지. 목조르고 있는거예요”
한때 시행사는 대박을 약속했습니다.
한 집당 보상금이 20억 원, 30억 원을 넘나들었습니다.
대박의 꿈은 절망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찬(서부 이촌동 주민) : "사장 한 명 바뀌었다고 사업성이 있는게 없어지고 없는 게 있어지고 이런 판국에 주민들만 아주 피눈물이 납니다."
<앵커 멘트>
용산국제업무지구사업.
흔히들 단군이래 최대사업이라고 합니다.
공사비만 31조원.
인천공항 4개를 지을 수 있는 큰 사업입니다.
하지만 투자자를 찾지 못하고 사업은 멈춰섰습니다.
경기침체 때문이라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국민이 납득하지 못할 부분이 많습니다.
그 의혹들을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수도 서울의 한가운데 알짜배기땅.
한강과 인접한 그야말로 노른자위 땅, 용산입니다.
지난 2007년 코레일은 이 땅을 팔았습니다.
땅값만 8조 원.
이 돈이면 당시 코레일은 빚을 모두 갚을 수 있었습니다.
시행사인 드림허브주식회사가 이 땅을 샀습니다.
31조 원을 들여 최첨단 상업용, 주거용 빌딩으로 이뤄진 미래도시를 건설하는 것입니다.
<녹취> “미래의 중심 세계의 중심 바로 이곳에서 드림허브의 꿈이 시작됩니다”
그런데 코레일이 사업에 참여했습니다.
땅을 판 코레일이 이 땅을 사서 사업을 하는 시행사 드림허브의 최대주주가 된 것입니다.
사업은 이때부터 꼬이기 시작합니다.
경기 침체로 시행사가 땅값을 제때 내지 못하자 돈을 받을 사람과 돈을 낼 사람의 경계가 애매해 졌습니다.
10조 빚 코레일이 4조원 빌딩 매입
투자자를 찾지 못한 채 시행사 드림허브의 출자사들이 모은 종잣돈 1조 원이 바닥을 드러낼 무렵인 지난 2011년 7월.
코레일은 용산 국제업무지구 사업의 핵심인 111층 랜드마크 타워를 4조 천억 원에 사주기로 했습니다.
시행사 드림허브에 빌딩값 4조 원을 미리 줘 자금난을 해소하겠단 것입니다.
시행사는 곧바로 사업정상화를 선언했습니다.
용산이 상전벽해할 일만 남았다
<녹취> 김흥성(당시 코레일 홍보실장) : “국내 유수의 기업들은 물론 중동 싱가폴 중국등 해외투자자들과 오피스 건물 매각협의를 현재 진행중에 있습니다 ”
해당 안건은 2011년 7월 13일 코레일 이사회를 통과했습니다.
부채가 10조원이 넘는 공기업이 업무와 관련도 없는 4조원짜리 빌딩을 매입한 것입니다.
실시계획 인가도 받지 않은, 또 실시 설계도조차 없는 실체 없는 111층짜리 빌딩을 산 것입니다.
<인터뷰> 이동성(당시 코레일 이사회 의장) : “말도 안되는 얘기고 실체가 없는걸 어떻게 사요? 설계가 있습니까? 뭐가 있어요? 아무것도 없고 실체가 있다해도 코레일이 부채가 10조원이 넘는 회사인데...”
시행사 드림허브는 이 빌딩 매각대금으로 코레일에 땅값을 납부합니다.
결국 코레일로부터 돈을 빌려 코레일에게 땅값을 지급하는 셈입니다.
이 유례없는 4조 원짜리 거래를 그러나 정부 어떤 부처도 협의나 허가를 해주지 않았습니다.
<녹취> 황성규(국토부 철도정책과장) : "(국토부는 관여한게 없습니까? 코레일 자체결정입니까?)당연하죠 국토부는 관여한게 없어요. (사업)내용 자체는 간섭할 부분이 전혀 없습니다."
<녹취> 김용호(기재부 민영화과장) : "우리 기재부하고는 사업하기전에 허가받고 그런건 없습니다. 투자가 실패한다면 성과평가는 하지않습니까?"
사장 바뀌니까 뒤집힌 사업성
코레일이 랜드마크 빌딩 매입 1차분 계약금 4100억 원을 지급하자 사업은 급물살을 탔습니다.
<녹취> 허준영(당시 코레일 사장) : “이 지역 개발가치가 67조라니 얼마나 대단한 것입니까? 그야말로 단군이래 최대 사업이고 또 요즘 청년실업자 얼마나 고통받고 있습니까? 청년실업자 36만명을 고용창출 할 수 있는 사업입니다”
그러나 (2011년 12월 21일) 두 달 뒤 허준영 사장이 총선을 위해 코레일을 떠나면서 상황은 180도 뒤집힙니다.
새 사장이 취임하자 자체 사업 전망이 어두워진 것입니다.
취재파일팀이 입수한 코레일의 이 무렵 내부 보고서.
-보상 재원 조달의 실현 가능성이 어렵다
-분양 계획이 비현실적이다
-무리한 시공 계획
-그리고 자금조달 계획도 엉터리라고 분석했습니다.
<인터뷰> 송득범(코레일 본부장) : "최소 1조6천억원 흑자를 낼 수 있다는데 실제 흑자가 날 사업이라면 시장에서 자금조달이 안될수가 없죠. 흑자사업이라면 서로 자금을 대려할텐데 지금 그런 움직임이 전혀 없지않습니까?"
결국 지난해 3월 코레일은 랜드마크 빌딩 2차분 대금 4100억 원의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사업은 사실상 중단됐습니다.
시행사 대주주인 코레일이 나서 사업성이 없다고 하자 외국인 투자도 더 얼어붙었습니다
시행사 드림허브가 랜드마크 건물 매입의 조건으로 약속한 2500억 원을 구해오지 못하자, 코레일은 모든 지원을 중단합니다.
<녹취> 코레일(전 간부) : "정상적으로 전임자들이 만들어놓은 정상화방안을 협약서대로 그대로 진행시켰으면 이대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죠. 해놨는데 와서보니까 아니다해서 모든걸 다시 생각하면서 시간적으로 놓쳐버렸어요"
2011년 코레일은 시행사측에, 남은 땅값 5조 3천억 원도 건물이 준공될 때쯤 내도록 3년 이상 지급기한을 미뤄줬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반대했었습니다.
당시 국토해양부는 '일방적 토지비 납부 연기요구는 수용 불가'라는 입장이였습니다.
천문학적인 토지대금 납부를 연기해준 코레일의 지금 입장은 어떨까?
또 바뀌었습니다.
<인터뷰> 송득범(코레일 사업개발본부장) : "제가 만약 그때 본부장의 위치에 있었다면 (당시 지원안을)반대했을거란 생각입니다."
외국 투자 유치는 언제?
이 초대형 프로젝트는 사업초기부터 외국자본 유치가 관건입니다.
하지만 사업 시작 7년째인 지금까지 투자 유치는 모두 7건.
모두 국내투자사로 그나마 들어온 돈은 50억원에 불과합니다.
시행사인 드림허브 업무를 총괄하는 박해춘 회장.
투자 유치를 위해 지난 2010년 영입됐습니다.
계약에 따라 연봉 6억 원에 매년 6천만 원씩 연봉이 올라갑니다.
올해 연봉은 7억2천만 원.
<녹취> 코레일 관계자 : "(투자 유치를 위해 최대한 노력을..)해왔는데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가 안나왔고 벌써 3년이 다 됐는데 유치한데 하나도 없는데.."
<녹취> "(못 들어가나요?)네 연락받은바 없습니다"
지난 21일 열린 시행사 드림허브의 이사회.
예상대로 추가 자금지원 방안은 무산됐습니다.
코레일은 민간투자자들이 더 투자할 것을 요구하고, 민간 투자자는 코레일의 책임만 묻고 있습니다.
정작 양측의 대표는 지난 1년여 동안 한번도 만난 적이 없습니다.
사업이 파산할 경우 코레일은 그동안 받은 땅값에 이자까지 3조 원 가량을 시행사에 돌려줘야 합니다.
무엇보다 땅을 팔아 8조 원의 부채를 갚겠다던 코레일의 계획은 무산됩니다.
<인터뷰> 이동성(전 코레일 이사회 이사장) : “제가 알기론 한 2조7천억원에서 3조원 될거예요. 코레일이 그 돈을 내야하는데 부채가 10조원 되는데 3조원을 어떻게 일시에 조달하겠어요?”
<인터뷰> 김희국(새누리당 국회의원) : "(전 국토부 차관) 지금이라도 공신력있는 기관에서 사업타당성 조사를 다시 해서 사업을 축소할지 원점에서 재검토할지를 결정해야할 시점이고..."
부도가 초읽기에 돌입했다는 소식에 주민들의 마음이 타들어 갑니다.
취재파일팀이 사업예정지의 한 아파트 한 개 동 176가구의 등기부등본을 모두 조사한 결과, 아파트를 담보로 한 빚이 가구당 평균 2억 7천만 원을 넘었습니다.
5집 가운데 한 집은 담보 빚이 5억 원이 넘습니다.
<인터뷰> 김재홍(대림아파트 생존권사수연합 자문) : “이사가고 싶어도 가지도 못하고 소위말해서 거주이전의 제한을 받고 또 서로 싸우고 주민들끼리 7년간 싸워온 거잖아요. 이 과정에서 철저히 행복을 잃어버린거잖아요”
용산에는 오늘도 개발의 그림자가 무겁게 내려앉았습니다.
적어도 몇 조 원은 수익을 예상한다는 사업성은 의심받고, 장밋빛 청사진은 빛이 바랬습니다.
시행사와 최대주주 코레일이 싸우고, 주민과 주민이 싸우고, 주민과 시행사가 싸웁니다.
그런데도 정부나 국회, 자치단체 누구도 앞장서 바로잡으려 하지 않습니다.
다음달 12일까지 자금을 조달하지 않으면 31조, 거대한 개발사업은 침몰합니다.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몫으로 남을 것입니다.
파국을 막을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