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범 해설위원]
서울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이 끝내 좌초위기를 맞았습니다. 금융이자 59억원을 갚지 못해 디폴트, 즉 채무불이행을 선언했습니다. 물론 최종 부도는 일단 미뤄진 상황입니다. 용산역세권 사업은 사업비만 31조입니다. 단군 이래 최대 도심개발 사업입니다. 당시 추진되던 한강르네상스와 맞물려 거침없는 질주였습니다. 그러나 얼마 가지 못했죠.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고 자금줄이 꽉 막혔습니다. 주관사인 삼성물산은 진작 발을 뺐고 그 뒤를 이은 롯데관광개발 역시 자금지원과 주도권을 놓고 1대 주주인 코레일 측과 대립해왔습니다. 최종 부도 처리된다면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전망입니다. 민간출자사들의 피해만 5조로 추정됩니다. 코레일은 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국민연금도 펀드로 출자한 돈이 천억이 넘는다고 합니다. 돈도 돈이지만 코레일과 참여 기업들의 신용도는 큰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투자자와 지역 주민들은 대규모 소송을 벌일 태세입니다.
그런데 지난 7년을 뒤돌아보면 오늘날 사태가, 올 것이 온 것이란 업계 반응이 설득력 있습니다. 시작이 다소 정치적이었고 진행과정에서는 부동산 장기침체 탓이 크지만 자금은 안 내놓고 네 탓 논쟁만 벌였습니다. 지금은 어떤가요? 혹 파산할 경우 제몫 챙기기 셈법만 난무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손실을 최소화하는 해법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치러야할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손실은 누가 책임져야하나요? 한국판 두바이를 꿈꾸며 시작된 용산 역세권 개발 사업이 모래성이 되지 않고 도심개발의 지혜를 배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