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묵 순경 "실제로 나를 치려고 했다…규정대로 타이어 쏴"
"좁은 골목에서 정확히 나를 향해 돌진하는 차량을 봤을 때 '정말 죽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2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난동을 부리고 도주한 주한미군 차량을 쫓아가 실탄까지 쏘며 대치했던 임성묵(30) 순경은 총을 꺼내 들게 된 배경을 이렇게 밝혔다.
그는 당시 막다른 골목에서 미군이 모는 옵티마 차량과 대치하다 차량을 향해 공포탄 1발과 실탄 3발을 쐈다.
임 순경은 4일 서울 송파구의 한 병원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무릎을 차에 치이고 나서 뒷걸음질쳐 모서리로 피했는데 차가 또다시 굉음을 내며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며 "다른 방법이 없었기에 공중에 공포탄을 쏜 뒤 타이어를 향해 실탄을 발사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임 순경은 "운전자나 동승자 모두 표정의 변화없이 차분해 보였던 것이 기억난다"며 "적당히 위협하고 도망가려고 돌진하는 척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나를 치려고 했던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임 순경과 함께 차량을 추격한 택시기사 최모씨의 설명도 일치한다.
일각에서 과잉대응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데 대해 "급박한 상황이었지만 반복된 교육을 통해 익힌 대로 타이어를 향해 쐈다. 규정에 어긋남 없이 대처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임 순경은 순경 시험에 합격하고 2년 4개월간 기동대에서 근무하다 지난달 21일 용산경찰서 이태원파출소로 막 발령받은 '신참'이다.
차량이 도주해 상황이 종료된 뒤 택시기사 최씨가 119까지 불러줬지만 임 순경은 병원이 아닌 이태원 파출소로 향했다. 잠시 병원에 들렀다가 사건 현장 감식까지 다녀온 그는 사건 당일 한숨도 자지 못했다고 했다.
임 순경은 부모님이 걱정할까봐 부상 사실을 알리지 않았으나 사건이 언론매체에 보도되면서 소식을 전해 들은 부모님이 전날 급하게 병원을 찾아 아들을 보고 갔다.
그는 "통증이 있기는 했지만 못 걸을 정도는 아니어서 총기 사용 사실을 보고하고 사고를 수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며 "부모님이 경찰이 위험한 직업이라고 늘 다칠까 걱정하셔서 걱정을 더해 드리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사건 당일 도주 차량에 동승한 주한미군 C(26) 하사 등 2명은 이날 용산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차량을 운전한 D(23) 일병에게도 출석을 요구했으나 미군 측은 D일병이 임 순경이 쏜 유탄에 어깨를 맞아 치료 중이라는 이유로 출석 연기를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