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4 이슈] 독일, 나치 범죄 끝나지 않는 반성

입력 2013.04.25 (00:01)

수정 2013.04.25 (09:00)

<앵커 멘트>

일본의 '과거사 망언'이 도를 넘고 있습니다.

7월 참의원 선거 전 최대한 극우 민족주의를 강화시키겠다는 속셈일까요?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또 다른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독일입니다.

꼭 80년 전인 1933년 아돌프 히틀러가 총리에 오르면서 독일은 '나치즘'이라 불리는 극우 군국주의로 치달았습니다.

히틀러의 독일은 광기, 그 자체였습니다.

이른바 홀러 코스트! 육백만이라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유대인들이 차례로 수용소에서 참혹한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녹취> 히틀러

역사에 씻을 수 없는 과오를 저질렀다는 숙제를 함께 안게 된 독일과 일본, 하지만 그 후 두 나라의 대처는 판이하게 달랐습니다.

<녹취> 아베 신조(일본 총리) : "침략에 대한 정의는 학계에서도 국제적으로도 확실하지 않습니다. 국가 간의 관계에서 어느 쪽으로 보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과거를 부정하고, 역사를 궤변으로 뒤집으려는 일본과 달리 독일은 이미 1970년 빌리 브란트 총리가 직접 나치 희생자 위령탑을 찾아 무릎을 꿇고 지나간 역사에 사죄의 뜻을 밝혔는데요.

글로벌 이슈 원, 나치 전범 반성의 해를 맞은 독일의 표정을 알아봅니다.

이영섭 베를린 특파원!

이영섭 특파원, 올해가 바로 나치 정권 장악 80주년이라면서요?

독일은 올해를 ‘나치 잊지 않기’의 해로 맞아 행사를 벌이고 있다는데...

어떤 이벤트들이 열리고 있습니까?

<리포트>

히틀러의 총리 즉위 80주년을 맞아 독일에서는 나치정권 탄생을 반성하는 각종 행사가 열렸습니다.

특히 베를린은 아돌프 히틀러의 집권 80주년을 맞은 올 한 해에 걸친 대대적인 ‘사죄의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

베를린 시 차원에서 올해를 반성의 해’로 선포하고 당시의 과오를 되돌아보는 각종 전시, 콘서트, 컨퍼런스 등 많은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히틀러가 총리가 되자마자 수천명의 축하 횃불 행진이 열렸던 브란덴부르크문 앞의 파리저 광장에서는 당시와 같은 행렬이 재연됐고요.

또 올 연말까지 시내 곳곳에서 나치 시절 박해받았던 200명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야외 전시가 상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질문> 특히 지난 1월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역대 총리들의 뒤를 이어 사죄 발언을 하지 않았습니까?

이렇게 독일 지도자들의 계속되는 자기 반성,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답변> 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나치 정권 탄생 전후의 기록을 담은 한 전시관 개관행사에서 “나치의 부상은 그들과 함께한 당시 독일의 엘리트들과 이를 묵인한 사회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독일 국민들에게 반성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녹취> 앙겔라 메르켈 : "나치 정권의 시작을 인식하고 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미래는 인권과 민주주의, 그리고 자유를 위협하는 위험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입니다."

독일은 2차 대전 이후 전쟁의 책임을 인정하고 주변국에 대한 부단한 사죄와 배상 노력을 해 왔습니다.

독일의 이런 역사의식은 주변국과의 대립이 국익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는 걸 경험했기 때문인데요.

2차대전 이후 이런 독일의 적극적인 자세는 주변국들의 안보 우려를 불식시켰고 오늘날 독일이 유럽연합을 이끄는 중심국으로까지 자리잡게 만든 출발점이 되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질문> 실제 독일에서는 현재까지도 전범들에 대한 추적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면서요?

어찌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나치의 홀로코스트 당시 가장 악명 높던 수용소에서 경비로 일했던 사람들이 70년이 흐른 후 법정에 서게 됐다는 최근 소식도 있었는데요.

독일의 나치범죄수사국은 아우슈비츠에서 근무했던 생존자 50명의 명단을 확보했고, 이들에 대한 조사를 거쳐 곧 법정에 세울 계획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나치가 저지른 만행을 알리는 역사적 기록물과 장소들이 광범위하게 공개돼 있고, 언론에서도 수시로 나치의 잔혹상에 대한 기사와 보도물들이 끊이지 않고 다뤄지고 있습니다.

전범을 심판한 뉘른베르크 법정이 열린 지 수십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못다한 책임을 지려는 독일 사회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질문> 하지만 독일 일각에서는 외국인 혐오주의 등을 가진 네오나치즘, 이른바 ‘신 나치주의’의 바람도 불고 있지 않습니까.

독일 정부가 이런 움직임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궁금한데요.

<답변> 네.

최근의 공식 통계에 의하면 약 3만 명 정도가 극우파 진영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으로 추산됐는데요.

특히 비교적 집값이 싸고, 외국인 거주 비율이 낮은 구 동독지역에 공동주거지역을 마련하는 추세입니다.

문제는 일부 젊은층 등에게 이 네오나치 세력이 일정부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입니다.

때문에 독일정부는 감시의 끈을 놓지 않고 추이를 지켜보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외국인에 대한 테러에 네오나치들이 깊숙히 개입한 사실이 최근 드러나 독일사회에 큰 충격들 주는 등 네오나치 세력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독일정부와 사회의 접근 방식이 이제는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질문> 최근 일본에 아베 정권의 출범과 더불어 우경화 바람이 거센데...

특히 이번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관해선 독일을 비롯한 유럽 언론들도 관심 깊게 보도했다면서요?

반응이 어떻습니까?

<답변> 예, 그렇습니다.

슈피겔 등 독일 언론들도 아소다로 부총리를 비롯한 일본 정치인들의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비중있게 다뤘습니다.

특히 최근 몇년 사이 가장 많은 168명의 정치인들이 신사참배를 강행했으며 이곳에는 도쿄 전범재판소에서 유죄가 인정된 14명의 전범들이 합사돼 있기 때문에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들을 분노하게 했다고 전했습니다.

스위스 언론들은 이번 야스쿠니 신사참배로 한.일간의 침체된 관개를 개선할 기회를 잃어버렸다고 지적했습니다.

오스트리아 언론들은 이번 신사참배가 개인적인 방문이라는 일본정부의 입장은 모순적이라고 지적하면서 참배에 참여했던 후루야 케이지 국가공안위원장이 국회의원 자격으로 참여했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야스쿠이 신사와 인근에는 일본의 게슈타포라고 불렸던 전쟁범죄자에 대한 기념비석과 가미가제 특공대를 미화하는 박물관도 있지만 종군위안부와 난징 대학살 등 일본 군국주의 만행을 기억하게 하는 흔적들은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앵커 멘트>

과거가 없이는 미래도 없습니다.

1988년 독일 항복 43주년을 맞아 리하르트 전 독일 대통령은 이런 말을 남겼는데요.

“독일 국가의 이름으로 저지른 사건은 변하지도, 잊혀지지도 않는다.. 역사적 책임감이란 스스로의 역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며 독일 지도자들은 국민들이 그렇게 살 수 있도록 도울 의무가 있다”는 겁니다.

전범국가 일본이 우리의 진정한 이웃으로 첫 걸음을 내딛기 위해 곱씹어봐야 할 진정성있는 반성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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