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카드의 선택은’…온종일 숨죽인 배구계

입력 2013.06.26 (19:27)

수정 2013.06.26 (19:29)

드림식스 남자배구단을 인수하기로 해놓고 최근 백지화 가능성을 내비친 우리카드에 한국배구연맹(KOVO)이 최종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한 시한인 26일.

배구연맹 직원들은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2013-2014시즌 선수 등록 마감(7월 1일)과 다음 달 20일 개막하는 KOVO컵 대회 준비 등으로 분주하긴 했지만 제대로 일이 손에 잡히지는 않는 모습이었다.

드림식스의 강만수 감독도 코치에게 선수단 훈련을 맡긴 채 주장 송병일과 함께 오전부터 배구연맹을 찾아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사무국을 지켰다.

우리카드가 내릴 선택이 배구계에 몰고 올 파장 때문이었다.

2년 동안 배구연맹의 관리를 받아온 드림식스는 지난 3월 우리카드를 새 주인으로 맞았다.

하지만 우리카드의 지주회사인 우리금융지주의 민영화 추진과 맞물리면서 최근 구단 인수 백지화 논란이 일었다.

우리금융지주의 이순우 신임 회장은 20일 "자생력이 없는 우리카드가 수백억원이 들어가는 배구단을 운영할 여력은 없다"며 인수 포기 가능성을 직접 언급해 배구계가 대혼란에 휘말렸다.

금융위원회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이날 오전 지방은행, 증권 계열, 우리은행 계열 등 3개 부문으로 나눠 매각하는 내용의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추진 방안을 의결하자 배구인들은 드림식스 인수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면서 더욱 촉각을 곤두세웠다.

더구나 이날 정오가 다가오도록 아무 연락이 없던 우리카드 측에서 배구연맹에 입장 표명 시한을 오후 6시로 미뤄달라고 요청하면서 배구인들의 머릿속은 더욱 복잡해졌다.

이를 "고민의 흔적이 엿보인다"면서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이려는 분위기도 감지됐지만 우리카드의 선택은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

걱정하는 강만수 감독에게 신원호 배구연맹 사무총장은 "진통 끝에 옥동자가 나오니 좋은 징조라 생각합시다"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하지만 이후 시간만 계속 흘렀다. 배구연맹은 오후 5시가 다 돼서야 우리카드 측에서 이순우 회장에게 마지막 보고가 들어갔다는 연락을 받았다. 결국 한 번 연기한 입장 표명 시한이 다 돼서야 배구연맹 윤경식 사무국장은 우리카드 이헌주 전략기획부장에게 "정상적으로 구단을 인수하기로 했다"는 전화를 받았다.

강만수 감독은 "말은 안 해도 눈빛에는 어떻게 될지 걱정이 가득한 선수들에게 뭐라 해줄 말이 없었다"면서 "마음고생이 많았는데 다행히 좋은 결과가 나와 눈물이 나려 한다"고 말했다.

송병일도 "불안한 마음에 운동에 집중할 수 없었다"고 그동안의 선수단 분위기를 전하고서 "2년 만에 새 주인을 찾은 드림식스가 명문구단으로 갈 수 있도록 노력할테니 아낌없이 지원해주셨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강 감독이 "이제 선수들과 함께 마음 편하게 운동에만 전념해 좋은 성적을 내보이겠다"고 하자 곁에 있던 신 사무총장은 "구단 인수를 잘했다는 얘기 나오게 꼭 좀 그렇게 해달라"고 말했다. 최근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갔을 신 사무총장은 "구단 양도·양수 계약 과정에서 철저했는지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며 뼈있는 한 마디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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