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테니스의 박태환’ 정현 키우자”

입력 2013.07.07 (23:30)

수정 2013.07.07 (23:36)

정현(17·삼일공고)이 7일 2013 윔블던 테니스대회 주니어 남자단식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한국 테니스가 국제무대로 발돋움할 계기를 마련했다.

한국 테니스는 2000년대까지 간판으로 활약한 이형택(37)의 은퇴 이후 암흑기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국제무대에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메이저 대회 단식 본선은 남의 나라 이야기가 됐고, 남자 국가대항전인 데이비스컵에서는 월드그룹에서 아시아 오세아니아 지역 2그룹까지 밀리기도 했을 만큼 경쟁력을 잃었다.

하지만 정현이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윔블던 테니스대회 주니어 남자단식 결승에 오르면서 그를 '테니스의 박태환, 김연아'로 키워 한국 테니스 부흥의 기폭제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우선 주니어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고 해서 이것이 곧 성인 무대에서의 성공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형택 '이형택 테니스아카데미 원장'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서양 선수들도 주니어에서 반짝하다가 소리 없이 사라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정현에 앞서 메이저 대회 주니어 단식 결승에 올랐던 이종민, 김선용 등은 시니어에서는 이렇다 할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이진수 JSM 테니스아카데미 원장은 "유망한 주니어가 시니어에서도 성공하려면 국제 대회에 많이 출전해야 하고 좋은 코치를 만나야 한다"며 "이것은 결국 투자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주니어 때 30 정도의 투자로 성공할 수 있다면 시니어에서는 100을 투자해야 세계 정상을 노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영대 건국대 감독은 "무엇보다 국제 대회에서 많이 부딪혀야 세계 수준에 뒤떨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에서 국제 퓨처스대회가 많이 열리는 것이 주니어 선수들의 성장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 감독은 "정현도 김천 퓨처스에서 우승을 하고 윔블던에 간 것이 자신감을 얻은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주니어 시절에 제대로 된 교습을 받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이진수 원장은 "우리 선수들이 주니어 때는 서양 선수들에 비해 스트로크 능력이 좋고 정교함에서 앞서기 때문에 통하지만 시니어로 올라가면서 서브 등 파워에서 밀린다"고 진단했다.

이형택 원장 역시 "지금 세계 정상급 기량을 갖고 있는 조코비치나 머리, 델 포트로를 보면 신체 조건이 우수하면서도 스피드에서 밀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것은 어릴 때부터 적절한 시기에 해당 운동 신경을 발달시켜주는 트레이닝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주니어 때는 구력이나 받아넘기는 능력으로 버티다가도 시니어가 돼서는 도저히 서양 선수들을 상대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밀려난다는 것이다.

따라서 주니어 때부터 눈앞의 승패보다 강한 파워와 공격적인 테니스를 몸에 배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정현이 시니어 무대에서 통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전문가들은 앞으로 시니어로 커가는 과정을 제대로 밟는다면 2003년 세계 랭킹 9위까지 올랐던 파라돈 스리차판(태국)이나 현재 11위인 니시코리 게이(일본)를 뛰어넘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특히 이형택 원장이 현역 시절 속했던 삼성증권 테니스단의 체계적인 관리를 받기 시작한 만큼 시니어 무대에서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은 조성이 됐다고 볼 수 있다.

전 감독은 "지금 정현이 서브가 부족하다고 하지만 고등학생에게 조코비치와 같은 서브를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앞으로 경험을 많이 쌓는다면 정상급 선수로 커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형택 원장은 "정현은 운동 신경이 뛰어나다기보다는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멘탈이 훌륭한 선수"라며 "지금처럼 간다면 세계 100위 안에는 틀림없이 들어간다"고 장담했다.

이 원장은 "일단 100위 안에 들면 그 이후로는 자신이 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더 순위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진수 원장은 "어릴 때부터 체계적인 코스를 밟았기 때문에 세계 톱10까지 노릴 재목"이라며 "스리차판이나 니시코리의 주니어 시절과 비교해도 뒤질 것이 전혀 없다. 테니스계가 합심해서 정현을 테니스계의 박태환으로 만들어내도록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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