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가을 잔칫상 서둘러 먹다가 체한 LG

입력 2013.10.16 (22:19)

수정 2013.10.16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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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만에 화려한 가을 잔칫상을 받은 프로야구 LG 트윈스가 서둘러 젓가락을 내밀었다가 그만 체하고 말았다.

LG는 1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막을 올린 두산 베어스와의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 1차전에서 성급한 타격으로 결정적인 찬스를 놓쳤다.

이날 양팀의 명암은 LG 타선이 두산 선발 노경은을 얼마나 일찍 마운드에서 끌어내리느냐에 따라 갈릴 판이었다.

준 PO에서 넥센 히어로즈와 5차전까지 가는 혈투를 치르고 PO에 올라온 두산은 노경은의 호투가 절실했다.

노경은이 초장에 무너진다면 준 PO에서 불펜을 많이 소모한 두산으로서는 1차전부터 난감한 상황을 맞기 때문이다.

열흘간 휴식을 취하고 경기에 나선 LG는 이점을 노려 노경은을 초반에 괴롭히는 전략으로 나서야 했으나 도리어 도움을 줬다.

2-2로 맞선 3회 LG는 선두 박용택의 출루로 득점 기회를 잡았다.

박용택은 풀 카운트 끝에 볼넷을 골라 1루를 밟은 뒤 후속 이병규(등번호 7번) 타석 때 초구에 2루를 훔쳐 1루 응원석을 후끈 달궜다.

볼을 남발한 노경은에게서 이병규도 볼넷을 얻어 무사 1,2루 찬스로 연결했다.

베테랑 좌타자 이진영과 흔들리던 노경은의 승부는 초반 분위기를 가를 중요한 대결이었다.

그러나 이진영은 거푸 볼넷을 내준 노경은의 초구 직구(시속 143㎞)를 잡아당겨 2루수 병살타로 찬물을 끼얹었다.

2사 3루에서 들어선 정성훈도 노경은의 초구 포크볼(시속 137㎞)에 손을 대 유격수 땅볼로 물러나며 기회를 날렸다.

단기전에서 앞서가는 것과 쫓아가는 것의 차이는 물어보나마나다.

11년 만에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은 LG로서는 주도권을 잡아 편안하게 자신들의 페이스로 끌고 갈 찬스를 허무하게 놓친 셈이 됐다.

실점 위기를 넘긴 노경은은 5회까지 단 71개의 공으로 덤비는 LG 타선을 쉽게 요리했다.

3루수 정성훈의 포구 실책으로 1점을 줘 2-3으로 뒤진 7회말 공격에서도 LG는 아쉬움을 남겼다.

리드를 잡은 두산은 선발 노경은을 내리고 정규리그 LG를 상대로 가장 잘 던진 홍상삼을 마운드에 올렸다.

홍상삼은 올해 LG전에서 1승 1패 1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1.88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날 지나친 부담 탓인지 홍상삼은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첫 타자 김용의에게 원바운드 볼을 던지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1사 후 윤요섭에게 직구를 원바운드로 내리꽂는 등 스트레이트 볼넷을 주고 위기를 자초했다.

구속은 시속 148㎞까지 나왔으나 분위기에 압도당한 홍상삼은 스트라이크 존을 훨씬 벗어난 볼을 많이 던졌다.

홍상삼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면 다른 결과를 바랄 수도 있었지만 1사 1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손주인은 1볼 1스트라이크에서 3구째를 잡아당겨 유격수 병살타로 물러나며 기회를 그르쳤다.

LG 타자들은 볼 카운트에 상관없이 좋은 공이 오면 참지 않고 스윙하는 적극적인 성향을 보였다.

생각할 틈을 주지 않고 상대를 정신없이 몰아치는 것이 좋을 때도 있지만 찬스도 드물뿐더러 공 1개에 희비가 갈리는 단기전에서는 더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숙제를 LG는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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