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판 람바다 재현’ 추억의 장사 대결

입력 2013.12.03 (14:52)

수정 2013.12.03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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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대한민국 최고의 스포츠 스타로 각 시대를 대표하던 장사들이 '스타씨름대전'에서 올드팬의 향수를 자극하는 명승부를 펼쳤다.

'털보 장사' 이승삼(52) 창원시청 감독은 현역 시절 영원한 맞수로 불리던 손상주(51) 대한씨름협회 전무이사와의 대결을 앞둔 3일 전남 화순 하니움 문화스포츠센터에서 "현역 감독인 내가 운동을 쉰 손 전무에게 지겠느냐"며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손 전무이사는 이 감독을 향해 "장사를 3번밖에 못 해본 (이)승삼 형님은 나한테 상대가 안 된다"며 모래판에 오르기 전부터 입심 대결을 펼쳤다.

이 감독과 손 전무는 1980년대 초반을 대표하는 1세대 한라장사들이다.

이 감독은 '뒤집기의 달인'으로 통했다.

수염으로 뒤덮인 얼굴, 상대방의 몸 아래쪽으로 파고드는 번개같은 뒤집기는 현역 시절 이 감독의 상징이었다.

손 전무는 이 감독의 맞수였다. 손 전무는 1980년대에 한라장사 9번, 금강장사 7번을 차지했다.

손 전무는 현역 시절 쓰러질 듯하면서도 좀처럼 쓰러지지 않다가 경기를 뒤집는 승부근성으로 '오뚝이 장사'로 불렸다.

1980년대 중반 한라급 타이틀을 독식하던 두 선수가 모래판 위에 올라서자 추억에 잠긴 팬들의 큰 박수가 터져나왔다.

손 전무에게 먼저 한 판을 내준 이 감독은 두 번째 판에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뒤집기 공격을 성공했다.

이어 3번째 판은 잡채기로 따낸 이 감독은 20여년 만의 라이벌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이날 각자의 시대를 대표하는 장사들이 상대를 넘어뜨릴 때마다 관중들은 당시의 향수에 빠졌다.

1980년대 후반 현란한 기술을 앞세워 한라장사 6번을 차지하고 '기술 씨름의 달인'이라는 칭호를 받은 이기수(46·사업)는 2000년대 역대 한라급 최다 우승 기록(20회)을 세운 김용대(37·자영업)와 맞붙었다.

이기수는 9살 어린 김용대에게 뒤집기를 허용하고 아쉬움에 혀를 내둘렀다.

1990년대 중반 백두장사 2번을 차지한 스타 박광덕(41·사업)은 1980년대 후반∼90년대 초반을 아우르는 2세대 씨름의 주역 '불곰' 황대웅(43·사업)을 제압하고 특유의 '람바다 춤'을 선보여 관중의 폭소를 끌어냈다.

2000년대 중후반, 프로씨름의 마지막 황금세대를 누린 황규연(38·현대삼호중공업 코치)과 이태현(37·용인대 교수)의 대결은 이날 은퇴선수들의 승부 중에서 가장 힘이 넘쳤다.

1990년대 후반부터 지난해 추석장사씨름대회까지 총 16번 장사를 차지한 모래판의 귀공자 황규연은 1994년부터 2010년까지 총 20차례나 백두봉 정상에 오른 '터프가이' 이태현을 들배지기와 되치기로 제압했다.

단체전으로 열린 이날 경기는 이승삼, 이기수, 황규연 등이 이끈 백호팀이 손상주, 박광덕, 이태현 등의 청룡팀을 8-6으로 꺾었다.

씨름협회는 과거 씨름의 영광시대를 이끌던 선수들의 경기를 통해 씨름의 인기를 되살리고자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일부에서 승부조작 사건이 드러나 홍역을 치르는 씨름협회는 이날 대회 개막에 앞서 박승한 회장을 비롯한 협회 임직원, 심판, 선수 등이 참여하는 자정결의대회를 열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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