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름계가 이만기·강호동 이후 모래판을 주름잡을 새로운 스타의 출현을 고대하고 있다.
그러나 씨름인들은 대한씨름협회가 스타 발굴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아 갑갑해하고 있다.
3일 전남 화순 하니움문화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13 씨름왕중왕전 스타씨름대전에는 현역 선수와 은퇴한 선수들이 함께 팀을 이뤄 단체전 이벤트 경기를 치렀다.
'뒤집기 달인' 이승삼, '오뚝이 장사' 손상주, '기술씨름의 달인' 이기수 등 1980년대부터 90년대 후반까지 시대를 풍미하던 씨름 스타들이 나이를 잊은 듯 활기찬 대결을 펼쳐 관중의 향수를 자극했다.
이들의 경기가 펼쳐질 때 체육관은 마치 시간이 그때로 돌아가기라도 한 것처럼 뜨거운 응원으로 가득했다.
이날 '레전드' 선수들은 현역 선수들과 함께 팀을 이뤘다.
2012년을 휩쓴 백두장사 윤정수(현대삼호)나 꽃미남 금강장사 최정만(현대삼호) 등 현재의 스타들이 모래판에 올랐으나 이들을 알아보는 관중은 드물었다.
현역 선수들의 경기 때보다 오십 줄을 넘어선 올드 스타들의 경기에 응원소리가 더 커지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경기장을 찾은 관객들은 "이만기, 강호동 이후 현역 씨름선수들의 이름은 알지 못한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팬들의 '씨름 달력'이 과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역 시절 '털보 장사'로 이름을 날리며 3차례 한라장사에 오르고 현재 창원시청 씨름단의 지휘봉을 맡는 이승삼 감독은 "올 시즌 3개 대회 연속 백두장사에 오른 정경진(창원시청)과 내가 함께 있으면 팬들이 나만 알아본다"며 고마움과 미안함이 교차하는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오랜 시간 이어지는 팬들의 사랑은 고맙지만, 이제는 제자가 누려야 할 인기를 스승이 빼앗는 것 같아 미안하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지만 대한씨름협회의 의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달린다.
협회는 과거 씨름의 영광시대를 이끌던 선수들의 경기를 통해 씨름의 인기를 되살리고자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
그러나 씨름 최고의 스타인 이만기·강호동은 모래판 위로 불러오지 못해 '알맹이 없는 행사'를 준비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현역 선수 중에도 스타 기질이 다분한 선수들이 많다.
백두급의 라이벌인 윤정수, 이슬기(이상 현대삼호중공업), 정경진(창원시청), 대학생에다 한라급(110㎏이하)이라는 어려움을 딛고 백두급(150㎏ 이하) 형님들을 상대로 천하장사에 도전하던 최성환(동아대) 등은 독특한 외모에 말재주까지 갖춰 스타성이 충분하지만, 아직 미완의 스타일 뿐이다.
협회는 최근 불거져나온 승부조작 사건에 대응하는 데에 진땀을 빼고 있다.
인기 재건의 필수 조건인 '스타 발굴'이나 씨름계의 오랜 숙원 '씨름 프로화'는 마냥 제자리걸음이다.
씨름협회 박승한 회장은 "협회에서 16개 시·도를 순회하며 선수와 팀에게 미디어대응법 등을 교육해 선수들의 스타성을 키우겠다"며 대책을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홍보에 대한 필요성이나 프로화에 대한 씨름인들의 갈망 등을 잘 이해하고 있다"며 "당장 성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꾸준히 진척시키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