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민, 2점포에 도루까지…‘2익수’ 부활?

입력 2014.03.20 (16:53)

수정 2014.03.20 (19:39)

KBS 뉴스 이미지
고영민(30)이 두산 베어스 2루수 경쟁에 뛰어들었다.

고영민은 2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프로야구 시범경기서 1-0으로 앞선 5회말 무사 1루, 상대 왼손 선발 송창현(25)의 3구째 바깥쪽 높은 139㎞짜리 직구를 공략해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2점 홈런을 쳤다.

이번 시범경기 7번째 타석에서 때린 첫 안타가, 홈런으로 이어졌다.

고영민이 1군 무대에서 홈런을 친 건 지난해 정규시즌 4월 9일 부산 사직 롯데 자이언츠와 경기 이후 345일 만이다.

고영민은 7회에는 볼넷으로 출루해 2루 도루에 성공하고, 포수 송구 실책을 틈타 3루까지 도달하는 기민한 주루를 선보였다.

이날 고영민은 3타수 1안타(1홈런) 2타점 1볼넷 1도루로 활약했다.

12홈런·36도루를 기록했던 2007년 고영민의 모습이 떠올랐다.

홈런포가 침묵했던 시간만큼, 고영민은 깊은 절망감과 싸워야 했다.

2002년 2차 1라운드 전체 9순위로 두산에 입단한 고영민은 2006년부터 주전 2루수로 뛰었다.

지금은 많은 2루수가 시도하는 우익수쪽 깊은 수비를 처음 선보여 '2익수'라는 신조어를 낳기도 했다.

고영민은 타고난 수비력과 뛰어난 주루, 수준급 타격으로 국가대표에 뽑혔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수확했다.

하지만 2009년부터 허리 부상에 이은 부진으로 고전했고, 오재원(29)과 허경민(24), 최주환(26) 등 2루수 경쟁자가 등장하면서 점점 설 자리를 잃었다.

지난해에는 1군에서 단 10경기만 뛰었다.

고영민은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땀을 흘렸고, 송일수 두산 감독은 고영민을 '1군 전력'으로 꼽았다.

고영민은 18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경기를 앞두고 1군에 등록했고, 당일 선발 출전해 2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19일 NC전에서는 교체출전해 2타수 무안타로 물러났다.

20일 한화전을 앞두고 송일수 두산 감독은 "고영민이 오늘 2루수로 선발출전한다"고 알리며 "빨리 경기감각을 끌어올리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사령탑의 바람에 고영민이 홈런과 도루로 화답했다.

고영민은 경기 뒤 "배트 스피드는 한참 좋았을 때 수준으로 올라왔다"며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는 게 관건이라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오늘 홈런이 나왔고 수비와 주루도 무리 없이 소화했다"고 말했다.

고영민은 아직 '주전 2루수 자리'를 확보하지 못했다.

자신의 재기를 위해 노력해 준 은인이 많지만 아직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정말 고마운 분이 많지만 지금 내 상황에서 인사를 전하면, 의미가 퇴색될 수도 있을 것 같다"며 "내가 제대로 자리를 잡고 난 후에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하지만 단 한 명, 아들 태원군을 향해서는 "열심히 하겠다"고 약속했다.

고영민은 "40개월 된 아들 태원이가 공을 던져주면 꽤 힘있게 친다"고 웃으며 "당당한 아버지가 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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