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 정근우 “베이스에 손 닿는 순간 울컥”

입력 2014.07.31 (18:30)

수정 2014.07.31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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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가까이 쉴 새 없이 베이스를 훔쳐온 '대도'조차 전인미답의 대기록을 세웠을 때는 남다른 기분을 느꼈다고 한다.

프로야구 사상 최초 9년 연속 20도루의 주인공 정근우(32·한화 이글스)는 31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넥센 히어로즈전을 앞두고 "데뷔 이래 1호 기록은 처음이라 그런지 2루 베이스에 손이 닿는 순간 울컥했다"고 대기록의 순간을 돌아봤다.

정근우는 하루 전날인 30일 넥센전에서 1회초 2사 후 중전 안타로 출루한 뒤 김태균의 타석 때 발동을 걸어 2루에 안착했다.

SK 소속으로 프로 2년차이던 2006년 45도루를 기록한 이래 올해까지 9년 연속으로 20개 이상의 도루를 기록하는 순간이었다.

은퇴한 전준호, 정수근과 현역 김주찬(KIA), 이종욱(NC)은 8년 연속 20도루를 기록 중이고 올 시즌 각 15, 12번 도루에 성공했다.

정근우는 "두 선수는 9년 연속 20도루에 큰 욕심이 없었는지 많이 시도를 안 하더라"면서 "저는 올해 목표 중 하나였다. 아내와 올 시즌 시작 전에 이 기록을 이야기했는데 아내가 어제 많이 좋아했다"며 웃었다.

지금까지 프로 통산 290번 도루에 성공한 그이지만 갈수록 도루하기가 쉽지 않다고도 털어놨다.

정근우는 "투수들의 퀵모션이나 견제 능력이 좋아졌다"며 "제 반사신경이 예전만 못한 느낌도 든다. 옛날엔 겁 없이 뛰었다면 지금은 생각이 많아지고 불안하기도 하다"고 점차 어려워지는 '작업 환경'을 솔직하게 고백했다.

그럼에도 그는 "매년 도루 20개는 제 자존심이라 생각하고 있다"며 "언젠가는 끊기겠지만 최소한 2∼3년은 더 이어가고 싶다"며 웃었다.

2006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부터 시작해 201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까지 줄곧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았던 정근우는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로 발탁되지 못했다.

언제부턴가 국가대표팀의 2루에는 거의 항상 정근우가 있었기에 그가 없는 대표팀은 다소 어색하다.

정근우는 "올해는 제 성적이 많이 부족하다"면서 "예전에 조성환 선배와 국가대표 2루수를 놓고 경쟁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때 형의 마음이 이랬을까 하고 이해가 된다"며 어느덧 훌쩍 중견이 돼 후배들과 경쟁하는 자신을 돌아봤다.

그러면서도 "사실 제 성적도 나쁘지는 않은데 올해는 다른 후배들이 정말 잘해서 5월에 일찌감치 골든글러브에 대한 마음을 비웠을 정도"라고 말하며 대표팀에 뽑힌 후배들의 선전을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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