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인간 이등병 “각목 구타 당해”…군 은폐 의혹

입력 2014.11.11 (06:17)

수정 2014.11.11 (14:18)

<앵커 멘트>

군에서 뇌출혈로 쓰러져 2년 가까이 식물인간 상태였던 이등병이 극적으로 깨어났습니다.

더 놀라운 건 군 수사에서 단순 뇌출혈 환자로 처리됐던 이등병이 자신은 구타를 당했다며 주장하며 폭행 병사들의 이름과 정황을 구체적으로 폭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군의 은폐 의혹이 일고 있습니다.

이영풍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구상훈 씨가 군에 입대해 육군 15사단에 배치된 건 지난 2012년초.

불과 19일 만에 뇌출혈로 쓰러져 의식없이 호흡만 해왔습니다.

구 씨는 지난해 기적적으로 의식을 찾고 실신 당시를 떠올렸습니다.

1년 7개월간 식물인간으로 지냈던 구상훈 씨는 어눌한 말투로 당시 상황을 사실대로 말해달라고 합니다.

<녹취> "사실대로 말해줘"

<인터뷰> 구상훈 : "(무엇으로 때렸습니까?) 각목 (어디를 때렸습니까?) 머리 (뭐라고 하면서 때렸습니까?) 기합"

특히 폭행을 했다는 선임병사 2명의 이름과 구타 장소를 구체적으로 진술했습니다.

<인터뷰> 구상훈 : "(누가 때렸습니까?) 000, 000 (어디로 끌고 갔습니까?) 연병장 위에, 연병장 위에."

군 수사는 허술했습니다.

사건 당일 구 씨의 뒤통수에선 큰 상처가 발견됐습니다.

가족들이 구타 의혹을 제기했지만, 군은 욕창이라며 조사도 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박영현(구상훈 어머니) : "우리 아들 구타한 거 아니냐고 그랬을 때는 부인하셨어요."

취재진은 구상훈 씨가 가해자로 지목한 제대 병사를 만났습니다.

당시 집단 설문 외에 직접적인 조사를 받지 않았던 이 선임병사는 구타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인터뷰> 구타 가해 지목 선임병사 : "구타나 가혹행위 본 적도 없고 한 적도 없어요."

당시 15사단 관계자들은 KBS 취재진에, 뒤통수 상처가 욕창이라는 군의관의 말에 따라 수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군의관의 진술조서는 받지 않았습니다.

또 실신 당시 상황과 이동 경로에 대한 군 수사기록과 관련 병사들의 증언도 엇갈려 사건 은폐 의혹도 커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영풍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KBS 뉴스 이미지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