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첫 우승 도전 넥센, 영웅적인 시즌

입력 2014.11.11 (22:22)

수정 2014.11.11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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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창단 후 첫 한국시리즈 우승의 꿈은 날아갔지만, 넥센 히어로즈에는 꿈과 같은 시즌이었다.

훗날 2014년 프로야구는 4년 연속 통합 우승팀 삼성 라이온즈보다는 프로야구 역사에 길이 남을 기록들을 쏟아낸 넥센 히어로즈의 '영웅적인' 시즌으로 기억될 것이다.

넥센 히어로즈는 국내 프로야구 1군 무대에서 뛰는 9개 구단 중 유일하게 모기업이 없는 구단이다.

넥센을 제외한 8개 팀이 구단 명칭 앞에 붙는 기업 이름이 모기업인 것과는 달리 넥센 히어로즈에서 '넥센'은 모기업이 아니다.

히어로즈라는 독립된 야구단을 운영하고 넥센타이어로부터 광고료를 받아 넥센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네이밍 스폰서' 전략에 따라 탄생한 팀 명칭이 바로 넥센 히어로즈다.

재정적인 뒷받침을 해줄 모기업이 없는 히어로즈는 초창기에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어려운 살림살이에 선수들의 연봉을 깎는 것은 예사였고, 아예 주전급 선수들을 팔아치워 구단 운영비를 마련하기도 했다.

구단의 존립 자체가 불투명했던 시기에 성적은 언감생심이었다.

히어로즈는 창단 첫해인 2008년부터 5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하는 암흑기를 보냈다. 2011년에는 51승 2무 80패로 창단 첫 최하위의 굴욕도 맛봤다.

그러나 히어로즈는 조금씩 팀의 기틀을 잡아나가기 시작했다.

주전급 선수들을 내주고 데려온 선수들이 히어로즈에서 자리를 잡으며 기량을 꽃피우기 시작했다.

지금의 메인 스폰서인 넥센타이어와 계약을 맺은 것을 비롯해 각종 단체로부터 광고료 수입을 확보하며 최대 난제였던 재정 문제도 서서히 안정되기 시작했다.

'지략가' 염경엽 감독의 부임은 히어로즈에 또 하나의 전환점이었다.

염 감독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각자의 역할을 확실하게 알리고 그에 맞는 훈련을 진행했다.

다른 구단들이 포지션별 무한 경쟁을 강조한 것과 달리 선발부터 마무리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역할을 확실히 하고 그 매뉴얼에 따라 훈련 효과를 극대화했다.

자신의 역할을 분명하게 인식한 선수들은 코치진에게 보여주기 위한 훈련이 아니라 자신에게 필요한 훈련을 소화하며 기량을 키워나갔다.

지난해 히어로즈는 염 감독과 함께 마침내 창단 첫 포스트 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올해 넥센은 여기서 한 단계 더 진화했다. 서건창, 박병호, 강정호, 앤디 밴헤켄 등의 기량이 만개하면서 넥센은 올 시즌 가장 화려한 야구를 펼치는 팀으로 거듭났다.

서건창은 한국 프로야구 33년 동안 누구도 오르지 못한 한 시즌 200안타의 고지를 밟았다. 내년 시즌부터 경기 수가 144경기로 늘어난다고 해도 서건창의 기록은 당분간 깨지기 어려운 대기록으로 평가받는다.

박병호는 11년을 기다린 50홈런 시대를 열어젖혔고, 강정호는 유격수 최초로 40홈런을 쏘아 올렸다. 밴헤켄은 2007년 다니엘 리오스(22승) 이후 7년 만에 20승 투수의 반열에 올라섰다.

거론되기만 해도 영광인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후보가 넥센에는 4명이나 됐다.

넥센은 화끈한 공격 야구를 앞세워 올 시즌 종반까지 선두 삼성 라이온즈와 치열한 선두 경쟁을 이어간 끝에 정규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포스트 시즌에서도 지난해의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고 LG를 3승 1패로 제압하며 대망의 한국시리즈 티켓을 따냈다.

한국시리즈에서 비록 통합 우승 4연패를 달성한 삼성의 관록을 넘어서지 못하고 시리즈 전적 2승 4패에 그쳐 창단 첫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기는 했지만, 넥센이 이뤄낸 성취는 모기업이 있는 다른 야구단에는 충격적인 결과였다.

야구인들을 놀라게 한 넥센의 질주는 어쩌면 지금부터가 진정한 시작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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