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호가 출범한 뒤 한국 축구에서 가장 신선하게 부각된 공격수는 남태희(23·레퀴야SC)였다.
남태희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카타르 리그에서 활동하던 시절 이웃사촌이었다는 사실 때문에 화제를 모았다.
슈틸리케 감독이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국 선수들의 근면성을 강조하며 남태희를 직접 거명하면서 '황태자'로 낙점됐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돌았다.
한국 축구는 올해 브라질 월드컵 본선을 치러내는 과정에서 실력이 아닌 친분으로 선수가 선발됐다는 맹목적 의리 논란에 휘말렸다.
그 때문에 변화를 기치로 내걸고 출범한 슈틸리케호에서 황태자 얘기는 사실 껄끄럽기 짝이 없는 주제 가운데 하나다.
남태희는 29일 대표팀의 아시안컵 준비 캠프가 차려진 호주 시드니의 매쿼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황태자가 맞느냐'는 물음에 말없이 멋쩍은 미소로 답했다.
손사래부터 치던 그는 "잘하라는 격려"라며 "황태자라는 말이 나오면 나로서는 그에 걸맞게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도록 더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남태희는 슈틸리케호에서 맹목적인 선택을 받는 선수가 아니라 기술적, 전술적으로 특별한 가치를 지닌 선수임을 최근에 이미 입증한 공격수다.
그는 슈틸리케 감독의 데뷔전이던 지난 10월 파라과이와의 평가전에 선발로 출전해 자신의 A매치 데뷔골을 터뜨리며 한국의 승리를 견인했다.
같은 달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 11월 요르단과의 평가전에도 선발로 출전했고 이란과의 평가전에는 교체카드로 투입됐다.
남태희는 이들 경기에서 손흥민(레버쿠젠), 이청용(볼턴) 등 간판스타들의 파괴력을 키워주는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남태희의 장점은 간결하고 정확하게 볼을 터치한 뒤 빠르게 상대를 제치고 위험지역을 돌파하는 드리블이다.
최근 평가전 과정에서는 동료와의 절묘한 호흡, 상대의 허를 찌르는 킬러 패스 등 새로운 면모를 선보여 팬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슈틸리케 감독은 남태희, 조영철(카타르SC), 김민우(사간도스)처럼 활동량이 많고 기술이 좋아 상대를 끌고 다니는 선수를 선호하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번 아시안컵에서는 이동국(전북 현대), 박주영(알샤밥), 김신욱(울산 현대) 등 간판 스트라이커들이 모두 제외돼 남태희에 대한 기대가 더 커지고 있다.
개인의 득점력에 의존하지 않고 전술로 골을 짜내야 하는 상황에서 공격진의 유기적 호흡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남태희는 "측면으로, 중앙으로, 동료 공격수와 활발히 자리를 이동하라는 점을 감독님이 평소 강조하신다"며 "공격 때 꼭 마무리를 찍는 장면을 자주 연출하고 싶다"고 말했다.
'카타르 메시'로 불리는 남태희는 아랍에미리트에서 활약하는 이명주(알아인), 독일 빅리그에서 뛰는 구자철(마인츠) 등 공격형 미드필더들과 주전 경쟁에 들어간다.
남태희는 "아시안컵에 처음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된 사실 자체가 일단 기쁘다"며 "어렵게 찾아온 이 기회를 잘 살리도록 힘을 다하겠다"고 당찬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