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과 기적을’…OK저축이 부른 희망가

입력 2015.04.01 (21:14)

수정 2015.04.01 (21:14)

'We Ansan!' '기적을 일으키자!' '안산에 용기를!'

경기도 안산 상록수체육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대형 글귀들이다.

연고지 안산을 가슴에 품은 프로배구 남자부 OK저축은행이 홈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을 등에 업고 1일 챔피언결정전 3차전을 승리로 장식하며 새 챔피언으로 등극했다.

창단한 지 두 시즌밖에 되지 않은 OK저축은행은 올 시즌을 앞두고 쿠바 출신 특급 센터 로버트랜디 시몬을 영입하며 전력을 수직 상승시켰다.

시몬과 송희채·이민규·송명근 등 '경기대 트리오'의 조화가 OK저축은행을 강팀으로 만든 것은 사실이지만, 연고지에 밀착하려는 구단의 노력이 없었더라면 프로팀으로서의 가치는 덜했을지도 모른다.

안산은 지난해 4월, 지워지지 않을 아픔인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 대다수가 살았던 도시다.

지역 주민들이 슬픔에 잠겨 있던 지난해 7월 OK저축은행은 '우리는 안산이다'는 의미의 새 슬로건 'We Ansan!'을 발표했다.

최선의 경기와 창단 2년차 우승이라는 기적을 안산 시민과 함께하겠다는 취지였다.

슬로건의 'We'와 'An'을 같은 붉은색으로 칠해 '위안'이 되겠다는 의지도 다졌다.

그러면서 OK저축은행은 매년 안산 지역 초등학교 1학년 입학생 전원에게 학용품을 지원하기로 했다.

어린 학생들이 지역민으로서 자부심을 느끼도록 하겠다는 OK저축은행의 결단으로 지난해 초등학교 1학년생 7천200여명이 학용품을 전달받았다.

그뿐만 아니었다. 꾸준히 지역 내 학교를 돌며 배구교실을 열어 온 OK저축은행은 지난해 연말을 맞아 선수단 승리수당 일부를 모은 성금 1천만원을 안산 저소득층을 위해 기부했다.

올해 초에는 모기업을 상징하던 기존 엠블렘을 아예 'We Ansan!'으로 바꾸면서 안산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정규시즌 2위라는 빼어난 성적에 더해진 끈질긴 구애 덕분일까.

챔피언결정전 3차전이 치러진 1일 오후엔 경기 시작 몇 시간 전부터 입장권을 구하려는 안산 시민의 줄이 체육관 앞으로 길게 이어졌다.

2013-2014시즌 임시 거처로 지내다가 지난해 초 공식 연고 협약을 맺은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안산 시민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노란색 OK저축은행 유니폼으로 안산 거리를 물들였다.

안산시는 한 술 더 떠서 안산 단원구 와스타디움 인근에 6천∼8천석 규모의 새 배구장을 지어 현재 좌석이 2천280석에 불과한 상록수체육관을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이날, 프로배구 최강 명가 삼성화재의 챔프전 8연패 도전은 OK저축은행의 벽에 가로막혀 무위로 돌아갔다.

OK저축은행은 안산 시민과 함께 정상에 올랐고, 창단 2년차 우승이라는 기적의 동화는 그렇게 현실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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