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진출에 도전하는 박병호(29·넥센 히어로즈)가 이대호(33·소프트뱅크 호크스)와 경쟁구도가 그려지는 상황에 "현재로서 말씀을 드리기가 어렵다"며 조심스러워 했다.
박병호는 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국과 쿠바 야구 대표팀 간 친선경기인 '2015 서울 슈퍼시리즈' 기자회견에서 이대호의 메이저리그 진출 도전 선언과 관련한 질문들에 이같은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KBO리그의 4년 연속 '홈런왕' 박병호는 전날 KBO를 통해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을 공식 신청했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향한 첫 걸음이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활약하며 올 시즌 일본시리즈 최우수선수(MVP)로도 선정된 이대호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대표 강타자이자 1루수인 수비 포지션도 같은 두 선수가 동시에 메이저리그 진출에 도전한다는 점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박병호는 상황을 섣부르게 판단하지 않았다.
박병호는 "포스팅과 관련해서는 제가 드릴 말씀이 없다. 이대호 선수와는 어렸을 때 상대팀으로서 경기를 해봤고, 대표팀에서는 이번에 처음 만났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타자이기 때문에 많이 배울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선의의 경쟁이 중요한 건 아닌 것 같다"고 강조하면서 "저도 배울 것을 배우면서 각자의 역할을 잘해서 좋은 성적을 내는 데 집중하는 게 맞는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는 이유도 설명했다.
박병호는 "이대호 선수는 자유계약(FA) 신분이지만, 저는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해) 포스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아직 결정된 게 하나도 없다. 그래서 말씀드리기가 어렵다. 결정이 다 되면 그때 말씀드리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밝혔다.
당장 박병호에게 중요한 것은 오는 4·5일 열리는 슈퍼시리즈, 그리고 오는 8일 개막하는 야구 국가대항전 '프리미어 12'다. 슈퍼시리즈는 프리미어 12를 앞두고 대표팀이 전력을 가다듬는 경기이기도 하다.
박병호는 이대호, 김현수 등과 함께 대표팀의 중심타선을 맡을 전망이다.
박병호는 "개인적으로 쿠바와 경기하는 게 처음"이라며 "쿠바 야구는 말 그대로 최강 야구라고 들었고 지켜봐 왔다. 이번 경기가 프리미어 12를 앞두고 점검하는 의미도 있지만, 배울 것을 많이 배웠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많은 관중이 오실 텐데 두 팀 다 최선을 다 해서 좋은 경기를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슈퍼시리즈 경기가 시즌 후 떨어졌던 경기감각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했다. 박병호는 "감각이 떨어진 부분이 있는데, 그런 점에 초점을 맞춰서 양팀 다 부상 없이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쿠바 투수를 처음 상대하다 보니 "구질이나 공의 움직임을 잘 모르고 있다"면서 "내일 그런 것을 점검하면서 타격할 수 있게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국내 최초의 돔구장인 고척스카이돔의 첫인상도 전했다. 그는 "일단 정말 잘 지었다고 생각한다. 오늘 연습을 처음 해봤는데 시설 등 선수들이 야구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처럼 야구장 발전이 계속 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2014년 쿠바리그 MVP 출신인 투수 요스바니 토레스는 "이번 경기에서 깨끗하고 모두가 즐기는 경기 하도록 노력하겠다"며 "한국의 타자가 어떤 사람이건 좋은 경기를 보여주고 싶다"고 소감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