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 대표팀이 4번 타자 후보인 이대호(33)와 박병호(29)의 타격감 회복을 확인하지 못한 채 일본행 비행기에 오른다.
일본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빛나는 이대호는 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5 서울 슈퍼시리즈 쿠바 대표팀과의 2차전에 4번 지명 타자로 선발 출전해 두 타석만 소화하고 5회초 타석 때 김현수와 교체됐다.
일본시리즈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지난 3일 대표팀에 합류한 이대호는 1차전에서 경기 중반 대타로 출전해 1타수 무안타에 그친 뒤 이날 하루 만에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아직 정상 컨디션은 아닌 듯 '조선의 4번 타자'라는 명성에 걸맞은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다.
1회초 2사 3루에서 첫 타석을 맞은 이대호는 볼 카운트 2볼-2스트라이크에서 상대 선발 요스바니 토레스의 몸쪽 138㎞짜리 직구에 타구가 먹혀 내야 뜬공에 그쳤다.
이대호는 3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는 3구 삼진으로 힘없이 물러났다. 이대호는 이후 5회초 2사에서 세 번째 타석을 맞을 예정이었으나 대타 김현수로 교체되며 경기를 마감했다.
일본시리즈에서 당한 부상 후유증이 여전한 듯 보였다. 이대호는 일본시리즈 5차전 9회 타석에서 몸쪽으로 날아오는 공을 피하다가 오른 손바닥에 공을 맞았다. 이때 당한 부상이 완치되지 않아 통증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김인식 대표팀은 감독은 경기 전 "이대호의 상태가 여전히 좋지 않지만, 본인이 경기에 나가서 컨디션을 점검하고 싶어한다"며 선발 출전을 허락했지만 타석에서 호전되는 모습이 보이지 않자 교체를 지시했다.
대표팀이 그리는 가장 좋은 그림은 이대호와 박병호가 4번 타자 자리를 놓고 치열한 자존심 경쟁을 펼치면서 전체적인 타선의 힘도 동반 상승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바람과는 달리 이대호가 손바닥 통증으로 고전하고 박병호 역시 두산 베어스와의 준플레이오프 이후 실전을 치르지 않은 탓인지 타격감이 뚝 떨어진 상태라 대표팀은 타선의 기둥을 잃고 고민에 잠기게 됐다.
전날 1차전에서 삼진 3개 포함 4타수 무안타에 그친 박병호는 이날도 삼진을 두 차례나 당했다. 직구에는 어느 정도 대응이 됐지만 변화구에는 전혀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다행히 4회초 두 번째 타석에서 이번 슈퍼시리즈 첫 안타를 쳐내긴 했으나 고척스카이돔 역사에 남을 첫 대포를 기대했던 관중들의 응원에 보답할 만한 호쾌한 홈런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아쉬운 결과지만 박병호는 처음 국가대표에 뽑힌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평가전에서는 주춤하다 대회를 시작하자 타율 0.316, 2홈런, 5타점으로 활약했다.
올해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에서도 타율 0.364, 2홈런, 4타점을 기록하며 단기전에서도 강한 타자임을 입증했다.
김 감독 역시 "박병호 수준의 타자는 평가전 한 두 번으로 평가할 수 없다. 계획대로 준비하면 된다"고 박병호를 향한 깊은 신뢰를 드러냈다.
대표팀은 오는 8일 일본 삿포로돔에서 '숙적' 일본과 프리미어 12 개막전을 치른다. 항상 자기 몫 이상을 해내는 이대호와 박병호의 방망이가 본 대회에서는 춤을 추길 야구팬들은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