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북한, 경제 회생의 조건

입력 2007.01.03 (07:49) 수정 2007.01.03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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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영 해설위원]

북한이 신년 공동사설을 통해 경제강국 건설을 올해 핵심 과제로 내세웠습니다. 공동 사설은 북한 노동당이 결정한 올해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글입니다.

이 글에서 경제회생을 강조한 것입니다.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북한이 올해부터 인민 생활 향상을 위한 경제 부흥책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았습니다. 바람직한 정책 변화로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식 대로’를 고집하고 있어 효과가 있을지 의문입니다.

북한은 핵개발에 진력하느라 문을 걸어 잠그고 외부와 단절된 채 살아왔습니다. 그 결과는 참담한 경제 파탄이었습니다.

외부 지원이 없으면 식량조차 스스로 해결하지 못 할 정도로 농업 기반마저 붕괴된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주민들만 다그친다고 산업 기반이 되살아날 리 없습니다. 핵개발과 군사력 증강에 투입되는 자원 일부를 경제회생에 돌린다 해도 자원 부족을 해결할 수 없습니다.

해법은 따로 있습니다. 근본적인 정책 전환을 시도하는 것입니다. 문을 활짝 열고 국제사회의 도움을 요청하면 북한 경제도 회생할 수 있는 길이 열립니다.

먼저 핵 문제라는 걸림돌을 스스로 걷어내는 결단이 필요합니다. 자력갱생이란 불가능한 수단에 매달려 봤자 경제 회생의 길은 더욱 멀어져 갑니다. 적당히 버티다 보면 인도나 파키스탄처럼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을 것이란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북한은 인도나 파키스탄과 비교할 때 매우 작은 나라입니다. 그만큼 전략적 가치도 떨어집니다. 미국이 핵 확산 방지라는 전략 목표를 버리면서까지 북한과 타협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핵 문제가 진전되지 않는 한 미국은 대북 압박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 것입니다.

가장 효과적인 압박 수단인 금융제재도 북한의 기대와는 달리 쉽게 해제하지 않을 것입니다. 미국은 북한이 핵을 움켜쥐고 있는 한 체제 보장과 경제난 극복을 동시에 얻도록 놔두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핵을 부둥켜안고 경제회생을 부르짖는 것은 공염불에 불과합니다.

북한 당국은 이제 선택해야 합니다. 이왕에 경제 재건에 진력하기로 마음을 굳혔다면 선택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핵을 포기하고 문을 열면 됩니다. 주민들에게 그토록 원하는 쌀밥에 고기국을 얼마든지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 선택을 마다하면 경제회생은 커녕 체제붕괴로 내몰리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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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북한, 경제 회생의 조건
    • 입력 2007-01-03 07:40:01
    • 수정2007-01-03 16:4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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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영 해설위원] 북한이 신년 공동사설을 통해 경제강국 건설을 올해 핵심 과제로 내세웠습니다. 공동 사설은 북한 노동당이 결정한 올해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글입니다. 이 글에서 경제회생을 강조한 것입니다.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북한이 올해부터 인민 생활 향상을 위한 경제 부흥책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았습니다. 바람직한 정책 변화로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식 대로’를 고집하고 있어 효과가 있을지 의문입니다. 북한은 핵개발에 진력하느라 문을 걸어 잠그고 외부와 단절된 채 살아왔습니다. 그 결과는 참담한 경제 파탄이었습니다. 외부 지원이 없으면 식량조차 스스로 해결하지 못 할 정도로 농업 기반마저 붕괴된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주민들만 다그친다고 산업 기반이 되살아날 리 없습니다. 핵개발과 군사력 증강에 투입되는 자원 일부를 경제회생에 돌린다 해도 자원 부족을 해결할 수 없습니다. 해법은 따로 있습니다. 근본적인 정책 전환을 시도하는 것입니다. 문을 활짝 열고 국제사회의 도움을 요청하면 북한 경제도 회생할 수 있는 길이 열립니다. 먼저 핵 문제라는 걸림돌을 스스로 걷어내는 결단이 필요합니다. 자력갱생이란 불가능한 수단에 매달려 봤자 경제 회생의 길은 더욱 멀어져 갑니다. 적당히 버티다 보면 인도나 파키스탄처럼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을 것이란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북한은 인도나 파키스탄과 비교할 때 매우 작은 나라입니다. 그만큼 전략적 가치도 떨어집니다. 미국이 핵 확산 방지라는 전략 목표를 버리면서까지 북한과 타협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핵 문제가 진전되지 않는 한 미국은 대북 압박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 것입니다. 가장 효과적인 압박 수단인 금융제재도 북한의 기대와는 달리 쉽게 해제하지 않을 것입니다. 미국은 북한이 핵을 움켜쥐고 있는 한 체제 보장과 경제난 극복을 동시에 얻도록 놔두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핵을 부둥켜안고 경제회생을 부르짖는 것은 공염불에 불과합니다. 북한 당국은 이제 선택해야 합니다. 이왕에 경제 재건에 진력하기로 마음을 굳혔다면 선택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핵을 포기하고 문을 열면 됩니다. 주민들에게 그토록 원하는 쌀밥에 고기국을 얼마든지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 선택을 마다하면 경제회생은 커녕 체제붕괴로 내몰리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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