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도 ‘양심적 소비’

입력 2008.01.03 (22:19) 수정 2008.01.04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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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자본주의의 희망으로 일컬어지는 공정무역 운동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 두번째 순서로, 오늘은 생산자들이 만든 상품을 합당한 가격을 주고 구매하는 공정무역이 제3세계 빈곤문제를 어떻게 해소하고 있는지 살펴봅니다.

네팔에서 복창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세계의 지붕이라 불리는 히말라야, 이 험준한 산자락 끝 해발 1300미터가 넘는 고원 도시 네팔 카트만두의 한 봉제공장입니다.

여성 직원 30여 명이 쉴새없이 재봉틀을 돌리며 헝겊 필통과 옷 등을 만들고 있습니다.

제3세계 빈곤국 여느 공장과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유럽과 일본 등지로 수출될 공정무역 상품을 생산하는 곳입니다.

공정무역 덕택에 자녀 교육비와 의료 수당 등을 포함해 직원들이 받는 평균 월급은 50달러, 아시아 최빈국인 네팔의 연간 1인당 국민소득이 270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제법 큰돈입니다.

<인터뷰> 사누 머이야 머허르전 : "다른 직장과 달리 일이 없어도 월급이 꼬박꼬박 제대로 나와 좋다. 다른 직장은 안 그런데."

공장 한쪽에 마련된 3평 남짓한 탁아소, 전담 보육사까지 두고 직원들의 자녀를 돌보도록 하고 있습니다.

비록 시설은 열악하지만 다른 공장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곳입니다.

<인터뷰>랄 꾸마리 : "다른 데는 애 데리고 일할 수 없다. 여기는 애기를 돌봐주는 사람도 있고 일하다 수시로 찾아 볼 수 있어 좋습니다."

여기서 생산된 옷과 공예품 등 갖가지 상품들은 네팔의 비영리 공정무역기관인 마하구티를 통해 일본과 이탈리아 등 세계 각국으로 팔려나갑니다.

빈민운동가 툴시 메하르가 23년 전 빈곤 여성 등을 위해 설립한 마하구티.

현재 이곳과 계약을 맺은 네팔 전역의 생산 공동체만 모두 150여 곳에 이릅니다.

<인터뷰> 소날리 (마하구티 매니저) : "네팔에 실업자들이 많습니다. 실업자들을 돕고 사회ㆍ경제적인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 특히 빈곤 여성들의 자활을 목표로 삼아야 합니다."

마하구티가 지난해 공정무역을 통해 벌어들인 돈은 80만 달러, 수익의 대부분은 네팔의 빈곤 여성들을 위한 생활공동체인 '아쉬람' 운영에 쓰입니다.

카트만두에서 차로 1시간, 아쉬람엔 현재 네팔 각지에서 온 백50여 명의 빈곤여성들과 그 자녀들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2년 동안 무료 숙박과 식사, 교육은 물론 봉제와 옷감 짜기 등 기술훈련 기회까지 얻을 수 있습니다.

<인터뷰> 남 사하타 카드카 : "시골에서 왔어요. 그쪽에는 수익이 없어서 기술을 배우러 이곳에 왔어요."

지금까지 이곳을 거쳐간 교육생만 8만여 명에 이릅니다.

<인터뷰> 수닐 (마하구티 사무총장) : "앞으로 소외된 시골 마을에 들어가서 직업 훈련을 시켜서 더 좋은 공정무역 제품을 만들어 경제적 도움을 주고 싶다."

현재 네팔에서는 마하구티를 비롯해 14개 단체가 선진국과 공정무역에 나서고 있지만 국가 전체적으로 볼 때 그 혜택은 아직 미미한 수준입니다.

일회성 자선이 아닌 소비자들의 양심적 구매에 호소하는 공정무역, 히말라야 고산지대의 이 작은 나라에 희망의 싹을 키우고 있습니다.

카트만두에서 KBS 뉴스 복창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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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싸도 ‘양심적 소비’
    • 입력 2008-01-03 21:20:14
    • 수정2008-01-04 15: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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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자본주의의 희망으로 일컬어지는 공정무역 운동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 두번째 순서로, 오늘은 생산자들이 만든 상품을 합당한 가격을 주고 구매하는 공정무역이 제3세계 빈곤문제를 어떻게 해소하고 있는지 살펴봅니다. 네팔에서 복창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세계의 지붕이라 불리는 히말라야, 이 험준한 산자락 끝 해발 1300미터가 넘는 고원 도시 네팔 카트만두의 한 봉제공장입니다. 여성 직원 30여 명이 쉴새없이 재봉틀을 돌리며 헝겊 필통과 옷 등을 만들고 있습니다. 제3세계 빈곤국 여느 공장과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유럽과 일본 등지로 수출될 공정무역 상품을 생산하는 곳입니다. 공정무역 덕택에 자녀 교육비와 의료 수당 등을 포함해 직원들이 받는 평균 월급은 50달러, 아시아 최빈국인 네팔의 연간 1인당 국민소득이 270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제법 큰돈입니다. <인터뷰> 사누 머이야 머허르전 : "다른 직장과 달리 일이 없어도 월급이 꼬박꼬박 제대로 나와 좋다. 다른 직장은 안 그런데." 공장 한쪽에 마련된 3평 남짓한 탁아소, 전담 보육사까지 두고 직원들의 자녀를 돌보도록 하고 있습니다. 비록 시설은 열악하지만 다른 공장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곳입니다. <인터뷰>랄 꾸마리 : "다른 데는 애 데리고 일할 수 없다. 여기는 애기를 돌봐주는 사람도 있고 일하다 수시로 찾아 볼 수 있어 좋습니다." 여기서 생산된 옷과 공예품 등 갖가지 상품들은 네팔의 비영리 공정무역기관인 마하구티를 통해 일본과 이탈리아 등 세계 각국으로 팔려나갑니다. 빈민운동가 툴시 메하르가 23년 전 빈곤 여성 등을 위해 설립한 마하구티. 현재 이곳과 계약을 맺은 네팔 전역의 생산 공동체만 모두 150여 곳에 이릅니다. <인터뷰> 소날리 (마하구티 매니저) : "네팔에 실업자들이 많습니다. 실업자들을 돕고 사회ㆍ경제적인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 특히 빈곤 여성들의 자활을 목표로 삼아야 합니다." 마하구티가 지난해 공정무역을 통해 벌어들인 돈은 80만 달러, 수익의 대부분은 네팔의 빈곤 여성들을 위한 생활공동체인 '아쉬람' 운영에 쓰입니다. 카트만두에서 차로 1시간, 아쉬람엔 현재 네팔 각지에서 온 백50여 명의 빈곤여성들과 그 자녀들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2년 동안 무료 숙박과 식사, 교육은 물론 봉제와 옷감 짜기 등 기술훈련 기회까지 얻을 수 있습니다. <인터뷰> 남 사하타 카드카 : "시골에서 왔어요. 그쪽에는 수익이 없어서 기술을 배우러 이곳에 왔어요." 지금까지 이곳을 거쳐간 교육생만 8만여 명에 이릅니다. <인터뷰> 수닐 (마하구티 사무총장) : "앞으로 소외된 시골 마을에 들어가서 직업 훈련을 시켜서 더 좋은 공정무역 제품을 만들어 경제적 도움을 주고 싶다." 현재 네팔에서는 마하구티를 비롯해 14개 단체가 선진국과 공정무역에 나서고 있지만 국가 전체적으로 볼 때 그 혜택은 아직 미미한 수준입니다. 일회성 자선이 아닌 소비자들의 양심적 구매에 호소하는 공정무역, 히말라야 고산지대의 이 작은 나라에 희망의 싹을 키우고 있습니다. 카트만두에서 KBS 뉴스 복창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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