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외국인 노동자, 권리는 없다

입력 2008.01.10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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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번 화재사고 희생자 40명중 14명은 동포 근로자였습니다.

한가닥 희망을 갖고 온 이들이지만, 힘들고 더럽고 어려운 작업을 도맡아 하면서 기본적인 권리조차 제대로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승준 기자가 이들의 삶을 심층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새벽 4시를 조금 넘긴 시각.

중국 교포 세 명이 찬 공기를 가르며 바쁜 발걸음을 옮깁니다.

일용직 파견업체에 나서기 위해섭니다.

보험이나 퇴직금이 없어도 그날그날 일당을 받는 일용직을 택한 것은 워낙 월급을 떼이는 일이 많아섭니다.

<인터뷰> "(일용직을 선호하는 이유가?) 돈을 제 때 받을 수 있으니까...월급은 못 받는 경우도 많이 있는데..."

파견업체에 이름 석자 적어내는 것으로 오늘 고용 계약은 완료됩니다.

이들이 진출할 수 있는 업종 역시 남자는 건설업, 여자는 식당업으로 한정돼 있어 요즘같은 겨울이나 건설 경기가 없는 때는 일자리 구하는 것 자체가 어렵습니다.

일을 구하는 것만도 감사해야 하는 상황.

기본적인 안전교육은 꿈도 꾸지 못합니다.

<인터뷰> 중국 동포 : "안 받아도 받았다고 해요. 그쪽에서 반장이라는 분이...새로 온 사람이 있으면 집에 가라고해요. 안전 교육을 못 받게 해요."

당연히 기술을 습득하거나 보다 나은 일자리를 꿈꾸는 것은 사칩니다.

<인터뷰> 현장 관리자 : "이들이 아침을 두세그릇씩 먹어요. 왜그러냐고 하면. 저녁을 안 먹기 때문이라고. 돈 아낀다고. 불쌍하죠."

이 공사장의 경우, 교포 근로자가 30% 정도 되지만 맡는 일은 모두가 물을 뿌리거나, 바닥을 쓰는 등 단순 작업이 답니다.

무엇보다 힘든 것은 동포들에 대한 편견.

<인터뷰> 중국 동포 : "무시하는 그런 게 있죠. 중국 동포라고...그런 것이 힘들죠."

고된 작업과 마음고생으로 하루를 마친 이들이 찾는 곳은 중국동포 집단거주시설.

허리도 채 펴기 힘든 이곳에 120명이 넘는 중국 동포들이 다닥다닥 붙어 지친 몸을 누입니다.

조그마한 사업이 꿈인 이광필 씨.

10년이 다 돼 가는 한국 생활을 끝내야 한다는 것이 너무나 안따깝다며 눈물 짓습니다.

<인터뷰> 이광필 : "일하다가 다쳐서 강제퇴거 까지 당하면 얼마나 억울해요. 산재처리도 못받고 법적처리도...수술도 못하고...너무 억울하죠."

지난해 말부터 무연고 방문 취업제, 말그대로 연고가 없는 동포들의 취업이 허가되면서 두세달 사이 만여명의 동포가 쏟아들어온 상황.

그 뒤로 이 씨처럼 이 시설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동포 수도 20% 이상 늘어났습니다.

<인터뷰> 박해성 목사 : "인권유린을 당하고 보상도 받지 못하고 반한감정에 찌들어 가는 아픈 모습들을 보게 됩니다."

이천 참사에서 희생당한 이들의 처지가 남의 얘기 같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인터뷰> 동포 : "나도 그런일을 해봤는데 남의 일이 아니라 내 당한일 같이 생각이 들어요. 저자리에서 나도 저런 일을 당한다 생각하면.. 눈물겹죠."

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일을 도맡고 있는 동포 근로자들.

하지만 안전이나 직업교육 같은 기본적인 권리들도 누리지 못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또 다른 현실입니다.

KBS 뉴스 이승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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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취재] 외국인 노동자, 권리는 없다
    • 입력 2008-01-10 21:21:02
    뉴스 9
<앵커 멘트> 이번 화재사고 희생자 40명중 14명은 동포 근로자였습니다. 한가닥 희망을 갖고 온 이들이지만, 힘들고 더럽고 어려운 작업을 도맡아 하면서 기본적인 권리조차 제대로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승준 기자가 이들의 삶을 심층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새벽 4시를 조금 넘긴 시각. 중국 교포 세 명이 찬 공기를 가르며 바쁜 발걸음을 옮깁니다. 일용직 파견업체에 나서기 위해섭니다. 보험이나 퇴직금이 없어도 그날그날 일당을 받는 일용직을 택한 것은 워낙 월급을 떼이는 일이 많아섭니다. <인터뷰> "(일용직을 선호하는 이유가?) 돈을 제 때 받을 수 있으니까...월급은 못 받는 경우도 많이 있는데..." 파견업체에 이름 석자 적어내는 것으로 오늘 고용 계약은 완료됩니다. 이들이 진출할 수 있는 업종 역시 남자는 건설업, 여자는 식당업으로 한정돼 있어 요즘같은 겨울이나 건설 경기가 없는 때는 일자리 구하는 것 자체가 어렵습니다. 일을 구하는 것만도 감사해야 하는 상황. 기본적인 안전교육은 꿈도 꾸지 못합니다. <인터뷰> 중국 동포 : "안 받아도 받았다고 해요. 그쪽에서 반장이라는 분이...새로 온 사람이 있으면 집에 가라고해요. 안전 교육을 못 받게 해요." 당연히 기술을 습득하거나 보다 나은 일자리를 꿈꾸는 것은 사칩니다. <인터뷰> 현장 관리자 : "이들이 아침을 두세그릇씩 먹어요. 왜그러냐고 하면. 저녁을 안 먹기 때문이라고. 돈 아낀다고. 불쌍하죠." 이 공사장의 경우, 교포 근로자가 30% 정도 되지만 맡는 일은 모두가 물을 뿌리거나, 바닥을 쓰는 등 단순 작업이 답니다. 무엇보다 힘든 것은 동포들에 대한 편견. <인터뷰> 중국 동포 : "무시하는 그런 게 있죠. 중국 동포라고...그런 것이 힘들죠." 고된 작업과 마음고생으로 하루를 마친 이들이 찾는 곳은 중국동포 집단거주시설. 허리도 채 펴기 힘든 이곳에 120명이 넘는 중국 동포들이 다닥다닥 붙어 지친 몸을 누입니다. 조그마한 사업이 꿈인 이광필 씨. 10년이 다 돼 가는 한국 생활을 끝내야 한다는 것이 너무나 안따깝다며 눈물 짓습니다. <인터뷰> 이광필 : "일하다가 다쳐서 강제퇴거 까지 당하면 얼마나 억울해요. 산재처리도 못받고 법적처리도...수술도 못하고...너무 억울하죠." 지난해 말부터 무연고 방문 취업제, 말그대로 연고가 없는 동포들의 취업이 허가되면서 두세달 사이 만여명의 동포가 쏟아들어온 상황. 그 뒤로 이 씨처럼 이 시설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동포 수도 20% 이상 늘어났습니다. <인터뷰> 박해성 목사 : "인권유린을 당하고 보상도 받지 못하고 반한감정에 찌들어 가는 아픈 모습들을 보게 됩니다." 이천 참사에서 희생당한 이들의 처지가 남의 얘기 같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인터뷰> 동포 : "나도 그런일을 해봤는데 남의 일이 아니라 내 당한일 같이 생각이 들어요. 저자리에서 나도 저런 일을 당한다 생각하면.. 눈물겹죠." 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일을 도맡고 있는 동포 근로자들. 하지만 안전이나 직업교육 같은 기본적인 권리들도 누리지 못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또 다른 현실입니다. KBS 뉴스 이승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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