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 ⑤ ‘죽음의 질’ 1위 비결은?

입력 2016.05.11 (09:09) 수정 2016.05.12 (09:1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죽음의 질 지수(Quality of Death Index)’라는 것이 있습니다.

완화의료 정책, 즉 임종을 앞둔 환자의 통증과 그 가족의 심리적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의료 시스템에 대해 비교·평가하는 지표입니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산하 연구기관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개발한 것으로 2010년부터 시작해 지난해에는 80개 국가의 완화의료 정책을 평가했습니다.



이 지수에서 영국은 100점 만점에 93.9점을 받아 1위를 차지했습니다. 한국은 73.7점으로 18위에 머물렀습니다. 18위도 그나마 의료보험과 국민연금이 앞으로 완화의료 정책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기대 때문에 높게 나온 순위였습니다. 정작 중요한 완화의료의 질과 시스템 부문에서는 점수가 낮았습니다.

영국과 한국,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죽기 좋은 나라' 영국



영국이 '죽기 좋은 나라'가 된 비결은 바로 호스피스 제도 때문입니다. 영국에서는 정부가 완화의료에 대한 포괄적인 정책을 수립하고, 국가보건서비스(NHS)가 이를 폭넓게 지원합니다.



또한 시민사회 차원에서도 다양한 기부와 자원봉사 활동이 이뤄집니다. 덕분에 환자들은 거의 무료로 호스피스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영국에서 '빅 펀 워크(Big Fun Walk)'라는 자선 걷기 행사가 열렸습니다. 런던의 한 호스피스 병원을 돕기 위한 것이었죠. 900 여명이 흔쾌히 참가비를 내고 3시간을 걷겠다며 모였습니다.



자선 걷기 행사에 참가한 실리아 오코너 씨는 "제 아들의 친구가 안타깝게도 어릴 때 일찍 숨을 거뒀다"며 "그 때 호스피스에서 지냈는데 그 아이를 잘 돌봐줬다"고 호스피스에 대한 긍정적인 인상을 전했습니다. 영국인들에게 호스피스는 생활의 일부였습니다. 내 가족과 친구 그리고 이웃의 이야기인 거죠.



태어난 지 17개월 된 영국 아이 미아도 호스피스의 도움을 받습니다. 미아는 태어나자마자 뇌출혈로 수술을 받았습니다.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지만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합니다.



미아의 엄마는 "아이를 호스피스에 데리고 오면 어린이집처럼 아침식사를 챙겨주고, 같이 놀아주고, 옷도 갈아입혀 준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만약 위급한 상황마다 병원에 갔다면 대기시간도 길었을 것이고, 매번 낯선 의료진들에게 미아의 병력을 설명해야 했을 것"이라며 "호스피스가 없었다면 가족의 일상이 무너졌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영국 사람들에게 호스피스란 죽음의 공간이 아니라 삶을 좀 더 윤택하게 만들어 주는 곳인 셈입니다.



'죽기 좋은 나라' 영국과 '죽을 때 비참한 나라' 한국. 피할 수 없는 죽음이라면, 어느 나라에서 맞이하고 싶으신가요?



[잘 죽는 법 ‘웰다잉’]시리즈
☞ ① 죽음은 갑자기 찾아옵니다
☞ ② 죽을 때 비참한 나라 한국
☞ ③ ‘호스피스’를 아시나요
☞ ④ 호스피스는 ‘죽음 대기소’가 아닙니다
☞ ⑤ ‘죽음의 질’ 1위 비결은?
☞ ⑥ 스스로 선택하는 죽음 ‘존엄사’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웰다잉] ⑤ ‘죽음의 질’ 1위 비결은?
    • 입력 2016-05-11 09:09:29
    • 수정2016-05-12 09:19:29
    취재K
'죽음의 질 지수(Quality of Death Index)’라는 것이 있습니다.

완화의료 정책, 즉 임종을 앞둔 환자의 통증과 그 가족의 심리적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의료 시스템에 대해 비교·평가하는 지표입니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산하 연구기관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개발한 것으로 2010년부터 시작해 지난해에는 80개 국가의 완화의료 정책을 평가했습니다.



이 지수에서 영국은 100점 만점에 93.9점을 받아 1위를 차지했습니다. 한국은 73.7점으로 18위에 머물렀습니다. 18위도 그나마 의료보험과 국민연금이 앞으로 완화의료 정책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기대 때문에 높게 나온 순위였습니다. 정작 중요한 완화의료의 질과 시스템 부문에서는 점수가 낮았습니다.

영국과 한국,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죽기 좋은 나라' 영국



영국이 '죽기 좋은 나라'가 된 비결은 바로 호스피스 제도 때문입니다. 영국에서는 정부가 완화의료에 대한 포괄적인 정책을 수립하고, 국가보건서비스(NHS)가 이를 폭넓게 지원합니다.



또한 시민사회 차원에서도 다양한 기부와 자원봉사 활동이 이뤄집니다. 덕분에 환자들은 거의 무료로 호스피스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영국에서 '빅 펀 워크(Big Fun Walk)'라는 자선 걷기 행사가 열렸습니다. 런던의 한 호스피스 병원을 돕기 위한 것이었죠. 900 여명이 흔쾌히 참가비를 내고 3시간을 걷겠다며 모였습니다.



자선 걷기 행사에 참가한 실리아 오코너 씨는 "제 아들의 친구가 안타깝게도 어릴 때 일찍 숨을 거뒀다"며 "그 때 호스피스에서 지냈는데 그 아이를 잘 돌봐줬다"고 호스피스에 대한 긍정적인 인상을 전했습니다. 영국인들에게 호스피스는 생활의 일부였습니다. 내 가족과 친구 그리고 이웃의 이야기인 거죠.



태어난 지 17개월 된 영국 아이 미아도 호스피스의 도움을 받습니다. 미아는 태어나자마자 뇌출혈로 수술을 받았습니다.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지만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합니다.



미아의 엄마는 "아이를 호스피스에 데리고 오면 어린이집처럼 아침식사를 챙겨주고, 같이 놀아주고, 옷도 갈아입혀 준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만약 위급한 상황마다 병원에 갔다면 대기시간도 길었을 것이고, 매번 낯선 의료진들에게 미아의 병력을 설명해야 했을 것"이라며 "호스피스가 없었다면 가족의 일상이 무너졌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영국 사람들에게 호스피스란 죽음의 공간이 아니라 삶을 좀 더 윤택하게 만들어 주는 곳인 셈입니다.



'죽기 좋은 나라' 영국과 '죽을 때 비참한 나라' 한국. 피할 수 없는 죽음이라면, 어느 나라에서 맞이하고 싶으신가요?



[잘 죽는 법 ‘웰다잉’]시리즈
☞ ① 죽음은 갑자기 찾아옵니다
☞ ② 죽을 때 비참한 나라 한국
☞ ③ ‘호스피스’를 아시나요
☞ ④ 호스피스는 ‘죽음 대기소’가 아닙니다
☞ ⑤ ‘죽음의 질’ 1위 비결은?
☞ ⑥ 스스로 선택하는 죽음 ‘존엄사’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