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재난 대응 시스템’ 늦기 전에 바꿔야

입력 2016.10.07 (21:18) 수정 2016.10.08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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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제18호 태풍 '차바'는 우리나라를 통과하는데 채 하루가 걸리지 않았지만 피해는 막대했습니다.

태풍이 예상 경로를 벗어났던 점을 감안하더라도 피해를 더 줄일 방법은 없었는지 안타까운 대목이 한두 군데가 아닌데요.

특히, 긴급 재난 문자와 늑장 대피 방송 등 재난당국의 고질적인 문제는 이번에도 되풀이됐습니다.

경주 지진 이후 3주 만에 다시 민낯을 드러낸 우리 재난 대응의 문제점, 먼저 피해를 키운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을 이철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태풍 와도 무관심’ 설마 하다 화 키웠다▼

<리포트>

초고층 아파트가 밀집한 해운대 마린시티 상가를 거센 파도가 덮칩니다.

이 곳이 태풍으로 침수 피해를 입은 건 지난 2003년 이후 5번째 바닷가에 주거단지를 만들면서 적합한 방재시설을 갖추지 못한 탓입니다.

2012년 자치단체가 3.4미터 높이의 방수벽을 세우려 했지만, 일부 주민이 경관을 해치고 조망권을 침해한다고 반대해 1.2미터로 낮아졌습니다.

<녹취> 부산 해운대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현장에서 아무래도 반대 민원이...너무 주민들이 원하지 않으니까..."

하천변에 주차한 차들이 불어난 물에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태풍이 오기 전 자치단체가 차를 빼라는 문자까지 보냈지만,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녹취> 경북 경주시청 관계자 : "이번에도 보니까 또 (수위가) 안 올라올 것 같은데 왜 자꾸 전화하고 문자보내고 하냐고 화내는 사람이 많았어요."

울산에서는 범람한 물이 지하주차장을 덮쳐 50대 여성이 숨졌습니다.

집중호우 때 사고위험이 높은 지하에 들어가서 벌어진 일입니다.

<녹취> 신현석(부산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 : "재난은 어디서든 누구에게든 닥칠 수 있는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 그 다음에 주민 두 개체가 같이 대응해야..."

재난관리의 최우선 가치는 피해예방!

하지만 자치단체나 개인의 대처는 안타까움을 남겼습니다.

KBS 뉴스 이철재입니다.

▼시간대별 자치단체 대응 분석▼

<기자 멘트>

태풍 '차바'가 제주도에 상륙한 5일 새벽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폭우로 하천이 범람했다는 신고가 제주시청에 처음 접수된 게 4시 반인데요.

대피 방송은 그로부터 40분이 지난 5시 10분이 돼서야 이뤄졌습니다.

태풍이 바다를 지나 창원에 상륙한 당일 오전 상황입니다.

산사태 때문에 창원터널이 오전 10시부터 통제됐는데 터널을 우회하라는 재난문자는 무려 8시간이 지난 오후 6시 19분에 발송됐습니다.

당연히 몰려든 차량으로 도로가 마비됐고 복구 작업도 차질을 빚었습니다.

이번엔 가장 심각한 피해를 당한 울산 상황입니다.

태화강이 범람해 침수 피해가 나타나기 시작한 게 오전 11시인데요.

첫 재난 문자는 1시간이나 지난 12시에 발송됩니다.

중앙 정부의 대처는 더 큰 문제점을 드러냈는데요.

낙동강 홍수통제소는 범람 1시간여 뒤인 12시 13분이 돼서야 안전처에 홍수주의보 발령 상황을 알렸고, 안전처는 다시 16분을 허비해 12시 반이 돼 대피 문자를 발송합니다.

보시는 것처럼 울산 도심 곳곳은 이미 아수라장이 된 뒤였습니다.

경주 지진에 태풍 '차바'까지 겪으면서 이번엔 꼭 우리 재난 대응 시스템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데요.

미국 사회는 재난을 어떻게 대비하고 어떻게 대처하는지 계속해서 이재원 특파원입니다.

▼美 “재난 대비는 지나칠 만큼”…피해 최소화▼

<리포트>

지난 2005년 초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남부를 강타했습니다.

당시 뉴올리언스는 제방 붕괴로 도시 80%가 침수됐고 미 언론들은 사망자를 만 명 이상으로 추산했습니다.

카트리나 이후 미국의 재난 대응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사전 예방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기상 당국은 위성 사진 등을 분석해 허리케인 진행 경로를 사전에 알리고, 지방 정부는 반복적으로 주민들에게 경각심을 높입니다.

<녹취> 릭 스콧(플로리다 주지사) : "이번 허리케인이 여러분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습니다. 급합니다. 남은 시간이 얼마 없습니다."

<녹취> 니키 헤일리(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 : "지금까지 17만 5천 명이 대피했는데, 이것만으로 충분치 않습니다. 우선 신속하게 차에 기름을 넣으세요."

허리케인이 상륙하기 며칠 전부터 대통령이 직접 나서 주민 대피를 권고하기도 합니다.

<녹취> 오바마(미국 대통령) : "대피령이 내려지면, 집은 언제든지 다시 짓고 물건은 수리할 수 있다는 걸 잊지 마세요. 목숨을 잃게 되면 돌이킬 수 없습니다."

11년 전 카트리나의 교훈을 잊지 않고 있는 미국인들은 대피령이 내려지면 미련없이 집을 떠나는 등 정부와 힘을 합쳐 만반의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습니다.

워싱턴에서 KBS 뉴스 이재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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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0-07 21:22:36
    • 수정2016-10-08 11: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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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제18호 태풍 '차바'는 우리나라를 통과하는데 채 하루가 걸리지 않았지만 피해는 막대했습니다. 태풍이 예상 경로를 벗어났던 점을 감안하더라도 피해를 더 줄일 방법은 없었는지 안타까운 대목이 한두 군데가 아닌데요. 특히, 긴급 재난 문자와 늑장 대피 방송 등 재난당국의 고질적인 문제는 이번에도 되풀이됐습니다. 경주 지진 이후 3주 만에 다시 민낯을 드러낸 우리 재난 대응의 문제점, 먼저 피해를 키운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을 이철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태풍 와도 무관심’ 설마 하다 화 키웠다▼ <리포트> 초고층 아파트가 밀집한 해운대 마린시티 상가를 거센 파도가 덮칩니다. 이 곳이 태풍으로 침수 피해를 입은 건 지난 2003년 이후 5번째 바닷가에 주거단지를 만들면서 적합한 방재시설을 갖추지 못한 탓입니다. 2012년 자치단체가 3.4미터 높이의 방수벽을 세우려 했지만, 일부 주민이 경관을 해치고 조망권을 침해한다고 반대해 1.2미터로 낮아졌습니다. <녹취> 부산 해운대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현장에서 아무래도 반대 민원이...너무 주민들이 원하지 않으니까..." 하천변에 주차한 차들이 불어난 물에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태풍이 오기 전 자치단체가 차를 빼라는 문자까지 보냈지만,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녹취> 경북 경주시청 관계자 : "이번에도 보니까 또 (수위가) 안 올라올 것 같은데 왜 자꾸 전화하고 문자보내고 하냐고 화내는 사람이 많았어요." 울산에서는 범람한 물이 지하주차장을 덮쳐 50대 여성이 숨졌습니다. 집중호우 때 사고위험이 높은 지하에 들어가서 벌어진 일입니다. <녹취> 신현석(부산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 : "재난은 어디서든 누구에게든 닥칠 수 있는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 그 다음에 주민 두 개체가 같이 대응해야..." 재난관리의 최우선 가치는 피해예방! 하지만 자치단체나 개인의 대처는 안타까움을 남겼습니다. KBS 뉴스 이철재입니다. ▼시간대별 자치단체 대응 분석▼ <기자 멘트> 태풍 '차바'가 제주도에 상륙한 5일 새벽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폭우로 하천이 범람했다는 신고가 제주시청에 처음 접수된 게 4시 반인데요. 대피 방송은 그로부터 40분이 지난 5시 10분이 돼서야 이뤄졌습니다. 태풍이 바다를 지나 창원에 상륙한 당일 오전 상황입니다. 산사태 때문에 창원터널이 오전 10시부터 통제됐는데 터널을 우회하라는 재난문자는 무려 8시간이 지난 오후 6시 19분에 발송됐습니다. 당연히 몰려든 차량으로 도로가 마비됐고 복구 작업도 차질을 빚었습니다. 이번엔 가장 심각한 피해를 당한 울산 상황입니다. 태화강이 범람해 침수 피해가 나타나기 시작한 게 오전 11시인데요. 첫 재난 문자는 1시간이나 지난 12시에 발송됩니다. 중앙 정부의 대처는 더 큰 문제점을 드러냈는데요. 낙동강 홍수통제소는 범람 1시간여 뒤인 12시 13분이 돼서야 안전처에 홍수주의보 발령 상황을 알렸고, 안전처는 다시 16분을 허비해 12시 반이 돼 대피 문자를 발송합니다. 보시는 것처럼 울산 도심 곳곳은 이미 아수라장이 된 뒤였습니다. 경주 지진에 태풍 '차바'까지 겪으면서 이번엔 꼭 우리 재난 대응 시스템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데요. 미국 사회는 재난을 어떻게 대비하고 어떻게 대처하는지 계속해서 이재원 특파원입니다. ▼美 “재난 대비는 지나칠 만큼”…피해 최소화▼ <리포트> 지난 2005년 초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남부를 강타했습니다. 당시 뉴올리언스는 제방 붕괴로 도시 80%가 침수됐고 미 언론들은 사망자를 만 명 이상으로 추산했습니다. 카트리나 이후 미국의 재난 대응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사전 예방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기상 당국은 위성 사진 등을 분석해 허리케인 진행 경로를 사전에 알리고, 지방 정부는 반복적으로 주민들에게 경각심을 높입니다. <녹취> 릭 스콧(플로리다 주지사) : "이번 허리케인이 여러분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습니다. 급합니다. 남은 시간이 얼마 없습니다." <녹취> 니키 헤일리(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 : "지금까지 17만 5천 명이 대피했는데, 이것만으로 충분치 않습니다. 우선 신속하게 차에 기름을 넣으세요." 허리케인이 상륙하기 며칠 전부터 대통령이 직접 나서 주민 대피를 권고하기도 합니다. <녹취> 오바마(미국 대통령) : "대피령이 내려지면, 집은 언제든지 다시 짓고 물건은 수리할 수 있다는 걸 잊지 마세요. 목숨을 잃게 되면 돌이킬 수 없습니다." 11년 전 카트리나의 교훈을 잊지 않고 있는 미국인들은 대피령이 내려지면 미련없이 집을 떠나는 등 정부와 힘을 합쳐 만반의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습니다. 워싱턴에서 KBS 뉴스 이재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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