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전궁금] 대법원 첫 권리금 판결 ‘일파만파’
입력 2019.05.19 (12:00)
수정 2019.05.31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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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금 문제는 참 어렵습니다. 개념조차 모호한 이 권리금은, 구체적인 사례로 들어가면 이해관계도 다르고 갈등도 심한 경우가 많습니다.
쉽게 얘기해서 권리금은 장사 잘되는 가게를 인수하는 사람(새 세입자)이 전 가게 주인(전 세입자)에게 그 대가를 지불하는 것입니다. 전 주인이 확보한 단골손님이나 지명도, 특수한 영업 비법 등을 인정해 주는 것이지요
예전에는 장사할 상가도 많지 않았고, 매장도 지금보다 장사가 잘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게다가 2001년 상가건물임대차 보호법이 생기기 전에는 세입자들의 입지는 매우 불안했습니다. 장사가 잘돼도 건물주에게 쫓겨나기 일쑤였죠. 이런 상황에서 가게 주인들은 가게를 넘겨 주면서 새 임차인에게 금전을 받았고 이게 바로 권리금입니다. 법에 근거는 없었지만, 일종의 관행처럼 자리를 잡았죠.
권리금은 세입자끼리 오가는 돈이라 볼 수 있습니다. 건물주(임대인)와는 관련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물론 권리금 제도가 뿌리를 내리게 된 것은 임대인들의 이익에도 부합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세입자가 영업을 일방적으로 중단하고 나가면 임대인은 월세를 못 받는 '공실 리스크'가 발생합니다. 하지만 권리금을 주고 들어온 세입자의 경우는 권리금 회수 때문에라도 악착같이 장사하고, 나갈 때는 어떻게든 다음 세입자를 구해놓고 나가게 됩니다. 건물주는 부동산 수수료를 들이지 않고, 바로 다음 세입자를 구할 수 있는 제도가 권리금입니다.
그런데 건물주와 세입자가 권리금을 두고 윈-윈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새 세입자를 구하는 과정에서 양측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것이지요. 건물주 입장에서 초우량 임차인으로 꼽히는 스타벅스를 입점시키기 위해 기존 세입자와 건물주가 분쟁을 겪은 사례가 얼마 전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연관기사] [못참겠다] 스타벅스 입점에 억대 권리금 날릴 위기…“이게 상생인가요?”
세입자 교체 과정에서 월세를 많이 내는 우량 임차인을 구하려는 건물주, 반면 권리금을 최대한 많이 받고 나가려는 세입자의 이익은 부딪치게 됩니다. 2009년의 용산 참사 같은 비극적 사건은 재개발 과정에서 빚어진 양쪽의 갈등이 비극적으로 마무리 된 경우이고요.
부동산 시장에서 관행이던 이런 권리금 문제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자 국회는 법을 만듭니다. 2015년 5월 권리금 조항이 만들어집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권리금에 대해 법적인 정의와 함께 건물주에게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넣었습니다. 이 규정에 따라 이제 권리금은 건물주에게도 주장할 수 있는, 법적으로 보장받는 존재가 됐습니다.
건물주나 세입자 모두 권리금에 관한 규정을 잘 숙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임대차 보호법 10조의 4에 따라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임차인이 주선한 새 임차인과의 계약을 거절해 권리금 회수를 방해서는 안 되고, 이 경우 손해배상을 해야 합니다.
계속되는 권리금 분쟁
그런데 이 법 규정만으로 분쟁이 없어졌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분쟁은 오히려 더 많아졌다는 게 서울 서초동의 부동산 전문 변호사들 얘기입니다. 법 규정에 모호한 부분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최근에는 건물주(임대인)가 언제까지 세입자의 권리금 회수를 보호해 줘야 할지도 혼란이 많았습니다.
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을 최장 5년간 행사할 수 있게 규정했습니다. (이 규정은 2018년 10월 16일 개정돼 지금은 10년입니다) 이 기간 안에는 가급적 기존 세입자가 장사할 수 있게 해줘야 하는 취지입니다. 그런데 이 기간을 넘긴 상황에서도 과연 임대인이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에 협조해야 할까요
법에는 명확한 규정이 없습니다. 그래서 설은 갈립니다.
권리금 회수 기회 보호 조항이 임대차 보호 기간 안에만 적용된다는 규정이 없는 만큼 5년(혹은 10년)을 넘긴 상황에서도 당연히 권리금 회수를 건물주가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세입자 보호에 충실한 견해입니다.
반면 전체 법 취지상 당연히 5년(혹은 10년) 내에서만 권리금 회수 보호 조항이 적용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기한 제한을 안 둘 때 임대인의 권리가 지나치게 제한된다는 논리입니다.
법원 판결도 제각각입니다. 비슷한 내용의 소송에서 어떤 판사는 세입자 손을, 다른 판사는 건물주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전체적으로는 건물주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이 더 많았습니다.
하급심 판결이 갈지(之)자 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다행히 권리금에 대한 대법원의 첫 판결이 이 나왔습니다.
첫 권리금 판결 대법원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16일 상가 임차인 김 모 씨가 임대인 공 모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원고 승소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습니다.
사실관계는 간단합니다.
공 씨의 상가건물을 빌려 식당을 운영하던 김 씨는 임대차기간이 5년이 지나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 없게 되자, 제삼자인 A 씨와 식당의 시설, 거래처 등 모든 재산적 가치를 권리금 1억 4천500만 원에 양도하는 계약을 맺었습니다. 김 씨는 공 씨에게 권리금 계약을 체결한 사실을 알리고 A 씨와 상가임대차 계약을 새로 체결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공씨가 재건축을 이유로 거부하자 '권리금 회수기회'를 침해당했다며 소송을 낸 거죠. (※이 사례에서 5년이 적용된 것은 임대차보호 기간이 10년으로 늘어난 2018년 10월 16일 이전에 맺어진 계약이기 때문)
1심과 2심은 "임대차기간인 5년이 지나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계약갱신 요구를 할 수 없는 경우에는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호할 필요가 없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습니다.
대법원 "5년 지나도 권리금 보호"
그러나 대법원 생각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임대차기간이 5년을 초과해 임차인이 계약갱신 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에도 임대인은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의무를 부담한다고 봐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대법원은 "임대차기간이 5년이 지나도 임차인이 형성한 고객, 거래처, 신용 등 재산적 가치는 여전히 유지돼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보장할 필요성이 있다"며 "이런 해석이 임대인의 상가건물에 대한 사용 수익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대법원은 상가 임차인이 투자한 비용이나 영업활동으로 형성된 지명도와 신용 등은 임대차기간과 무관하게 임대인이 함부로 침해할 수 없도록 두텁게 보호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이 판결은 앞으로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하급심에서 엇갈렸던 권리금 보호 기간에 관한 대법원의 첫 판결이기 때문입니다.
궁중족발 사건은
대법원은 법률을 해석해 이를 적용하는 기관입니다. 이번 대법원판결은 명확지 않았던 상가임대차 보호법의 권리금 보호 기간을 법 해석을 통해 명확히 한 점에 의의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법 해석론과는 별개로 법을 만들 때 과연 아무런 기간 제한 없이 권리금 회수를 보호해야 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권리금은 오래 사회적 진통 끝에 만들어진 법이긴 하지만, 실제 분쟁을 해결하기에는 아직 충분치 않고 관련 판례도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혼선도 많고요.
망치 폭행으로 이어져 충격을 준 지난해 종로구 체부동 궁중족발 사건도 그렇습니다. 건물주가 후임 세입자에게 요구한 임대료가 "예전 주인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한 행위인지" 아니면 "정당한 임대료 요구인지"에 대해 아직도 법원에서 소송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권리금 회수를 방해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법에는 나오지만, 과연 어느 정도가 '현저한 고액의 차임과 보증금'인지에 대해 그저 법원의 판결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뜬금없는 소리일 수 있지만, 권리금이 진짜 임차인을 위한 제도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은 있습니다.
비싼 권리금 때문에 장사하지 못하거나 혹은 경험이나 기술 없이 적지 않은 권리금을 주고 들어왔다가 장사가 안돼 후임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고 돈만 날리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경기도 안 좋은데 다가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되면서 오프라인 상점의 영업은 예전만 못합니다. 권리금을 주고 들어온 상점 주인은, 권리금 회수를 위해 심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합니다.
일각에서는 임차인들에 대한 보호 수단이 많지 않던 시절 생긴 권리금은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당장 가능한 일은 아니겠지요.
그렇다면 정부나 국회가 모호한 법 규정만 만들어 놓고 뒷짐 지고 있을 게 아니라 쏟아지는 분쟁을 해결하고 이를 줄일 수 있는 논의를 서둘러야 하지 않을까요. 이런 게 바로 국회나 정부가 최우선으로 해야 할 일이리라 믿습니다.
쉽게 얘기해서 권리금은 장사 잘되는 가게를 인수하는 사람(새 세입자)이 전 가게 주인(전 세입자)에게 그 대가를 지불하는 것입니다. 전 주인이 확보한 단골손님이나 지명도, 특수한 영업 비법 등을 인정해 주는 것이지요
예전에는 장사할 상가도 많지 않았고, 매장도 지금보다 장사가 잘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게다가 2001년 상가건물임대차 보호법이 생기기 전에는 세입자들의 입지는 매우 불안했습니다. 장사가 잘돼도 건물주에게 쫓겨나기 일쑤였죠. 이런 상황에서 가게 주인들은 가게를 넘겨 주면서 새 임차인에게 금전을 받았고 이게 바로 권리금입니다. 법에 근거는 없었지만, 일종의 관행처럼 자리를 잡았죠.
위 상가는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권리금은 세입자끼리 오가는 돈이라 볼 수 있습니다. 건물주(임대인)와는 관련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물론 권리금 제도가 뿌리를 내리게 된 것은 임대인들의 이익에도 부합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세입자가 영업을 일방적으로 중단하고 나가면 임대인은 월세를 못 받는 '공실 리스크'가 발생합니다. 하지만 권리금을 주고 들어온 세입자의 경우는 권리금 회수 때문에라도 악착같이 장사하고, 나갈 때는 어떻게든 다음 세입자를 구해놓고 나가게 됩니다. 건물주는 부동산 수수료를 들이지 않고, 바로 다음 세입자를 구할 수 있는 제도가 권리금입니다.
그런데 건물주와 세입자가 권리금을 두고 윈-윈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새 세입자를 구하는 과정에서 양측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것이지요. 건물주 입장에서 초우량 임차인으로 꼽히는 스타벅스를 입점시키기 위해 기존 세입자와 건물주가 분쟁을 겪은 사례가 얼마 전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연관기사] [못참겠다] 스타벅스 입점에 억대 권리금 날릴 위기…“이게 상생인가요?”
세입자 교체 과정에서 월세를 많이 내는 우량 임차인을 구하려는 건물주, 반면 권리금을 최대한 많이 받고 나가려는 세입자의 이익은 부딪치게 됩니다. 2009년의 용산 참사 같은 비극적 사건은 재개발 과정에서 빚어진 양쪽의 갈등이 비극적으로 마무리 된 경우이고요.
부동산 시장에서 관행이던 이런 권리금 문제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자 국회는 법을 만듭니다. 2015년 5월 권리금 조항이 만들어집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권리금에 대해 법적인 정의와 함께 건물주에게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넣었습니다. 이 규정에 따라 이제 권리금은 건물주에게도 주장할 수 있는, 법적으로 보장받는 존재가 됐습니다.
권리금 문제를 사회 문제로 부각했던 2009년 1월 용산 참사
건물주나 세입자 모두 권리금에 관한 규정을 잘 숙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임대차 보호법 10조의 4에 따라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임차인이 주선한 새 임차인과의 계약을 거절해 권리금 회수를 방해서는 안 되고, 이 경우 손해배상을 해야 합니다.
계속되는 권리금 분쟁
그런데 이 법 규정만으로 분쟁이 없어졌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분쟁은 오히려 더 많아졌다는 게 서울 서초동의 부동산 전문 변호사들 얘기입니다. 법 규정에 모호한 부분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최근에는 건물주(임대인)가 언제까지 세입자의 권리금 회수를 보호해 줘야 할지도 혼란이 많았습니다.
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을 최장 5년간 행사할 수 있게 규정했습니다. (이 규정은 2018년 10월 16일 개정돼 지금은 10년입니다) 이 기간 안에는 가급적 기존 세입자가 장사할 수 있게 해줘야 하는 취지입니다. 그런데 이 기간을 넘긴 상황에서도 과연 임대인이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에 협조해야 할까요
법에는 명확한 규정이 없습니다. 그래서 설은 갈립니다.
권리금 회수 기회 보호 조항이 임대차 보호 기간 안에만 적용된다는 규정이 없는 만큼 5년(혹은 10년)을 넘긴 상황에서도 당연히 권리금 회수를 건물주가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세입자 보호에 충실한 견해입니다.
반면 전체 법 취지상 당연히 5년(혹은 10년) 내에서만 권리금 회수 보호 조항이 적용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기한 제한을 안 둘 때 임대인의 권리가 지나치게 제한된다는 논리입니다.
법원 판결도 제각각입니다. 비슷한 내용의 소송에서 어떤 판사는 세입자 손을, 다른 판사는 건물주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전체적으로는 건물주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이 더 많았습니다.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등)
하급심 판결이 갈지(之)자 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다행히 권리금에 대한 대법원의 첫 판결이 이 나왔습니다.
첫 권리금 판결 대법원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16일 상가 임차인 김 모 씨가 임대인 공 모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원고 승소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습니다.
사실관계는 간단합니다.
공 씨의 상가건물을 빌려 식당을 운영하던 김 씨는 임대차기간이 5년이 지나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 없게 되자, 제삼자인 A 씨와 식당의 시설, 거래처 등 모든 재산적 가치를 권리금 1억 4천500만 원에 양도하는 계약을 맺었습니다. 김 씨는 공 씨에게 권리금 계약을 체결한 사실을 알리고 A 씨와 상가임대차 계약을 새로 체결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공씨가 재건축을 이유로 거부하자 '권리금 회수기회'를 침해당했다며 소송을 낸 거죠. (※이 사례에서 5년이 적용된 것은 임대차보호 기간이 10년으로 늘어난 2018년 10월 16일 이전에 맺어진 계약이기 때문)
1심과 2심은 "임대차기간인 5년이 지나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계약갱신 요구를 할 수 없는 경우에는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호할 필요가 없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습니다.
대법원 "5년 지나도 권리금 보호"
그러나 대법원 생각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임대차기간이 5년을 초과해 임차인이 계약갱신 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에도 임대인은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의무를 부담한다고 봐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대법원은 "임대차기간이 5년이 지나도 임차인이 형성한 고객, 거래처, 신용 등 재산적 가치는 여전히 유지돼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보장할 필요성이 있다"며 "이런 해석이 임대인의 상가건물에 대한 사용 수익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대법원은 상가 임차인이 투자한 비용이나 영업활동으로 형성된 지명도와 신용 등은 임대차기간과 무관하게 임대인이 함부로 침해할 수 없도록 두텁게 보호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이 판결은 앞으로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하급심에서 엇갈렸던 권리금 보호 기간에 관한 대법원의 첫 판결이기 때문입니다.
대법원
궁중족발 사건은
대법원은 법률을 해석해 이를 적용하는 기관입니다. 이번 대법원판결은 명확지 않았던 상가임대차 보호법의 권리금 보호 기간을 법 해석을 통해 명확히 한 점에 의의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법 해석론과는 별개로 법을 만들 때 과연 아무런 기간 제한 없이 권리금 회수를 보호해야 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권리금은 오래 사회적 진통 끝에 만들어진 법이긴 하지만, 실제 분쟁을 해결하기에는 아직 충분치 않고 관련 판례도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혼선도 많고요.
망치 폭행으로 이어져 충격을 준 지난해 종로구 체부동 궁중족발 사건도 그렇습니다. 건물주가 후임 세입자에게 요구한 임대료가 "예전 주인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한 행위인지" 아니면 "정당한 임대료 요구인지"에 대해 아직도 법원에서 소송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권리금 회수를 방해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법에는 나오지만, 과연 어느 정도가 '현저한 고액의 차임과 보증금'인지에 대해 그저 법원의 판결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뜬금없는 소리일 수 있지만, 권리금이 진짜 임차인을 위한 제도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은 있습니다.
비싼 권리금 때문에 장사하지 못하거나 혹은 경험이나 기술 없이 적지 않은 권리금을 주고 들어왔다가 장사가 안돼 후임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고 돈만 날리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경기도 안 좋은데 다가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되면서 오프라인 상점의 영업은 예전만 못합니다. 권리금을 주고 들어온 상점 주인은, 권리금 회수를 위해 심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합니다.
일각에서는 임차인들에 대한 보호 수단이 많지 않던 시절 생긴 권리금은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당장 가능한 일은 아니겠지요.
그렇다면 정부나 국회가 모호한 법 규정만 만들어 놓고 뒷짐 지고 있을 게 아니라 쏟아지는 분쟁을 해결하고 이를 줄일 수 있는 논의를 서둘러야 하지 않을까요. 이런 게 바로 국회나 정부가 최우선으로 해야 할 일이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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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전궁금] 대법원 첫 권리금 판결 ‘일파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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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9-05-19 12:00:32
- 수정2019-05-31 15:59:55
권리금 문제는 참 어렵습니다. 개념조차 모호한 이 권리금은, 구체적인 사례로 들어가면 이해관계도 다르고 갈등도 심한 경우가 많습니다.
쉽게 얘기해서 권리금은 장사 잘되는 가게를 인수하는 사람(새 세입자)이 전 가게 주인(전 세입자)에게 그 대가를 지불하는 것입니다. 전 주인이 확보한 단골손님이나 지명도, 특수한 영업 비법 등을 인정해 주는 것이지요
예전에는 장사할 상가도 많지 않았고, 매장도 지금보다 장사가 잘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게다가 2001년 상가건물임대차 보호법이 생기기 전에는 세입자들의 입지는 매우 불안했습니다. 장사가 잘돼도 건물주에게 쫓겨나기 일쑤였죠. 이런 상황에서 가게 주인들은 가게를 넘겨 주면서 새 임차인에게 금전을 받았고 이게 바로 권리금입니다. 법에 근거는 없었지만, 일종의 관행처럼 자리를 잡았죠.
권리금은 세입자끼리 오가는 돈이라 볼 수 있습니다. 건물주(임대인)와는 관련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물론 권리금 제도가 뿌리를 내리게 된 것은 임대인들의 이익에도 부합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세입자가 영업을 일방적으로 중단하고 나가면 임대인은 월세를 못 받는 '공실 리스크'가 발생합니다. 하지만 권리금을 주고 들어온 세입자의 경우는 권리금 회수 때문에라도 악착같이 장사하고, 나갈 때는 어떻게든 다음 세입자를 구해놓고 나가게 됩니다. 건물주는 부동산 수수료를 들이지 않고, 바로 다음 세입자를 구할 수 있는 제도가 권리금입니다.
그런데 건물주와 세입자가 권리금을 두고 윈-윈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새 세입자를 구하는 과정에서 양측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것이지요. 건물주 입장에서 초우량 임차인으로 꼽히는 스타벅스를 입점시키기 위해 기존 세입자와 건물주가 분쟁을 겪은 사례가 얼마 전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연관기사] [못참겠다] 스타벅스 입점에 억대 권리금 날릴 위기…“이게 상생인가요?”
세입자 교체 과정에서 월세를 많이 내는 우량 임차인을 구하려는 건물주, 반면 권리금을 최대한 많이 받고 나가려는 세입자의 이익은 부딪치게 됩니다. 2009년의 용산 참사 같은 비극적 사건은 재개발 과정에서 빚어진 양쪽의 갈등이 비극적으로 마무리 된 경우이고요.
부동산 시장에서 관행이던 이런 권리금 문제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자 국회는 법을 만듭니다. 2015년 5월 권리금 조항이 만들어집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권리금에 대해 법적인 정의와 함께 건물주에게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넣었습니다. 이 규정에 따라 이제 권리금은 건물주에게도 주장할 수 있는, 법적으로 보장받는 존재가 됐습니다.
건물주나 세입자 모두 권리금에 관한 규정을 잘 숙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임대차 보호법 10조의 4에 따라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임차인이 주선한 새 임차인과의 계약을 거절해 권리금 회수를 방해서는 안 되고, 이 경우 손해배상을 해야 합니다.
계속되는 권리금 분쟁
그런데 이 법 규정만으로 분쟁이 없어졌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분쟁은 오히려 더 많아졌다는 게 서울 서초동의 부동산 전문 변호사들 얘기입니다. 법 규정에 모호한 부분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최근에는 건물주(임대인)가 언제까지 세입자의 권리금 회수를 보호해 줘야 할지도 혼란이 많았습니다.
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을 최장 5년간 행사할 수 있게 규정했습니다. (이 규정은 2018년 10월 16일 개정돼 지금은 10년입니다) 이 기간 안에는 가급적 기존 세입자가 장사할 수 있게 해줘야 하는 취지입니다. 그런데 이 기간을 넘긴 상황에서도 과연 임대인이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에 협조해야 할까요
법에는 명확한 규정이 없습니다. 그래서 설은 갈립니다.
권리금 회수 기회 보호 조항이 임대차 보호 기간 안에만 적용된다는 규정이 없는 만큼 5년(혹은 10년)을 넘긴 상황에서도 당연히 권리금 회수를 건물주가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세입자 보호에 충실한 견해입니다.
반면 전체 법 취지상 당연히 5년(혹은 10년) 내에서만 권리금 회수 보호 조항이 적용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기한 제한을 안 둘 때 임대인의 권리가 지나치게 제한된다는 논리입니다.
법원 판결도 제각각입니다. 비슷한 내용의 소송에서 어떤 판사는 세입자 손을, 다른 판사는 건물주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전체적으로는 건물주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이 더 많았습니다.
하급심 판결이 갈지(之)자 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다행히 권리금에 대한 대법원의 첫 판결이 이 나왔습니다.
첫 권리금 판결 대법원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16일 상가 임차인 김 모 씨가 임대인 공 모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원고 승소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습니다.
사실관계는 간단합니다.
공 씨의 상가건물을 빌려 식당을 운영하던 김 씨는 임대차기간이 5년이 지나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 없게 되자, 제삼자인 A 씨와 식당의 시설, 거래처 등 모든 재산적 가치를 권리금 1억 4천500만 원에 양도하는 계약을 맺었습니다. 김 씨는 공 씨에게 권리금 계약을 체결한 사실을 알리고 A 씨와 상가임대차 계약을 새로 체결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공씨가 재건축을 이유로 거부하자 '권리금 회수기회'를 침해당했다며 소송을 낸 거죠. (※이 사례에서 5년이 적용된 것은 임대차보호 기간이 10년으로 늘어난 2018년 10월 16일 이전에 맺어진 계약이기 때문)
1심과 2심은 "임대차기간인 5년이 지나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계약갱신 요구를 할 수 없는 경우에는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호할 필요가 없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습니다.
대법원 "5년 지나도 권리금 보호"
그러나 대법원 생각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임대차기간이 5년을 초과해 임차인이 계약갱신 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에도 임대인은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의무를 부담한다고 봐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대법원은 "임대차기간이 5년이 지나도 임차인이 형성한 고객, 거래처, 신용 등 재산적 가치는 여전히 유지돼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보장할 필요성이 있다"며 "이런 해석이 임대인의 상가건물에 대한 사용 수익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대법원은 상가 임차인이 투자한 비용이나 영업활동으로 형성된 지명도와 신용 등은 임대차기간과 무관하게 임대인이 함부로 침해할 수 없도록 두텁게 보호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이 판결은 앞으로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하급심에서 엇갈렸던 권리금 보호 기간에 관한 대법원의 첫 판결이기 때문입니다.
궁중족발 사건은
대법원은 법률을 해석해 이를 적용하는 기관입니다. 이번 대법원판결은 명확지 않았던 상가임대차 보호법의 권리금 보호 기간을 법 해석을 통해 명확히 한 점에 의의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법 해석론과는 별개로 법을 만들 때 과연 아무런 기간 제한 없이 권리금 회수를 보호해야 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권리금은 오래 사회적 진통 끝에 만들어진 법이긴 하지만, 실제 분쟁을 해결하기에는 아직 충분치 않고 관련 판례도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혼선도 많고요.
망치 폭행으로 이어져 충격을 준 지난해 종로구 체부동 궁중족발 사건도 그렇습니다. 건물주가 후임 세입자에게 요구한 임대료가 "예전 주인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한 행위인지" 아니면 "정당한 임대료 요구인지"에 대해 아직도 법원에서 소송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권리금 회수를 방해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법에는 나오지만, 과연 어느 정도가 '현저한 고액의 차임과 보증금'인지에 대해 그저 법원의 판결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뜬금없는 소리일 수 있지만, 권리금이 진짜 임차인을 위한 제도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은 있습니다.
비싼 권리금 때문에 장사하지 못하거나 혹은 경험이나 기술 없이 적지 않은 권리금을 주고 들어왔다가 장사가 안돼 후임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고 돈만 날리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경기도 안 좋은데 다가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되면서 오프라인 상점의 영업은 예전만 못합니다. 권리금을 주고 들어온 상점 주인은, 권리금 회수를 위해 심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합니다.
일각에서는 임차인들에 대한 보호 수단이 많지 않던 시절 생긴 권리금은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당장 가능한 일은 아니겠지요.
그렇다면 정부나 국회가 모호한 법 규정만 만들어 놓고 뒷짐 지고 있을 게 아니라 쏟아지는 분쟁을 해결하고 이를 줄일 수 있는 논의를 서둘러야 하지 않을까요. 이런 게 바로 국회나 정부가 최우선으로 해야 할 일이리라 믿습니다.
쉽게 얘기해서 권리금은 장사 잘되는 가게를 인수하는 사람(새 세입자)이 전 가게 주인(전 세입자)에게 그 대가를 지불하는 것입니다. 전 주인이 확보한 단골손님이나 지명도, 특수한 영업 비법 등을 인정해 주는 것이지요
예전에는 장사할 상가도 많지 않았고, 매장도 지금보다 장사가 잘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게다가 2001년 상가건물임대차 보호법이 생기기 전에는 세입자들의 입지는 매우 불안했습니다. 장사가 잘돼도 건물주에게 쫓겨나기 일쑤였죠. 이런 상황에서 가게 주인들은 가게를 넘겨 주면서 새 임차인에게 금전을 받았고 이게 바로 권리금입니다. 법에 근거는 없었지만, 일종의 관행처럼 자리를 잡았죠.
권리금은 세입자끼리 오가는 돈이라 볼 수 있습니다. 건물주(임대인)와는 관련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물론 권리금 제도가 뿌리를 내리게 된 것은 임대인들의 이익에도 부합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세입자가 영업을 일방적으로 중단하고 나가면 임대인은 월세를 못 받는 '공실 리스크'가 발생합니다. 하지만 권리금을 주고 들어온 세입자의 경우는 권리금 회수 때문에라도 악착같이 장사하고, 나갈 때는 어떻게든 다음 세입자를 구해놓고 나가게 됩니다. 건물주는 부동산 수수료를 들이지 않고, 바로 다음 세입자를 구할 수 있는 제도가 권리금입니다.
그런데 건물주와 세입자가 권리금을 두고 윈-윈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새 세입자를 구하는 과정에서 양측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것이지요. 건물주 입장에서 초우량 임차인으로 꼽히는 스타벅스를 입점시키기 위해 기존 세입자와 건물주가 분쟁을 겪은 사례가 얼마 전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연관기사] [못참겠다] 스타벅스 입점에 억대 권리금 날릴 위기…“이게 상생인가요?”
세입자 교체 과정에서 월세를 많이 내는 우량 임차인을 구하려는 건물주, 반면 권리금을 최대한 많이 받고 나가려는 세입자의 이익은 부딪치게 됩니다. 2009년의 용산 참사 같은 비극적 사건은 재개발 과정에서 빚어진 양쪽의 갈등이 비극적으로 마무리 된 경우이고요.
부동산 시장에서 관행이던 이런 권리금 문제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자 국회는 법을 만듭니다. 2015년 5월 권리금 조항이 만들어집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권리금에 대해 법적인 정의와 함께 건물주에게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넣었습니다. 이 규정에 따라 이제 권리금은 건물주에게도 주장할 수 있는, 법적으로 보장받는 존재가 됐습니다.
건물주나 세입자 모두 권리금에 관한 규정을 잘 숙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임대차 보호법 10조의 4에 따라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임차인이 주선한 새 임차인과의 계약을 거절해 권리금 회수를 방해서는 안 되고, 이 경우 손해배상을 해야 합니다.
계속되는 권리금 분쟁
그런데 이 법 규정만으로 분쟁이 없어졌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분쟁은 오히려 더 많아졌다는 게 서울 서초동의 부동산 전문 변호사들 얘기입니다. 법 규정에 모호한 부분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최근에는 건물주(임대인)가 언제까지 세입자의 권리금 회수를 보호해 줘야 할지도 혼란이 많았습니다.
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을 최장 5년간 행사할 수 있게 규정했습니다. (이 규정은 2018년 10월 16일 개정돼 지금은 10년입니다) 이 기간 안에는 가급적 기존 세입자가 장사할 수 있게 해줘야 하는 취지입니다. 그런데 이 기간을 넘긴 상황에서도 과연 임대인이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에 협조해야 할까요
법에는 명확한 규정이 없습니다. 그래서 설은 갈립니다.
권리금 회수 기회 보호 조항이 임대차 보호 기간 안에만 적용된다는 규정이 없는 만큼 5년(혹은 10년)을 넘긴 상황에서도 당연히 권리금 회수를 건물주가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세입자 보호에 충실한 견해입니다.
반면 전체 법 취지상 당연히 5년(혹은 10년) 내에서만 권리금 회수 보호 조항이 적용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기한 제한을 안 둘 때 임대인의 권리가 지나치게 제한된다는 논리입니다.
법원 판결도 제각각입니다. 비슷한 내용의 소송에서 어떤 판사는 세입자 손을, 다른 판사는 건물주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전체적으로는 건물주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이 더 많았습니다.
하급심 판결이 갈지(之)자 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다행히 권리금에 대한 대법원의 첫 판결이 이 나왔습니다.
첫 권리금 판결 대법원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16일 상가 임차인 김 모 씨가 임대인 공 모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원고 승소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습니다.
사실관계는 간단합니다.
공 씨의 상가건물을 빌려 식당을 운영하던 김 씨는 임대차기간이 5년이 지나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 없게 되자, 제삼자인 A 씨와 식당의 시설, 거래처 등 모든 재산적 가치를 권리금 1억 4천500만 원에 양도하는 계약을 맺었습니다. 김 씨는 공 씨에게 권리금 계약을 체결한 사실을 알리고 A 씨와 상가임대차 계약을 새로 체결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공씨가 재건축을 이유로 거부하자 '권리금 회수기회'를 침해당했다며 소송을 낸 거죠. (※이 사례에서 5년이 적용된 것은 임대차보호 기간이 10년으로 늘어난 2018년 10월 16일 이전에 맺어진 계약이기 때문)
1심과 2심은 "임대차기간인 5년이 지나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계약갱신 요구를 할 수 없는 경우에는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호할 필요가 없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습니다.
대법원 "5년 지나도 권리금 보호"
그러나 대법원 생각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임대차기간이 5년을 초과해 임차인이 계약갱신 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에도 임대인은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의무를 부담한다고 봐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대법원은 "임대차기간이 5년이 지나도 임차인이 형성한 고객, 거래처, 신용 등 재산적 가치는 여전히 유지돼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보장할 필요성이 있다"며 "이런 해석이 임대인의 상가건물에 대한 사용 수익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대법원은 상가 임차인이 투자한 비용이나 영업활동으로 형성된 지명도와 신용 등은 임대차기간과 무관하게 임대인이 함부로 침해할 수 없도록 두텁게 보호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이 판결은 앞으로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하급심에서 엇갈렸던 권리금 보호 기간에 관한 대법원의 첫 판결이기 때문입니다.
궁중족발 사건은
대법원은 법률을 해석해 이를 적용하는 기관입니다. 이번 대법원판결은 명확지 않았던 상가임대차 보호법의 권리금 보호 기간을 법 해석을 통해 명확히 한 점에 의의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법 해석론과는 별개로 법을 만들 때 과연 아무런 기간 제한 없이 권리금 회수를 보호해야 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권리금은 오래 사회적 진통 끝에 만들어진 법이긴 하지만, 실제 분쟁을 해결하기에는 아직 충분치 않고 관련 판례도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혼선도 많고요.
망치 폭행으로 이어져 충격을 준 지난해 종로구 체부동 궁중족발 사건도 그렇습니다. 건물주가 후임 세입자에게 요구한 임대료가 "예전 주인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한 행위인지" 아니면 "정당한 임대료 요구인지"에 대해 아직도 법원에서 소송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권리금 회수를 방해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법에는 나오지만, 과연 어느 정도가 '현저한 고액의 차임과 보증금'인지에 대해 그저 법원의 판결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뜬금없는 소리일 수 있지만, 권리금이 진짜 임차인을 위한 제도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은 있습니다.
비싼 권리금 때문에 장사하지 못하거나 혹은 경험이나 기술 없이 적지 않은 권리금을 주고 들어왔다가 장사가 안돼 후임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고 돈만 날리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경기도 안 좋은데 다가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되면서 오프라인 상점의 영업은 예전만 못합니다. 권리금을 주고 들어온 상점 주인은, 권리금 회수를 위해 심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합니다.
일각에서는 임차인들에 대한 보호 수단이 많지 않던 시절 생긴 권리금은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당장 가능한 일은 아니겠지요.
그렇다면 정부나 국회가 모호한 법 규정만 만들어 놓고 뒷짐 지고 있을 게 아니라 쏟아지는 분쟁을 해결하고 이를 줄일 수 있는 논의를 서둘러야 하지 않을까요. 이런 게 바로 국회나 정부가 최우선으로 해야 할 일이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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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희 기자 thepla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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