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전궁금] 사람 운명은 모르는데…유언장 한번 써볼까?

입력 2019.04.13 (12:00) 수정 2019.05.3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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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갑작스레 타계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유언장을 남겼을까.

그의 유언장 존재 여부에 대해 확인은 어렵지만, 3,300억 원에 달하는 한진칼 지분(17.45%)은 그룹 경영권이 뒤바뀔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조 회장이 생전에 유언 형식으로 재산 문제를 정리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더구나 조양호 회장 자신이 선친인 조중훈 전 회장 사후에 동생들과 유언장 효력을 놓고 법적 다툼을 벌인 바 있어 더더욱 그 부분에 신경을 썼을 가능성이 있다.

조중훈 전 회장 타계 이후 장남인 조양호 회장이 그룹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을 물려받은 데 대해 2남인 조남호 한진중공업 홀딩스 회장과 4남인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은 "선친의 유언장이 조작됐다"며 형을 상대로 소송까지 냈다. 이 소송은 조양호 회장의 승리로 마무리됐지만, 이들은 유산 상속 과정에서 심한 내홍을 겪었다.

[관련 기사] 유언장 조작 소송까지 냈던 한진 형제들…상속 때문에 ‘줄소환’

그렇다면 유언장은 어떻게 작성되고, 확인돼야 법적 분쟁 없이 깔끔하게 마무리될 수 있을까. 유언장을 미리 써두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막상 법 규정을 잘 몰라 추후에 유언장 효력이 문제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유언장 작성 요령에 대해 알아본다.

유언장은 엄격한 형식을 갖춰야!

유언장에 적힌 유언은 당사자가 죽은 뒤 효력을 발생한다. 이 때문에 이 유언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확인이 불가능하다. 민법에서 유언장에 관해 엄격한 형식을 필요로 하는 이유다. 민법이 정한 유언의 방법은 5가지다.

①자필증서에 의한 유언

가장 많이 이용하는 방법이지만 자칫 잘못하면 자식 간에 싸움이 날 수 있으니, 꼼꼼해야 한다. 유언의 내용을 쓰면서 반드시 본인의 이름, 주소, 작성일, 그리고 날인 해야 한다. 여기서 주소란 집의 번지수까지 자세히 써야 하고, 동까지만 쓰면 안 된다. (주민등록번호는 쓸 필요 없음) 날인은 서명은 안 되고 도장이나 지장으로 해야 하다. 아울러 이 모든 내용이 자신의 글씨로 직접 작성돼야 한다.

문자의 삽입, 삭제 또는 변경할 때는 유언자가 이를 직접 쓰고, 날인해야 한다.


②녹음에 의한 유언

녹음으로도 유언을 남길 수 있다. 녹음할 때는 유언자가 유언의 취지를 정확하고 또렷하게 말하면서 자신의 이름과 녹음 연월일을 말해야 한다.

녹음에 의한 유언은 자필증서 유언과는 달리 증인이 필요하다. 녹음에는 이 증인의 목소리가 담겨야 한다. 유언을 남길 때 참석한 증인은 유언이 정확하다는 사실과 자신의 성명을 구술해 녹음해야 효력을 인정받는다.

민법에는 증인이 될 수 없는 결격사유도 정하고 있다. 유언으로 이익을 받을 사람과 그의 배우자 및 직계혈족은 증인이 될 수 없다. 재벌 회장이 녹음으로 유언을 남길 때 아들과 딸은 증인 자격이 없다는 얘기다.

미성년자도 자격이 없다. 질병, 장애, 노령 등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없는 피성년 후견인과 피한정 후견인도 증인이 될 수 없다.


③공정증서에 의한 유언

돈은 좀 들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대기업 총수가 유언을 남긴다면 이 방법으로 할 가능성이 크다. 유언할 때 4명이 입회한다. 즉 유언자가 공증인 2명 앞에서 유언의 취지를 말하고 공증인이 이를 필기 낭독한다. 이를 유언자와 증인이 정확함을 확인하고 각각 서명(또는 기명날인)한다.

공증인 2명이 입회하기 때문에 수수료가 많게는 몇백만 원 발생하지만, 법적인 분쟁 소지는 거의 없다는 장점이 있다.


④비밀증서에 의한 유언

유언은 남기지만 내용을 비밀로 남기고 싶어 할 경우도 적지 않다.

비밀증서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내용을 쓰고 그 쓴 사람의 성명을 기재한 증서를 엄봉날인(嚴封捺印)하고 이를 2명 이상의 증인이 보는 앞에 제출해 자기의 유언서임을 표시한다. 그리고 그 봉서 표면에 제출 연월일을 기재하고 유언자와 증인이 각자 서명(또는 기명날인)한다.

여기에 또 하나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렇게 작성된 유언봉서를 그 표면에 기재된 날로부터 5일 이내에 공증인(또는 가정법원 서기)에게 제출해 그 봉인 위에 확정일자인(確定日字印)을 꼭 받아야 한다.

이처럼 비밀증서에 의한 유언은 요건이 까다로우니 내용을 잘 숙지해야 한다. 단, 자필증서와 달리 비밀증서에 의한 유언은 타인이 필기해도 효력에는 문제가 없다.


⑤구수증서에 의한 유언

사람의 운명은 알 수가 없다. 준비되지 않은, 갑작스러운 죽음을 앞두고 있을 때 유언은 어떻게 남길까.

이런 경우를 생각해 민법은 구수증서(받아적은 증서)에 의한 유언을 규정하고 있다. 즉 질병 등 급박한 사유로 자필이나 녹음 등의 방식으로 유언을 남길 수 없을 때는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이 가능하다. 이때도 2인 이상의 증인이 참여한다. 유언자가 증인 한 명에게 유언의 취지를 말하고, 이를 들은 사람이 필기 낭독하고, 유언자의 증인이 그 정확함을 승인한 뒤 각자 서명(또는 기명날인)하면 된다.

이 경우 증인(또는 이해관계인)은 급박한 사유의 종료한 날로부터 7일 이내에 법원에 검인을 신청해야 한다.


유언의 집행은?

이렇게 남긴 유언은 유언자가 사망했을 때 효력이 발생한다. 사망 전에 유언자는 언제든지 유언 전부나 일부를 철회할 수 있다.

유언자가 유언장을 남기고 사망했을 때 이 유언은 어떻게 집행할까. 유언의 집행도 법 절차를 따라야 분쟁이 없다.

유언의 증서나 녹음을 보관한 자 또는 이를 발견한 자는 유언자 사망 이후 지체없이 법원에 제출해 그 검인을 청구해야 한다.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 비밀증서에 의한 유언, 녹음에 의한 유언은 반드시 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유언장을 발견했다고 맘대로 했다가는 법적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 반면 공정증서나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은 이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이미 공증인이나 법원의 확인을 거쳤기 때문이다.

법원이 봉인된 유언장을 개봉할 때는 유언자의 상속인, 그 대리인 기타 이해관계인을 참여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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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전궁금] 사람 운명은 모르는데…유언장 한번 써볼까?
    • 입력 2019-04-13 12:00:44
    • 수정2019-05-31 16: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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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갑작스레 타계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유언장을 남겼을까.

그의 유언장 존재 여부에 대해 확인은 어렵지만, 3,300억 원에 달하는 한진칼 지분(17.45%)은 그룹 경영권이 뒤바뀔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조 회장이 생전에 유언 형식으로 재산 문제를 정리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더구나 조양호 회장 자신이 선친인 조중훈 전 회장 사후에 동생들과 유언장 효력을 놓고 법적 다툼을 벌인 바 있어 더더욱 그 부분에 신경을 썼을 가능성이 있다.

조중훈 전 회장 타계 이후 장남인 조양호 회장이 그룹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을 물려받은 데 대해 2남인 조남호 한진중공업 홀딩스 회장과 4남인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은 "선친의 유언장이 조작됐다"며 형을 상대로 소송까지 냈다. 이 소송은 조양호 회장의 승리로 마무리됐지만, 이들은 유산 상속 과정에서 심한 내홍을 겪었다.

[관련 기사] 유언장 조작 소송까지 냈던 한진 형제들…상속 때문에 ‘줄소환’

그렇다면 유언장은 어떻게 작성되고, 확인돼야 법적 분쟁 없이 깔끔하게 마무리될 수 있을까. 유언장을 미리 써두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막상 법 규정을 잘 몰라 추후에 유언장 효력이 문제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유언장 작성 요령에 대해 알아본다.

유언장은 엄격한 형식을 갖춰야!

유언장에 적힌 유언은 당사자가 죽은 뒤 효력을 발생한다. 이 때문에 이 유언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확인이 불가능하다. 민법에서 유언장에 관해 엄격한 형식을 필요로 하는 이유다. 민법이 정한 유언의 방법은 5가지다.

①자필증서에 의한 유언

가장 많이 이용하는 방법이지만 자칫 잘못하면 자식 간에 싸움이 날 수 있으니, 꼼꼼해야 한다. 유언의 내용을 쓰면서 반드시 본인의 이름, 주소, 작성일, 그리고 날인 해야 한다. 여기서 주소란 집의 번지수까지 자세히 써야 하고, 동까지만 쓰면 안 된다. (주민등록번호는 쓸 필요 없음) 날인은 서명은 안 되고 도장이나 지장으로 해야 하다. 아울러 이 모든 내용이 자신의 글씨로 직접 작성돼야 한다.

문자의 삽입, 삭제 또는 변경할 때는 유언자가 이를 직접 쓰고, 날인해야 한다.


②녹음에 의한 유언

녹음으로도 유언을 남길 수 있다. 녹음할 때는 유언자가 유언의 취지를 정확하고 또렷하게 말하면서 자신의 이름과 녹음 연월일을 말해야 한다.

녹음에 의한 유언은 자필증서 유언과는 달리 증인이 필요하다. 녹음에는 이 증인의 목소리가 담겨야 한다. 유언을 남길 때 참석한 증인은 유언이 정확하다는 사실과 자신의 성명을 구술해 녹음해야 효력을 인정받는다.

민법에는 증인이 될 수 없는 결격사유도 정하고 있다. 유언으로 이익을 받을 사람과 그의 배우자 및 직계혈족은 증인이 될 수 없다. 재벌 회장이 녹음으로 유언을 남길 때 아들과 딸은 증인 자격이 없다는 얘기다.

미성년자도 자격이 없다. 질병, 장애, 노령 등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없는 피성년 후견인과 피한정 후견인도 증인이 될 수 없다.


③공정증서에 의한 유언

돈은 좀 들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대기업 총수가 유언을 남긴다면 이 방법으로 할 가능성이 크다. 유언할 때 4명이 입회한다. 즉 유언자가 공증인 2명 앞에서 유언의 취지를 말하고 공증인이 이를 필기 낭독한다. 이를 유언자와 증인이 정확함을 확인하고 각각 서명(또는 기명날인)한다.

공증인 2명이 입회하기 때문에 수수료가 많게는 몇백만 원 발생하지만, 법적인 분쟁 소지는 거의 없다는 장점이 있다.


④비밀증서에 의한 유언

유언은 남기지만 내용을 비밀로 남기고 싶어 할 경우도 적지 않다.

비밀증서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내용을 쓰고 그 쓴 사람의 성명을 기재한 증서를 엄봉날인(嚴封捺印)하고 이를 2명 이상의 증인이 보는 앞에 제출해 자기의 유언서임을 표시한다. 그리고 그 봉서 표면에 제출 연월일을 기재하고 유언자와 증인이 각자 서명(또는 기명날인)한다.

여기에 또 하나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렇게 작성된 유언봉서를 그 표면에 기재된 날로부터 5일 이내에 공증인(또는 가정법원 서기)에게 제출해 그 봉인 위에 확정일자인(確定日字印)을 꼭 받아야 한다.

이처럼 비밀증서에 의한 유언은 요건이 까다로우니 내용을 잘 숙지해야 한다. 단, 자필증서와 달리 비밀증서에 의한 유언은 타인이 필기해도 효력에는 문제가 없다.


⑤구수증서에 의한 유언

사람의 운명은 알 수가 없다. 준비되지 않은, 갑작스러운 죽음을 앞두고 있을 때 유언은 어떻게 남길까.

이런 경우를 생각해 민법은 구수증서(받아적은 증서)에 의한 유언을 규정하고 있다. 즉 질병 등 급박한 사유로 자필이나 녹음 등의 방식으로 유언을 남길 수 없을 때는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이 가능하다. 이때도 2인 이상의 증인이 참여한다. 유언자가 증인 한 명에게 유언의 취지를 말하고, 이를 들은 사람이 필기 낭독하고, 유언자의 증인이 그 정확함을 승인한 뒤 각자 서명(또는 기명날인)하면 된다.

이 경우 증인(또는 이해관계인)은 급박한 사유의 종료한 날로부터 7일 이내에 법원에 검인을 신청해야 한다.


유언의 집행은?

이렇게 남긴 유언은 유언자가 사망했을 때 효력이 발생한다. 사망 전에 유언자는 언제든지 유언 전부나 일부를 철회할 수 있다.

유언자가 유언장을 남기고 사망했을 때 이 유언은 어떻게 집행할까. 유언의 집행도 법 절차를 따라야 분쟁이 없다.

유언의 증서나 녹음을 보관한 자 또는 이를 발견한 자는 유언자 사망 이후 지체없이 법원에 제출해 그 검인을 청구해야 한다.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 비밀증서에 의한 유언, 녹음에 의한 유언은 반드시 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유언장을 발견했다고 맘대로 했다가는 법적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 반면 공정증서나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은 이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이미 공증인이나 법원의 확인을 거쳤기 때문이다.

법원이 봉인된 유언장을 개봉할 때는 유언자의 상속인, 그 대리인 기타 이해관계인을 참여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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