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위기를 기회로]② 탄소 배출 세계 11위 한국, ‘2050년 탄소 중립’ 가능할까?

입력 2020.11.03 (15:11) 수정 2020.11.04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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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중립‘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대표적인 온실가스인 ’탄소‘는 자주 들어보셨을 테고,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말도 많이 들어보셨겠지만, ’탄소 중립‘이라는 표현은 다소 생소하실 겁니다.

■ ’탄소 중립‘이 나오게 된 배경은?

’탄소 중립‘은 배출하는 탄소량과 흡수하는 탄소량을 같게 만들어 순수하게 배출되는 탄소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순 배출 0‘, 또는 ’넷 제로(net zero)‘라고도 합니다.

지난달 28일 문재인 대통령의 시정 연설에도 등장했습니다. 그린뉴딜 발언과 함께 나왔습니다. 그린뉴딜을 한 축으로 하는 한국판 뉴딜에 32조 원을 투입한다며,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겠다”고 선언한 건데요. 정부가 탄소 배출량 제로 시점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기후변화 정부간 협의체(IPCC)가 2018년 발간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기후변화 정부간 협의체(IPCC)가 2018년 발간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
이런 발언이 나온 배경에는 전 지구가 처한 기후 위기가 있습니다.

UN 산하의 국제 기후 기구인 IPCC는 기후 재앙을 막으려면 지구 평균 기온의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막아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미 상승 폭이 1.1도에 이르고 있어 여유가 얼마 없는 상황입니다. IPCC는 해결책으로 2050년까지 전 세계가 ’탄소 중립‘을 이뤄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 탄소 중립, 배출량 줄이지 않고도 가능?

그렇다면 탄소 중립은 어떻게 달성할 수 있을까요? 물론 배출량을 줄이는 방법이 있겠지만, 배출량을 줄이지 않더라도 흡수량을 늘리면 되는 건 아닐까요? 흡수량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기술 개발만 되면,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겪는 불편 없이 기후 변화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갖게 됩니다.

포항 제철소에서 약 100여m 떨어진 영일만에 설치된 이산화탄소 저장 사업 플랫폼포항 제철소에서 약 100여m 떨어진 영일만에 설치된 이산화탄소 저장 사업 플랫폼
실제로 탄소를 흡수하는 여러 기술이 개발 중입니다. 국내에도 이러한 설비가 있는데요. 바로 위 사진에 담긴 바다 위로 솟아있는 시설입니다. 가까이서 보면 ’포항분지 해상 CO2 지중저장 실증사업 플랫폼‘이라는 팻말이 보입니다.

원리는 이렇습니다. 배출된 탄소를 포집해 액체 상태로 만든 뒤 700~800m 깊이까지 내려보냅니다. 그런 뒤 적절한 압력과 온도로 조절해 땅속에 주입, 저장하는 건데요.
이렇게 들어간 탄소가 다시 공기 중으로 누출될 우려는 적다고 합니다.

사업에 참여한 권이균 공주대학교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보통 저장소 위치를 찾을 때 저장층 상부에 두꺼운 덮개암이 막아주는 곳을 찾는다”면서 “주입된 탄소가 해저 지층의 공극을 채우고 있는 염수에 녹으면 밀도가 높아져 가라앉기 때문에 누출 우려가 적다”고 설명했습니다.
포항 분지 이산화탄소 저장 실증 프로젝트 모식도. 자료 : 권이균 공주대 교수포항 분지 이산화탄소 저장 실증 프로젝트 모식도. 자료 : 권이균 공주대 교수
사업단은 2017년 주입 실험을 통해 모두 100톤의 탄소를 주입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당시 국내 최초이자 세계에서 3번째로 성공한 사례입니다.

이후 연안에서 수송관을 연결해 2년간 만 톤을 추가로 주입할 계획이었습니다.

■ ’포항 지진‘ 암초 만난 탄소 저장 사업

그런데 이렇게 순항하던 탄소 저장 사업이 뜻밖의 암초를 만납니다. 2017년 11월 15일에 발생한 포항지진입니다. 탄소 저장을 위해서는 지하 깊은 곳의 땅을 파는 작업이 필요하다 보니 지진 유발 원인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게 됐습니다.

지난해 포항 지진과 탄소 저장 사업이 관련이 없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지만, 주민 우려 등을 고려해 이후 저장 실험은 중단된 상태입니다. 저장 사업 실증 연구는 주민 안전성을 고려해 앞으로는 해안가에서 최소 60km 이상 떨어진 먼바다에서 재개될 방침입니다.

이후 저장소 확보와 실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2030년에는 이러한 탄소 저장 설비를 통해 연간 400만 톤의 탄소를 흡수, 저장할 것으로 환경 당국은 내다보고 있습니다.

■ 산림은 자연 흡수원…연간 4천만톤 흡수

이렇게 인위적인 방법 말고도 탄소를 흡수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산림이나 초지 등에서 식물이 흡수하는 겁니다. 산림을 어떻게 가꾸느냐에 따라서도 탄소 흡수량을 늘릴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경기도 시흥시 시화 산업 단지. 산업 단지(우)와 주거 지역(좌) 사이에 차단 숲이 조성돼 있다.경기도 시흥시 시화 산업 단지. 산업 단지(우)와 주거 지역(좌) 사이에 차단 숲이 조성돼 있다.
위 사진에 보이는 곳은 시화 산단과 인근 주거지 사이에 조성된 숲입니다. 이 숲은 공단에서 나오는 미세먼지 등 오염 물질이 주거 지역으로 밀려드는 것을 막기 위해 공단 조성 당시 함께 만들어졌는데요. 탄소를 흡수하는 역할도 합니다.

다만 길이 3.2km, 폭 250m의 이 숲이 연간 흡수하는 탄소량은 약 192톤입니다. 20층짜리 아파트 한 동에서 연간 배출하는 탄소량 정도에 그칩니다.

우리나라 전체로 보면, 2017년 기준 연간 약 4천만 톤 규모의 탄소가 식물에 흡수되는 것으로 집계됐는데, 같은 기간 배출량은 그 15배가 넘는 7억 천만 톤에 이릅니다.

■ 배출 7억 톤 > 흡수 4천만 톤…갈 길 먼 ’순 배출 0‘

자, 다시 계산해볼까요? 식물에 흡수되는 탄소 규모는 연간 약 4천만 톤, 앞서 소개해드린 2030년 탄소 저장 설비를 통한 목표 흡수량도 연간 400만 톤에 불과합니다.

결국, ’순 배출 0‘은 산림을 가꾸고 탄소 저장 기술을 개발하는 것에만 기댈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더 시급한 과제이고, 즉각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인포그래픽 추가 예정인포그래픽 추가 예정

현재 우리나라의 탄소 배출량은 세계 11위입니다. 특히 인구 한 명 당 배출하는 탄소량으로 보면 한국인은 연간 11.8톤을 배출해 세계 평균(4.4톤)의 2.5배를 넘고, 중국(6.7톤)보다도 훨씬 많습니다.

심지어 우리나라의 탄소 배출량은 최근까지 계속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올해 말 정부가 유엔에 내야하는 2030년 탄소 감축량 역시 선진국 대비 적은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내세우긴 했지만, 탄소 배출량 감소에 대한 사회 전반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지 않고서는 갈 길이 멉니다.

[연관기사] [기후변화, 위기를 기회로]① 국민 72% “전기요금 인상도 수용”…여러분의 생각은?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038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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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후변화, 위기를 기회로]② 탄소 배출 세계 11위 한국, ‘2050년 탄소 중립’ 가능할까?
    • 입력 2020-11-03 15:11:57
    • 수정2020-11-04 16:19:10
    취재K

탄소 중립‘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대표적인 온실가스인 ’탄소‘는 자주 들어보셨을 테고,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말도 많이 들어보셨겠지만, ’탄소 중립‘이라는 표현은 다소 생소하실 겁니다.

■ ’탄소 중립‘이 나오게 된 배경은?

’탄소 중립‘은 배출하는 탄소량과 흡수하는 탄소량을 같게 만들어 순수하게 배출되는 탄소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순 배출 0‘, 또는 ’넷 제로(net zero)‘라고도 합니다.

지난달 28일 문재인 대통령의 시정 연설에도 등장했습니다. 그린뉴딜 발언과 함께 나왔습니다. 그린뉴딜을 한 축으로 하는 한국판 뉴딜에 32조 원을 투입한다며,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겠다”고 선언한 건데요. 정부가 탄소 배출량 제로 시점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기후변화 정부간 협의체(IPCC)가 2018년 발간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 이런 발언이 나온 배경에는 전 지구가 처한 기후 위기가 있습니다.

UN 산하의 국제 기후 기구인 IPCC는 기후 재앙을 막으려면 지구 평균 기온의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막아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미 상승 폭이 1.1도에 이르고 있어 여유가 얼마 없는 상황입니다. IPCC는 해결책으로 2050년까지 전 세계가 ’탄소 중립‘을 이뤄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 탄소 중립, 배출량 줄이지 않고도 가능?

그렇다면 탄소 중립은 어떻게 달성할 수 있을까요? 물론 배출량을 줄이는 방법이 있겠지만, 배출량을 줄이지 않더라도 흡수량을 늘리면 되는 건 아닐까요? 흡수량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기술 개발만 되면,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겪는 불편 없이 기후 변화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갖게 됩니다.

포항 제철소에서 약 100여m 떨어진 영일만에 설치된 이산화탄소 저장 사업 플랫폼실제로 탄소를 흡수하는 여러 기술이 개발 중입니다. 국내에도 이러한 설비가 있는데요. 바로 위 사진에 담긴 바다 위로 솟아있는 시설입니다. 가까이서 보면 ’포항분지 해상 CO2 지중저장 실증사업 플랫폼‘이라는 팻말이 보입니다.

원리는 이렇습니다. 배출된 탄소를 포집해 액체 상태로 만든 뒤 700~800m 깊이까지 내려보냅니다. 그런 뒤 적절한 압력과 온도로 조절해 땅속에 주입, 저장하는 건데요.
이렇게 들어간 탄소가 다시 공기 중으로 누출될 우려는 적다고 합니다.

사업에 참여한 권이균 공주대학교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보통 저장소 위치를 찾을 때 저장층 상부에 두꺼운 덮개암이 막아주는 곳을 찾는다”면서 “주입된 탄소가 해저 지층의 공극을 채우고 있는 염수에 녹으면 밀도가 높아져 가라앉기 때문에 누출 우려가 적다”고 설명했습니다. 포항 분지 이산화탄소 저장 실증 프로젝트 모식도. 자료 : 권이균 공주대 교수사업단은 2017년 주입 실험을 통해 모두 100톤의 탄소를 주입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당시 국내 최초이자 세계에서 3번째로 성공한 사례입니다.

이후 연안에서 수송관을 연결해 2년간 만 톤을 추가로 주입할 계획이었습니다.

■ ’포항 지진‘ 암초 만난 탄소 저장 사업

그런데 이렇게 순항하던 탄소 저장 사업이 뜻밖의 암초를 만납니다. 2017년 11월 15일에 발생한 포항지진입니다. 탄소 저장을 위해서는 지하 깊은 곳의 땅을 파는 작업이 필요하다 보니 지진 유발 원인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게 됐습니다.

지난해 포항 지진과 탄소 저장 사업이 관련이 없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지만, 주민 우려 등을 고려해 이후 저장 실험은 중단된 상태입니다. 저장 사업 실증 연구는 주민 안전성을 고려해 앞으로는 해안가에서 최소 60km 이상 떨어진 먼바다에서 재개될 방침입니다.

이후 저장소 확보와 실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2030년에는 이러한 탄소 저장 설비를 통해 연간 400만 톤의 탄소를 흡수, 저장할 것으로 환경 당국은 내다보고 있습니다.

■ 산림은 자연 흡수원…연간 4천만톤 흡수

이렇게 인위적인 방법 말고도 탄소를 흡수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산림이나 초지 등에서 식물이 흡수하는 겁니다. 산림을 어떻게 가꾸느냐에 따라서도 탄소 흡수량을 늘릴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경기도 시흥시 시화 산업 단지. 산업 단지(우)와 주거 지역(좌) 사이에 차단 숲이 조성돼 있다.위 사진에 보이는 곳은 시화 산단과 인근 주거지 사이에 조성된 숲입니다. 이 숲은 공단에서 나오는 미세먼지 등 오염 물질이 주거 지역으로 밀려드는 것을 막기 위해 공단 조성 당시 함께 만들어졌는데요. 탄소를 흡수하는 역할도 합니다.

다만 길이 3.2km, 폭 250m의 이 숲이 연간 흡수하는 탄소량은 약 192톤입니다. 20층짜리 아파트 한 동에서 연간 배출하는 탄소량 정도에 그칩니다.

우리나라 전체로 보면, 2017년 기준 연간 약 4천만 톤 규모의 탄소가 식물에 흡수되는 것으로 집계됐는데, 같은 기간 배출량은 그 15배가 넘는 7억 천만 톤에 이릅니다.

■ 배출 7억 톤 > 흡수 4천만 톤…갈 길 먼 ’순 배출 0‘

자, 다시 계산해볼까요? 식물에 흡수되는 탄소 규모는 연간 약 4천만 톤, 앞서 소개해드린 2030년 탄소 저장 설비를 통한 목표 흡수량도 연간 400만 톤에 불과합니다.

결국, ’순 배출 0‘은 산림을 가꾸고 탄소 저장 기술을 개발하는 것에만 기댈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더 시급한 과제이고, 즉각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인포그래픽 추가 예정
현재 우리나라의 탄소 배출량은 세계 11위입니다. 특히 인구 한 명 당 배출하는 탄소량으로 보면 한국인은 연간 11.8톤을 배출해 세계 평균(4.4톤)의 2.5배를 넘고, 중국(6.7톤)보다도 훨씬 많습니다.

심지어 우리나라의 탄소 배출량은 최근까지 계속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올해 말 정부가 유엔에 내야하는 2030년 탄소 감축량 역시 선진국 대비 적은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내세우긴 했지만, 탄소 배출량 감소에 대한 사회 전반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지 않고서는 갈 길이 멉니다.

[연관기사] [기후변화, 위기를 기회로]① 국민 72% “전기요금 인상도 수용”…여러분의 생각은?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038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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