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위기를 기회로]④ 한 달 탄소 배출량 계산해보니…나무 몇그루 심어야 할까?

입력 2020.11.05 (15:11) 수정 2020.11.05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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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요? 심각하죠! TV 뉴스 볼 때는 생각하는데, 이후엔 다 잊고 살고 그래요."

60대 주부 남 예 씨는 생활 속에서 탄소 배출을 일일이 따지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기후위기 문제는 TV 등에서 볼 때만 잠깐 생각하고 일상과는 조금 떨어져 있다는 겁니다.

남 씨와 남 씨 가족이 생활 속에서 탄소, 정확히는 이산화탄소를 얼마나 배출하는지 알아봤습니다. 시민단체 '한국기후·환경네트워크'에서 만든 탄소발자국 계산기를 이용해 계산했습니다.

■전기·가스 사용량 등 넣으면 탄소배출량 계산

계산은 간단합니다.

전기와 가스, 수도, 교통 부문의 한 달 사용량(교통은 이동 거리) 또는 요금을 차례로 넣으면 한 달 동안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나옵니다. 배출된 탄소를 흡수하기 위해 심어야 할 나무가 몇 그루인지 함께 볼 수 있습니다.

한 달 동안 남 씨 가족이 배출하는 탄소의 양은 635kg. 배출한 탄소를 흡수하려면 소나무 96.2그루를 심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비슷한 규모의 집에 사는 사람들 평균보다 탄소 배출이 11% 많았습니다. 한 달 전기비(6만5천 원)과 가스비(월 12만 원)가 평균보다 높은 게 주요 원인이었습니다.

남 씨는 생각지도 못한 결과에 놀랐습니다. 기후위기와 탄소 배출이 본인과 관련된 걸 느꼈고, 그동안의 생활 습관도 돌아보게 됐다고 말합니다.


남 예 /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심어야 하는 나무가 96그루라는 말을 듣고 심장이 많이 뛰었어요. '아무 생각 없이 살았구나! 많은 소나무가 필요하구나!'라고 생각해요."
"이제부터라도 제가 조금씩 노력하면서 이산화탄소 줄이는 데 노력하려고 합니다."

■환경 실천가 "물건을 보는 시각을 바꿔야 해요"

일상에서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힘쓰고 있는 환경 실천가를 만났습니다. 양래교 씨 집에서 눈에 띄는 건 재사용 물건이었습니다.

가공식품 비닐 포장지는 깨끗하게 보관하다가 시장에서 채소를 담을 때 씁니다. 싱크대와 욕조에는 흘러가는 물을 담는 양동이가 항상 있습니다.

모든 콘센트는 전기 절약형 제품을 쓰고, 쇼핑은 걸어서 10분 거리의 전통시장을 찾습니다.

양 씨는 물건을 보는 시각이 바뀌어야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또한,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해보길 권합니다.


양래교 / 환경 실천가
"사는 순간에 물건을 폐기하는 순간을 한번 생각해요. '이 물건을 재사용할 수 있는지, 아니면 폐기할 때 자연으로 되돌아가는지…' 그러면 사는 물건이 좁혀져요."
"'실천해볼까?'라고 생각한 분들은 이미 실천 중이라고 생각해요. 모든 걸 한꺼번에 하면 과부하가 걸릴 수 있으니까 손수건 쓰기, 텀블러 들고 다니기 등 하나씩 실천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저탄소 인증제품' 10년…인증 제품은 179개 불과

소비를 아예 안 할 순 없죠? 탄소 배출량을 줄인 제품을 사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미 관련 인증 제도도 시행 중입니다. 바로 '저탄소 인증제품' 제도입니다.

2011년부터 시작했고, 농·축·수산물을 제외한 모든 제품이 인증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인증을 받은 제품은 턱없이 적습니다. 올해 9월 기준으로 179개에 그칩니다.

왜일까요? 인증받은 효과는 '불확실'한데 인증받는데 드는 비용은 '확실'하기 때문입니다.

우선 소비자들이 저탄소 인증 제품에 대한 인식이 낮습니다. 인증기관인 한국환경산업기술원조차 저탄소 인증제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인증을 받은 기업들의 홍보 효과가 크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공공기관이 지켜야 하는 '녹색제품 의무 구매'제도에 저탄소 인증제품이 포함된 것도 불과 올해 7월 이야기입니다.


반면, 자발적 인증을 위한 탄소 배출 확인부터 탄소 감축을 위한 공정 개선에는 많은 돈이 들어갑니다.

인증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유효 기간이 3년인데, 인증을 연장하려면 탄소 배출을 3년마다 줄여야 합니다. 실제 3년마다 탄소 배출량을 줄여 인증을 갱신한 제품은 적습니다.
현재 유효 인증 제품 179개 중 32개. 10년 동안 총 인증제품을 따져봐도 621개 가운데 86개입니다.

■인식 개선·경제적 효과 뒷받침 필요

저탄소 인증제품 제도를 초기에 설계한 김 익 세종대 기후변화 특성화 대학원 겸임교수는 소비자들의 인식 개선과 경제적 효과를 뒷받침하는 제도 개선 모두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김 익 / 세종대 기후변화 특성화 대학원 겸임교수
"탄소 감축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국민이 안다면 저탄소 제품을 우리 국민이 구매한다고 봅니다. 인지도 개선이 필요하고 홍보도 많이 돼야 합니다."
"기업들이 실제 매출에 연계가 크다고 하면 인증을 받습니다. 좋은 사례는 건축자재 분야인데요. 녹색 건축 인증을 받으면 건축주에게 용적률 상향, 세금 감면 등 구체적인 혜택이 있어 잘 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1인당 탄소 배출량은 연간 11.8톤으로 세계 평균보다 2.5배 많습니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개인적·제도적 노력 모두 필요한 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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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후변화, 위기를 기회로]④ 한 달 탄소 배출량 계산해보니…나무 몇그루 심어야 할까?
    • 입력 2020-11-05 15:11:32
    • 수정2020-11-05 16:19:14
    취재K

"기후위기요? 심각하죠! TV 뉴스 볼 때는 생각하는데, 이후엔 다 잊고 살고 그래요."

60대 주부 남 예 씨는 생활 속에서 탄소 배출을 일일이 따지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기후위기 문제는 TV 등에서 볼 때만 잠깐 생각하고 일상과는 조금 떨어져 있다는 겁니다.

남 씨와 남 씨 가족이 생활 속에서 탄소, 정확히는 이산화탄소를 얼마나 배출하는지 알아봤습니다. 시민단체 '한국기후·환경네트워크'에서 만든 탄소발자국 계산기를 이용해 계산했습니다.

■전기·가스 사용량 등 넣으면 탄소배출량 계산

계산은 간단합니다.

전기와 가스, 수도, 교통 부문의 한 달 사용량(교통은 이동 거리) 또는 요금을 차례로 넣으면 한 달 동안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나옵니다. 배출된 탄소를 흡수하기 위해 심어야 할 나무가 몇 그루인지 함께 볼 수 있습니다.

한 달 동안 남 씨 가족이 배출하는 탄소의 양은 635kg. 배출한 탄소를 흡수하려면 소나무 96.2그루를 심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비슷한 규모의 집에 사는 사람들 평균보다 탄소 배출이 11% 많았습니다. 한 달 전기비(6만5천 원)과 가스비(월 12만 원)가 평균보다 높은 게 주요 원인이었습니다.

남 씨는 생각지도 못한 결과에 놀랐습니다. 기후위기와 탄소 배출이 본인과 관련된 걸 느꼈고, 그동안의 생활 습관도 돌아보게 됐다고 말합니다.


남 예 /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심어야 하는 나무가 96그루라는 말을 듣고 심장이 많이 뛰었어요. '아무 생각 없이 살았구나! 많은 소나무가 필요하구나!'라고 생각해요."
"이제부터라도 제가 조금씩 노력하면서 이산화탄소 줄이는 데 노력하려고 합니다."

■환경 실천가 "물건을 보는 시각을 바꿔야 해요"

일상에서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힘쓰고 있는 환경 실천가를 만났습니다. 양래교 씨 집에서 눈에 띄는 건 재사용 물건이었습니다.

가공식품 비닐 포장지는 깨끗하게 보관하다가 시장에서 채소를 담을 때 씁니다. 싱크대와 욕조에는 흘러가는 물을 담는 양동이가 항상 있습니다.

모든 콘센트는 전기 절약형 제품을 쓰고, 쇼핑은 걸어서 10분 거리의 전통시장을 찾습니다.

양 씨는 물건을 보는 시각이 바뀌어야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또한,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해보길 권합니다.


양래교 / 환경 실천가
"사는 순간에 물건을 폐기하는 순간을 한번 생각해요. '이 물건을 재사용할 수 있는지, 아니면 폐기할 때 자연으로 되돌아가는지…' 그러면 사는 물건이 좁혀져요."
"'실천해볼까?'라고 생각한 분들은 이미 실천 중이라고 생각해요. 모든 걸 한꺼번에 하면 과부하가 걸릴 수 있으니까 손수건 쓰기, 텀블러 들고 다니기 등 하나씩 실천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저탄소 인증제품' 10년…인증 제품은 179개 불과

소비를 아예 안 할 순 없죠? 탄소 배출량을 줄인 제품을 사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미 관련 인증 제도도 시행 중입니다. 바로 '저탄소 인증제품' 제도입니다.

2011년부터 시작했고, 농·축·수산물을 제외한 모든 제품이 인증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인증을 받은 제품은 턱없이 적습니다. 올해 9월 기준으로 179개에 그칩니다.

왜일까요? 인증받은 효과는 '불확실'한데 인증받는데 드는 비용은 '확실'하기 때문입니다.

우선 소비자들이 저탄소 인증 제품에 대한 인식이 낮습니다. 인증기관인 한국환경산업기술원조차 저탄소 인증제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인증을 받은 기업들의 홍보 효과가 크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공공기관이 지켜야 하는 '녹색제품 의무 구매'제도에 저탄소 인증제품이 포함된 것도 불과 올해 7월 이야기입니다.


반면, 자발적 인증을 위한 탄소 배출 확인부터 탄소 감축을 위한 공정 개선에는 많은 돈이 들어갑니다.

인증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유효 기간이 3년인데, 인증을 연장하려면 탄소 배출을 3년마다 줄여야 합니다. 실제 3년마다 탄소 배출량을 줄여 인증을 갱신한 제품은 적습니다.
현재 유효 인증 제품 179개 중 32개. 10년 동안 총 인증제품을 따져봐도 621개 가운데 86개입니다.

■인식 개선·경제적 효과 뒷받침 필요

저탄소 인증제품 제도를 초기에 설계한 김 익 세종대 기후변화 특성화 대학원 겸임교수는 소비자들의 인식 개선과 경제적 효과를 뒷받침하는 제도 개선 모두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김 익 / 세종대 기후변화 특성화 대학원 겸임교수
"탄소 감축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국민이 안다면 저탄소 제품을 우리 국민이 구매한다고 봅니다. 인지도 개선이 필요하고 홍보도 많이 돼야 합니다."
"기업들이 실제 매출에 연계가 크다고 하면 인증을 받습니다. 좋은 사례는 건축자재 분야인데요. 녹색 건축 인증을 받으면 건축주에게 용적률 상향, 세금 감면 등 구체적인 혜택이 있어 잘 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1인당 탄소 배출량은 연간 11.8톤으로 세계 평균보다 2.5배 많습니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개인적·제도적 노력 모두 필요한 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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