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위기를 기회로]③ ‘탄소 감축’ 애플, 구글이 뛰어든 이유는?

입력 2020.11.04 (15:53) 수정 2020.11.04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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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기업들도 나섰다 "기후변화 막아라"
국제경제기구들 "기후위기가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경고
"기후위기로 시장 환경 변화...살아남기 위한 전략"


우리나라와 유럽연합, 일본이 2050년 탄소 중립을 선언했죠. 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국가인 중국도 2060년까지 탄소 중립을 공언했고요. 각국 정부에 이어 주요 탄소 배출원인 기업들도 최근 탄소 감축에 발 벗고 뛰어들고 있습니다. 탄소 감축을 단순 '이미지 제고'를 위해서가 아닌 생존이 걸린 문제로 보고 있다는데요.

■ 기업들의 잇따른 '탄소 중립' 선언


세계적 기업 애플과 구글은 10년 안에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선언했고요. 아마존은 2040년까지를 목표로 잡았습니다. 2012년에 이미 탄소중립을 달성했다고 발표한 마이크로소프트는 2050년 '탄소 네거티브'를 내세웠습니다. 기존에 배출한 이른바 '탄소 발자국'까지 지우겠다는 겁니다.

대표적인 탄소배출업종인 석유 화학 기업들도 동참하고 있습니다. 세계 2위 석유회사인 브리티시페트롤리엄 (BP)은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낮추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세계가 청정에너지로 전환해감에 따라 석유 기업도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며 사업을 친환경 분야로 전환할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자동차 업계에선 포드가 최초로 탄소 중립을 선언했고, 세계 최대 항공사인 델타항공도 203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고 공표했습니다.

이들 기업은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고 생산공정 등을 개선해 탄소를 줄이는 것은 물론, 재생에너지에 투자해 다른 기업들의 탄소 중립을 돕겠다는 약속까지 내놓고 있습니다.

■투자 금융기관들도 기후위기 대응 요구..."피할 수 없는 변화라면 앞서나가자"

기업들의 이런 행보는 이들의 돈줄을 쥐고 있는 거대 투자사들의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8,500조 원을 굴리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래리 핑크 회장의 연례 서한를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기후변화 대응'을 강조했는데요. 기후변화가 세계 자본을 급격히 재분배할 것이고, 금융업은 근본적인 변화에 직면해 있다는 것입니다.

그는 UN IPCC 등 다양한 기관들의 연구 자료를 거론하며, 기후변화가 우리가 사는 세상과 금융 시스템에 영향을 미칠 것이고 결국 기후변화는 투자위기라고 밝혔습니다. 또 기후변화로 인한 물리적 위기뿐 아니라 향후 각국의 기후정책이 경제 전반에 걸쳐 가격, 비용, 수요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이해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약 5,700조 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세계 최대 투자사 30곳도 투자 기업들에게 5년내 탄소배출을 16~29% 줄이라고 요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UN은 지난해 미국 최대 공공연기금인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과 독일의 알리안츠, 프랑스 AXA 등 30곳을 모아 '탄소 제로를 위한 투자연합'을 만들었는데요. 저탄소 경제 전환을 위해 기업들의 관행 개선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들 기관투자자는 기후변화가 더는 먼 미래의 환경문제가 아닌 바로 지금 직면한 금융투자 위기라고 보고 있습니다. 탄소 국경제나 배출권 거래제로 인한 기업의 비용 부담 증가는 결국 투자자 수익 감소로 이어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국제결제은행(BIS)는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를 ‘그린스완’에 비유하며 회복 불가능한 손상을 초래할 것이라고 예측했다.국제결제은행(BIS)는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를 ‘그린스완’에 비유하며 회복 불가능한 손상을 초래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국제경제기구들의 기후위기 경고 수위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올해 초 국제결제은행(BIS)은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경제·금융위기를 '그린스완'에 비유했습니다. 금융위기를 뜻하는 '블랙스완'에 기후위기 개념을 추가한 것입니다.

기후변화 영향을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미래에 기후변화가 닥칠 것이 확실시되고 이전의 금융위기들보다 훨씬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가 실물경제에 타격을 주고, 이런 피해가 투자, 대출, 보험 등의 금융위기로 돌아온다는 겁니다.

김지석 그린피스 전문위원은 "망가진 지구에서는 경제활동이 어렵다. 이런 사실을 국제기구와 투자기관들, 기업들이 늦었지만 인지하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저항이 심했지만, 이제는 석유 업체들도 탄소 중립을 선언하고 그렇게 하는 상황이 됐다"며 "기업들이 조금만 더 있다가는 멱살 잡혀서 다치고 난 뒤에 어쩔 수 없이 기후위기 대응에 나서는 형국이 될 것으로 판단했고, 그러기 전에 조금이라도 먼저 나서서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자고 생각한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장도 "기업들이 10년, 15년 전만 해도 사회적 책임으로, 마케팅 차원에서 기후문제에 접근했었다"며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고 평가했습니다. 환경과 기후에 대한 대응이 불가피한 생존전략이 됐다는 겁니다. 홍 원장은 "본질적으로 기업은 이윤을 찾아 시장이라는 정글을 헤매고 있는 주체이기 때문에 새로운 이윤 창출의 기회, 소극적으로는 생존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 기후에 관심을 둔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세계 2,000여 개 기업의 탄소 배출량 변화와 시가총액 관계를 살펴봤더니, 배출량을 적극적으로 줄인 상위 30개사의 시가총액은 증가했지만, 하위 30개사의 시가총액은 감소했다는 조사결과도 있습니다.

■ 국내 기업들은?... "고객사 요구에 탄소 감축 나서"

국내에서는 LG화학이 최근 주목할만한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국내 화학 업계 최초로 '2050년 탄소 중립 성장'을 선언했는데요. 사업 성장성을 고려했을 때 2050년 탄소 배출량은 4천만 톤 규모로 추정되지만, 탄소 중립 성장을 통해 현재 배출량 수준인 1천만 톤으로 억제하겠다는 것입니다. 즉, 3천만 톤을 감축하는 셈인 거죠. 이는 내연기관차 1,250만 대가 1년 동안 배출하는 탄소량과 맞먹습니다.


LG화학이 탄소 줄이기에 나선 이유는 '비즈니스'를 위해서입니다. LG화학의 배터리와 제품들을 사 가는 해외 기업들이 탄소 감축을 요구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김종필 LG화학 지속가능전략팀장은 "탄소를 안 줄이면 협력사 등록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압박은 약 5년 전부터 있었는데, 기후변화 이슈가 커지면서 최근에는 배터리뿐 아니라 석유화학제품에도 가해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런 요구 때문에 LG 화학은 생산과정에서 쓰는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배터리를 만드는 유럽과 미국 공장은 이미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했고, 다른 해외사업장도 2030년까지 탄소 중립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문제는 국내 공장입니다. 국내에서는 재생에너지를 따로 구매해 쓸 수가 없다 보니 재생에너지를 쓰려면 직접 재생에너지 설비를 갖춰야 합니다. 공장 내부에 설치한 태양광 시설에서 발생하는 전력이 유일한 재생에너지인데 양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반도체를 많이 수출하는 삼성전자도 이런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미국과 중국, 유럽에서는 100% 재생에너지만 쓰지만, 국내에서는 그렇지 못합니다.

정부는 뒤늦게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위한 제도 마련에 나섰습니다. 재생에너지를 따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하거나 한국전력이 구매한 재생에너지에 일정 금액을 더해 기업들이 살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제도가 추진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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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후변화, 위기를 기회로]③ ‘탄소 감축’ 애플, 구글이 뛰어든 이유는?
    • 입력 2020-11-04 15:53:59
    • 수정2020-11-04 16:18:51
    취재K
기업들도 나섰다 "기후변화 막아라"<br />국제경제기구들 "기후위기가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경고<br />"기후위기로 시장 환경 변화...살아남기 위한 전략"

우리나라와 유럽연합, 일본이 2050년 탄소 중립을 선언했죠. 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국가인 중국도 2060년까지 탄소 중립을 공언했고요. 각국 정부에 이어 주요 탄소 배출원인 기업들도 최근 탄소 감축에 발 벗고 뛰어들고 있습니다. 탄소 감축을 단순 '이미지 제고'를 위해서가 아닌 생존이 걸린 문제로 보고 있다는데요.

■ 기업들의 잇따른 '탄소 중립' 선언


세계적 기업 애플과 구글은 10년 안에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선언했고요. 아마존은 2040년까지를 목표로 잡았습니다. 2012년에 이미 탄소중립을 달성했다고 발표한 마이크로소프트는 2050년 '탄소 네거티브'를 내세웠습니다. 기존에 배출한 이른바 '탄소 발자국'까지 지우겠다는 겁니다.

대표적인 탄소배출업종인 석유 화학 기업들도 동참하고 있습니다. 세계 2위 석유회사인 브리티시페트롤리엄 (BP)은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낮추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세계가 청정에너지로 전환해감에 따라 석유 기업도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며 사업을 친환경 분야로 전환할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자동차 업계에선 포드가 최초로 탄소 중립을 선언했고, 세계 최대 항공사인 델타항공도 203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고 공표했습니다.

이들 기업은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고 생산공정 등을 개선해 탄소를 줄이는 것은 물론, 재생에너지에 투자해 다른 기업들의 탄소 중립을 돕겠다는 약속까지 내놓고 있습니다.

■투자 금융기관들도 기후위기 대응 요구..."피할 수 없는 변화라면 앞서나가자"

기업들의 이런 행보는 이들의 돈줄을 쥐고 있는 거대 투자사들의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8,500조 원을 굴리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래리 핑크 회장의 연례 서한를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기후변화 대응'을 강조했는데요. 기후변화가 세계 자본을 급격히 재분배할 것이고, 금융업은 근본적인 변화에 직면해 있다는 것입니다.

그는 UN IPCC 등 다양한 기관들의 연구 자료를 거론하며, 기후변화가 우리가 사는 세상과 금융 시스템에 영향을 미칠 것이고 결국 기후변화는 투자위기라고 밝혔습니다. 또 기후변화로 인한 물리적 위기뿐 아니라 향후 각국의 기후정책이 경제 전반에 걸쳐 가격, 비용, 수요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이해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약 5,700조 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세계 최대 투자사 30곳도 투자 기업들에게 5년내 탄소배출을 16~29% 줄이라고 요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UN은 지난해 미국 최대 공공연기금인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과 독일의 알리안츠, 프랑스 AXA 등 30곳을 모아 '탄소 제로를 위한 투자연합'을 만들었는데요. 저탄소 경제 전환을 위해 기업들의 관행 개선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들 기관투자자는 기후변화가 더는 먼 미래의 환경문제가 아닌 바로 지금 직면한 금융투자 위기라고 보고 있습니다. 탄소 국경제나 배출권 거래제로 인한 기업의 비용 부담 증가는 결국 투자자 수익 감소로 이어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국제결제은행(BIS)는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를 ‘그린스완’에 비유하며 회복 불가능한 손상을 초래할 것이라고 예측했다.국제경제기구들의 기후위기 경고 수위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올해 초 국제결제은행(BIS)은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경제·금융위기를 '그린스완'에 비유했습니다. 금융위기를 뜻하는 '블랙스완'에 기후위기 개념을 추가한 것입니다.

기후변화 영향을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미래에 기후변화가 닥칠 것이 확실시되고 이전의 금융위기들보다 훨씬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가 실물경제에 타격을 주고, 이런 피해가 투자, 대출, 보험 등의 금융위기로 돌아온다는 겁니다.

김지석 그린피스 전문위원은 "망가진 지구에서는 경제활동이 어렵다. 이런 사실을 국제기구와 투자기관들, 기업들이 늦었지만 인지하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저항이 심했지만, 이제는 석유 업체들도 탄소 중립을 선언하고 그렇게 하는 상황이 됐다"며 "기업들이 조금만 더 있다가는 멱살 잡혀서 다치고 난 뒤에 어쩔 수 없이 기후위기 대응에 나서는 형국이 될 것으로 판단했고, 그러기 전에 조금이라도 먼저 나서서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자고 생각한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장도 "기업들이 10년, 15년 전만 해도 사회적 책임으로, 마케팅 차원에서 기후문제에 접근했었다"며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고 평가했습니다. 환경과 기후에 대한 대응이 불가피한 생존전략이 됐다는 겁니다. 홍 원장은 "본질적으로 기업은 이윤을 찾아 시장이라는 정글을 헤매고 있는 주체이기 때문에 새로운 이윤 창출의 기회, 소극적으로는 생존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 기후에 관심을 둔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세계 2,000여 개 기업의 탄소 배출량 변화와 시가총액 관계를 살펴봤더니, 배출량을 적극적으로 줄인 상위 30개사의 시가총액은 증가했지만, 하위 30개사의 시가총액은 감소했다는 조사결과도 있습니다.

■ 국내 기업들은?... "고객사 요구에 탄소 감축 나서"

국내에서는 LG화학이 최근 주목할만한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국내 화학 업계 최초로 '2050년 탄소 중립 성장'을 선언했는데요. 사업 성장성을 고려했을 때 2050년 탄소 배출량은 4천만 톤 규모로 추정되지만, 탄소 중립 성장을 통해 현재 배출량 수준인 1천만 톤으로 억제하겠다는 것입니다. 즉, 3천만 톤을 감축하는 셈인 거죠. 이는 내연기관차 1,250만 대가 1년 동안 배출하는 탄소량과 맞먹습니다.


LG화학이 탄소 줄이기에 나선 이유는 '비즈니스'를 위해서입니다. LG화학의 배터리와 제품들을 사 가는 해외 기업들이 탄소 감축을 요구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김종필 LG화학 지속가능전략팀장은 "탄소를 안 줄이면 협력사 등록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압박은 약 5년 전부터 있었는데, 기후변화 이슈가 커지면서 최근에는 배터리뿐 아니라 석유화학제품에도 가해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런 요구 때문에 LG 화학은 생산과정에서 쓰는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배터리를 만드는 유럽과 미국 공장은 이미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했고, 다른 해외사업장도 2030년까지 탄소 중립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문제는 국내 공장입니다. 국내에서는 재생에너지를 따로 구매해 쓸 수가 없다 보니 재생에너지를 쓰려면 직접 재생에너지 설비를 갖춰야 합니다. 공장 내부에 설치한 태양광 시설에서 발생하는 전력이 유일한 재생에너지인데 양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반도체를 많이 수출하는 삼성전자도 이런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미국과 중국, 유럽에서는 100% 재생에너지만 쓰지만, 국내에서는 그렇지 못합니다.

정부는 뒤늦게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위한 제도 마련에 나섰습니다. 재생에너지를 따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하거나 한국전력이 구매한 재생에너지에 일정 금액을 더해 기업들이 살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제도가 추진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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