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 권하는 사회

입력 2004.12.20 (22:01) 수정 2018.08.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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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많이 나아지기는 했다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도 세금을 꼬박꼬박 내면 어리석은 사람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반칙 없는 정도 사회를 위한 연속기획, 이번 주에는 탈세와 변칙상속문제를 집중적으로 짚어보겠습니다.
오늘은 이영섭 기자가 뿌리깊은 탈세현장을 고발합니다.
⊙기자: 서울의 한 전자상가에 있는 컴퓨터 부품매장입니다.
100만원 가까운 컴퓨터모니터를 현금으로 사면 카드거래보다 싸게 해 준다며 가격표까지 버젓이 붙여놓았습니다.
엄연한 불법이지만 은근히 현금거래를 부추기기도 합니다.
⊙컴퓨터 매장 직원: 현금으로 하셔서 말씀드렸다시피 80만원까지 해드릴게요.
⊙기자: 적은 세금을 물기 위해 세원을 탈루하겠다는 것입니다.
아침출근시간 전 직장인들이 자주 찾는 서울시내 한 사우나입니다.
⊙사우나 직원: (여기는) 현찰 박치기, 현찰 박치기라고요.
⊙기자: 카운터에서 신용카드를 꺼내보였지만 대번에 거절합니다.
⊙기자: 신용카드 돼요?
⊙인터뷰: 카드 안 됩니다.
저 앞에 가면 현금 빼는데 있잖아요.
⊙기자: 현금거래는 결국 매출액 누락과 탈세로 이어지는 첫 단계입니다.
⊙백준성(세무사): 현금거래를 하게 되면 아무래도 매출액이 누락되기 때문에 매출액을 근거로 해서 과세하게 되는 그러한 세목에 있어서는 과세관청이 그 근거를 파악하는 데 상당히 곤란하게 되겠죠.
⊙기자: 소득세와 부가가치세 등의 정확한 과세표준을 파악하기 위한 세금계산서도 무용지물이 된 지 오래입니다.
청계천시장에서 대형유흥주점까지 가짜 세금계산서가 판을 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 청계천 상가 상인: 어떤 달은 5000만원짜리 매입자료를 끊었어요.
그런데 어떤 달은 1억 5000만원짜리 끊으면 안 되잖아요.
그러니까 어느 선에서 맞추려고 해요.
다 그렇게 해요...
⊙기자: 가짜 세금계산서 발급은 유통단계 어디라 할 것 없이 만연해 있습니다.
⊙주류 도매업자: 그거 안 들어주면 거래를 안 하겠다고 엄포를 놓으니까,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가짜 세금계산서를) 그렇게 끊어줄 수밖에 없죠.
⊙기자: 그런가 하면 수십억대 재산가들 사이에서는 환란 당시 발행된 증권금융채 등 이른바 묻지마채권이 은밀히 거래되고 있습니다.
자금출처조사가 면제돼 고율의 상속세나 증여세를 내지 않는 편법으로 악용되는 것입니다.
⊙명동 사채업자: 국세청에서 이것(무기명 채권) 상환한 사람 조사한 적이 한번도 없어요, 지금까지...
⊙문석호(열린우리당 의워ㄴ): 미상환 특정채권 6000억이 불법증여로 이어질 때에는 약 1000억원 이상의 세금탈루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기자: 지난 2000년 신용카드 소득공제 등 카드사용 확대정책이 본격화되면서 세원파악률이 높아져 종합소득세 납세인원이 큰폭으로 늘어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난해만도 전국적으로 8800여 건의 음성탈루소득자들이 적발돼 모두 4조 7000억원을 추징당했고 이 같은 탈세규모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정부는 올해 거둬야 할 세금 가운데 1조여 원이 모자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편법과 불법으로 탈세를 해 온 이들의 몫까지 성실한 납세자가 대신 채워넣어야 하는지 꼬박꼬박 세금을 내온 정당한 납세자들은 되묻고 있습니다.
KBS뉴스 이영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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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세 권하는 사회
    • 입력 2004-12-20 21:20:03
    • 수정2018-08-29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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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많이 나아지기는 했다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도 세금을 꼬박꼬박 내면 어리석은 사람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반칙 없는 정도 사회를 위한 연속기획, 이번 주에는 탈세와 변칙상속문제를 집중적으로 짚어보겠습니다. 오늘은 이영섭 기자가 뿌리깊은 탈세현장을 고발합니다. ⊙기자: 서울의 한 전자상가에 있는 컴퓨터 부품매장입니다. 100만원 가까운 컴퓨터모니터를 현금으로 사면 카드거래보다 싸게 해 준다며 가격표까지 버젓이 붙여놓았습니다. 엄연한 불법이지만 은근히 현금거래를 부추기기도 합니다. ⊙컴퓨터 매장 직원: 현금으로 하셔서 말씀드렸다시피 80만원까지 해드릴게요. ⊙기자: 적은 세금을 물기 위해 세원을 탈루하겠다는 것입니다. 아침출근시간 전 직장인들이 자주 찾는 서울시내 한 사우나입니다. ⊙사우나 직원: (여기는) 현찰 박치기, 현찰 박치기라고요. ⊙기자: 카운터에서 신용카드를 꺼내보였지만 대번에 거절합니다. ⊙기자: 신용카드 돼요? ⊙인터뷰: 카드 안 됩니다. 저 앞에 가면 현금 빼는데 있잖아요. ⊙기자: 현금거래는 결국 매출액 누락과 탈세로 이어지는 첫 단계입니다. ⊙백준성(세무사): 현금거래를 하게 되면 아무래도 매출액이 누락되기 때문에 매출액을 근거로 해서 과세하게 되는 그러한 세목에 있어서는 과세관청이 그 근거를 파악하는 데 상당히 곤란하게 되겠죠. ⊙기자: 소득세와 부가가치세 등의 정확한 과세표준을 파악하기 위한 세금계산서도 무용지물이 된 지 오래입니다. 청계천시장에서 대형유흥주점까지 가짜 세금계산서가 판을 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 청계천 상가 상인: 어떤 달은 5000만원짜리 매입자료를 끊었어요. 그런데 어떤 달은 1억 5000만원짜리 끊으면 안 되잖아요. 그러니까 어느 선에서 맞추려고 해요. 다 그렇게 해요... ⊙기자: 가짜 세금계산서 발급은 유통단계 어디라 할 것 없이 만연해 있습니다. ⊙주류 도매업자: 그거 안 들어주면 거래를 안 하겠다고 엄포를 놓으니까,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가짜 세금계산서를) 그렇게 끊어줄 수밖에 없죠. ⊙기자: 그런가 하면 수십억대 재산가들 사이에서는 환란 당시 발행된 증권금융채 등 이른바 묻지마채권이 은밀히 거래되고 있습니다. 자금출처조사가 면제돼 고율의 상속세나 증여세를 내지 않는 편법으로 악용되는 것입니다. ⊙명동 사채업자: 국세청에서 이것(무기명 채권) 상환한 사람 조사한 적이 한번도 없어요, 지금까지... ⊙문석호(열린우리당 의워ㄴ): 미상환 특정채권 6000억이 불법증여로 이어질 때에는 약 1000억원 이상의 세금탈루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기자: 지난 2000년 신용카드 소득공제 등 카드사용 확대정책이 본격화되면서 세원파악률이 높아져 종합소득세 납세인원이 큰폭으로 늘어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난해만도 전국적으로 8800여 건의 음성탈루소득자들이 적발돼 모두 4조 7000억원을 추징당했고 이 같은 탈세규모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정부는 올해 거둬야 할 세금 가운데 1조여 원이 모자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편법과 불법으로 탈세를 해 온 이들의 몫까지 성실한 납세자가 대신 채워넣어야 하는지 꼬박꼬박 세금을 내온 정당한 납세자들은 되묻고 있습니다. KBS뉴스 이영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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