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영 경찰청장 ‘눈물과 결의’의 퇴임식

입력 2005.12.30 (13:01) 수정 2005.12.30 (13:0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29일 사표가 수리된 허준영 경찰청장의 퇴임식이 3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 지하강당에서 최광식 경찰청 차장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부인 강경애 여사와 함께 정복차림으로 식장에 모습을 보인 허 청장은 퇴임사에서 "제 삶의 전부였던 경찰조직을 뒤로하고 땀과 눈물이 밴 제복을 마지막으로 벗어야하는 이 시간, 지난날의 영광ㆍ좌절, 보람과 회한이 제 가슴을 에워싼다"고 감회를 나타냈다.
허 청장은 퇴임사를 시작하자마자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으며 한동안 목이 메여 퇴임사를 읽지 못했고 14쪽 분량의 퇴임사를 읽는 동안 3∼4차례 눈물을 흘렸다.
참석한 경찰관들도 소리를 내 울며 퇴임사 중간에 14차례나 박수를 보내 허 청장의 퇴임을 아쉬워했다.
일부 경찰관은 "경찰이 사실상 죽은 것 아니냐"며 검은색 가슴에 `근조' 리본을 달기도 했다.
허 청장은 "험난한 범죄 현장에서, 힘겨운 집회현장에서, 위험천만한 도로 한가운데서 여러분이 흘린 땀방울 하나하나가 장차 경찰발전의 귀중한 초석이 될 것"이라며 "이번 농민시위로 돌아가신 두 분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허 청장은 그러나 `폭력시위 추방과 평화시위 문화 정착'에 대한 소신을 끝까지 굽히지 않았다.
허 청장은 "평화 시위문화를 위해 끝까지 참고 견디며 거리를 지킨 전ㆍ의경을 생각하면 떠나면서도 미안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이제는 기필코 폭력시위의 구습을 털어내야 하겠다. 돌멩이와 쇠파이프가 난무하고 시위대와 경찰의 피 흘리는 모습이 하루 속히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청장은 "국가정책 추진으로 인해 표출된 사회적 갈등을 경찰만이 길거리에서 온몸으로 막아내고 그 책임을 끝까지 짊어져야 하는 안타까운 관행이 이 시점에서 끝나기를 소원한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다 끝내 울음을 참지 못했다.
그는 "우리사회에는 아직도 치안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경찰 공권력에 대해서는 경시하는 풍조가 있다"며 "국민의 인권은 경찰이 지키고 경찰의 인권은 국민이 지켜주셔야 한다"고 말했다.
허 청장의 퇴임사가 끝나자 2층에 있던 경찰관과 시민 일부가 `끝까지 지켜 봐주십시오, 15만경찰의 힘으로 반드시 수사구조개혁을 이루겠습니다', `허준영! 우리는 결코 당신을 보내지 않습니다'라는 대형 현수막 2개를 내리며 "청장님 사랑합니다"라고 수차례 외쳤다.
일부 참가자는 `경찰이 시위를 막으라는 거냐, 말라는 거냐, 답을 달라', `청장이 사퇴한다고 폭력시위 없어지나'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나와 허 청장의 사퇴에 강한 불만을 표했다.

[연합뉴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허준영 경찰청장 ‘눈물과 결의’의 퇴임식
    • 입력 2005-12-30 13:00:22
    • 수정2005-12-30 13:01:53
    연합뉴스
29일 사표가 수리된 허준영 경찰청장의 퇴임식이 3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 지하강당에서 최광식 경찰청 차장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부인 강경애 여사와 함께 정복차림으로 식장에 모습을 보인 허 청장은 퇴임사에서 "제 삶의 전부였던 경찰조직을 뒤로하고 땀과 눈물이 밴 제복을 마지막으로 벗어야하는 이 시간, 지난날의 영광ㆍ좌절, 보람과 회한이 제 가슴을 에워싼다"고 감회를 나타냈다. 허 청장은 퇴임사를 시작하자마자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으며 한동안 목이 메여 퇴임사를 읽지 못했고 14쪽 분량의 퇴임사를 읽는 동안 3∼4차례 눈물을 흘렸다. 참석한 경찰관들도 소리를 내 울며 퇴임사 중간에 14차례나 박수를 보내 허 청장의 퇴임을 아쉬워했다. 일부 경찰관은 "경찰이 사실상 죽은 것 아니냐"며 검은색 가슴에 `근조' 리본을 달기도 했다. 허 청장은 "험난한 범죄 현장에서, 힘겨운 집회현장에서, 위험천만한 도로 한가운데서 여러분이 흘린 땀방울 하나하나가 장차 경찰발전의 귀중한 초석이 될 것"이라며 "이번 농민시위로 돌아가신 두 분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허 청장은 그러나 `폭력시위 추방과 평화시위 문화 정착'에 대한 소신을 끝까지 굽히지 않았다. 허 청장은 "평화 시위문화를 위해 끝까지 참고 견디며 거리를 지킨 전ㆍ의경을 생각하면 떠나면서도 미안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이제는 기필코 폭력시위의 구습을 털어내야 하겠다. 돌멩이와 쇠파이프가 난무하고 시위대와 경찰의 피 흘리는 모습이 하루 속히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청장은 "국가정책 추진으로 인해 표출된 사회적 갈등을 경찰만이 길거리에서 온몸으로 막아내고 그 책임을 끝까지 짊어져야 하는 안타까운 관행이 이 시점에서 끝나기를 소원한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다 끝내 울음을 참지 못했다. 그는 "우리사회에는 아직도 치안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경찰 공권력에 대해서는 경시하는 풍조가 있다"며 "국민의 인권은 경찰이 지키고 경찰의 인권은 국민이 지켜주셔야 한다"고 말했다. 허 청장의 퇴임사가 끝나자 2층에 있던 경찰관과 시민 일부가 `끝까지 지켜 봐주십시오, 15만경찰의 힘으로 반드시 수사구조개혁을 이루겠습니다', `허준영! 우리는 결코 당신을 보내지 않습니다'라는 대형 현수막 2개를 내리며 "청장님 사랑합니다"라고 수차례 외쳤다. 일부 참가자는 `경찰이 시위를 막으라는 거냐, 말라는 거냐, 답을 달라', `청장이 사퇴한다고 폭력시위 없어지나'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나와 허 청장의 사퇴에 강한 불만을 표했다. [연합뉴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