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수칙 무시 ‘위험한 동시작업’

<앵커 멘트>

이번 화재참사는 전형적인 후진국형 인재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안전은 뒷전인채 위험천만한 작업을 동시에 벌인게 화근이었습니다.

황현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사고 당시 창고 안에선 시험가동과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었습니다.

오는 12일 영업 시작에 맞춰 여러 작업이 한꺼번에 진행된 겁니다.

현재로선 우레탄 발포로 생긴 유증기가 밀폐된 공간에 찬 상태에서 용접과 같은 작업을 서두르다 불이 시작된 걸로 추정됩니다.

지난해부터 이런 위험천만한 동시작업이 이뤄진 것으로 보입니다.

<녹취> 전 작업 인부 : "작년 11월 쯤부터해서 우레탄 작업이랑 용접하는 작업이 그때부터 겹쳐지기 시작했거든요. (그때도 화재 위험이 있었겠네요?) 그렇죠. 화재 위험이 많죠."

여기에다 인부 상당수는 인력시장에서 온 일용직 근로자들로 제대로 된 안전교육도 받지 못한 걸로 전해졌습니다.

<녹취> 정요안(기획팀장/소방재난본부) : "구획을 완전하게 시켜놓고 분리된 상태에서 작업을 해야하는데, 이번 사고는 그러한 기본적인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은데서 비롯된 것으로 저희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 우리나라의 경우 건물용도와 규모에 따라 피난용량을 규정하고 있을 뿐 유독량이나 발열량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데도 문제가 있습니다.

<인터뷰> 황은경 박사(한국건설기술연구원) : "미국이나 영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건물의 특성이라든지 재실자의 특성을 고려해 기준을 설정해 주고 있습니다."

실제 이 창고의 대피 시간을 모의실험으로 검증해봤습니다.

공장 안 가장 구석진 곳의 인부가 평상시에 초당 1.2미터로 걸어 출입문에 도착한 시간은 2분46초.

하지만 불이 나면 연기에 시야가 가려 걸음걸이가 초당 0.5미터로 늦어집니다.

출입문까지는 무려 6분55초가 걸렸습니다.

전문가들은 평상시라도 2분30초 안에는 대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게다가 이 업체는 기본적인 현장 안전책임자조차 지정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녹취> 경인지방노동청 성남지원 관계자 : "가장 기본이 신고인데요, 20억 이상 사업장은... 그것도 안했는데 다른 것은 얘깃거리도 안됩니다."

경찰은 이 업체의 안전수칙 준수와 함께 불법 하도급 여부도 조사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황현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