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③ “기후와 경제의 역설…2℃ 오르면 경제 붕괴될 수도”

입력 2020.09.10 (12:30) 수정 2023.04.24 (15:36)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예고된 재앙, 기후변화' 오늘 세 번째 시간입니다.

지난 이틀 동안 기후변화가 초래할 우리의 암울한 미래에 대해서 얘기해봤습니다.

기후변화 위기 속에서 과연 인류의 문명은 얼마나 지속 가능할 것인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때입니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경제 문제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들어보겠습니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홍종호 교수 나오셨습니다.

홍 교수님, 어서 오세요. 지난 두 시간 동안 기후변화 위기가 머지않은 미래에 인류의 생존에 파멸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심각성에 대해 얘기를 해봤습니다. 교수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답변]

제가 처음에 이 분야에서 30여 년 전에 박사 공부를 할 때는 '지구온난화'라는 말을 썼습니다. 그 뒤로 기상이 좀 더 다변화되면서 '지구온난화'에서 '기후변화'로, 최근에는 '기후위기', '기후비상사태'까지 발전이 됐거든요.

그래서 이미 과학자들은 이것이 인간의 경제활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고, 실제로 과거에는 미래에 발생할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현실화되고 있지 않습니까? 올해 우리나라만 해도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고, 외국에서 화재도 많이 나고 있기 때문에 이미 저는 '현실화된 기후위기다', 이렇게 진단하고 싶습니다.

[앵커]

금방 교수님 말씀하셨다시피, 이미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이 일상화된 시대라는 얘기들이 많습니다. 교수님이 직접 자연재해에 따른 우리나라의 경제적 피해에 대해 연구를 하셨다고요? 결과를 좀 소개해주시죠.

[답변]

제가 참여한 서울대 연구진이 2~3년 전에 결과를 학술지에 발표했습니다. 그 내용에 따르면 2060년까지 한반도에 강수량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를 예측을 하고 이것을 경제 모형에 투입해서 경제적인 피해가 얼만큼 발생할 것인지를 예측한 연구인데요.

결과적으로 보면, 지금부터 2060년까지 어느 시점에 연간 피해액이 최대 23조 7천억 원에 달할 수 있습니다.

[앵커]

지금 화면에 나오고 있는 저 그래프가 교수님께서 연구한 그래프죠?

[답변]

그렇습니다. 저기선 2049년에 저 상황이 올 것으로 예측을 했는데요. 꼭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고 무작위이기 때문에 언제 이것이 올지 모릅니다. 확실한 것은 계속 강수량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고, 그로 인한 피해가 증가할 수 있다는 거죠.

과거 우리나라에 가장 컸던 연간 재해 피해는 태풍 루사 때였습니다. 이때가 한 6조 원 정도였거든요.그 4배 정도에 달하는 피해가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이죠.

[앵커]

연간 24조 원이요. 지금 2020년에 4조 원 정도 되는데 한 30년 뒤에는 4조 원에서 24조 원이 되니까 6배 정도 되는 거군요. 자연재해로 인한 우리나라의 피해액이 급격히 불어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군요. 자연재해만으로도 저렇게 피해가 큰데 단순히 자연재해뿐만 아니고 기후변화가 우리의 경제시스템 자체를 붕괴시킬 수 있다, 이런 얘기를 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답변]

그렇습니다. 사실은 자연재해라는 것은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고 모든 경제활동에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까? 자연재해만이 아니고 폭염이라든지 가뭄이 라든지 모든 것들이 인간의 경제 활동량에 영향을 미치죠. 예를 들어 국제기구의 예측에 따르면 만약 앞으로 산업혁명 이전보다 2℃ 정도로 기온이 상승하면 그로 인해 전 세계 농업 생산성이 최대 50%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얘기는 농업 생산량이 줄어든다는 것이고 그것은 그 자체로서 엄청난 가격 폭등, 또 갈등의 소지를 내포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것만이 아니고 사람이 전반적인 산업 분야의 생산성도 떨어지는 거죠. 그래서 관광업도 타격을 받을 것이고 농업, 수산업이 타격받을 것이고 건설업도 타격을 받지 않겠습니까?

이렇게 전방위적인 기후변화에 따라 산업에 미치는 피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어제 나오신 부경대 오재호 교수님은 21세기 말이 되면 겨울이 사라질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말도 하셨는데 온도가 2℃만 올라가도 농업 생산성이 50% 떨어지면, 경제가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되겠네요?

[답변]

그렇습니다. 그래서 많은 과학자, 전문가들이 이런 상황을 계속 방치할 수 없다, 이 상황을 되돌리기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죠. 역시 그것도 출발은 경제활동의 변화를 통해서 가능한 것이죠.

[앵커]

그렇죠. 그런데 교수님께서 이미 그런 위기가 시작된 게 아니냐는 말을 서두에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지금 경제가 그렇게 바뀌고 어려워지는 위기의 와중에 있는 상태입니까? 아니면 아직 다가올 미래입니까?

[답변]

아까 말씀드렸듯이 많은 일반 국민, 정치인, 공무원들은 이것이 오기는 오는데 당장 있을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지금부터 너무 경제활동을 제약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펴는 것은 무리 아니냐는 인식을 갖고 있었죠.

제가 처음에 이런 공부할 때도 이것이 2050년이나 21세기 말, 80년~100년 후 이야기로 생각했었는데, 현재 드러나는 현상은 훨씬 그것보다 빠르게 기후가 바뀌고 있고 그로 인한 피해가 생기고 있어서 저는 특히 2020년에 코로나19 때문에 우리가 큰 피해와 고통을 받고 있지만 기후 위기에 대한 체감도 우리나라와 전 세계가 훨씬 가깝게 느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참 역설적이게도 느껴집니다. 사실은 인류 문명의 번영을 이끈 게 산업혁명 이후 인간의 경제활동인데, 그 경제활동의 결과가 기후변화를 초래하고 기후변화가 다시 우리 경제 문제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거죠. 굉장히 역설적이게 느껴집니다.

[답변]

사실 산업혁명 이전부터 현재 한 200년이 지나지 않았습니까. 현재까지 약 1℃ 정도가 올라간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로 현재 빈번하게 발생하는 폭염, 홍수, 태풍, 가뭄, 물 부족 이런 것들이 있거든요.

[앵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역시 화석연료 사용이었겠죠?

[답변]

그렇습니다. 결국 기후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에너지, 특히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탄소 배출이죠. 탄소 배출이 기후변화의 가장 큰 주범이라고 볼 수 있고요.

문제는 탄소는 국경도 없고 여권도 없다는 것이죠. 어느 나라, 어느 지역에서 발생하건 그것은 환경적인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에 이것은 인류 전체의 공통적인 문제다. 그렇게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앵커]

지금 화면에서 화석연료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 그래프가 나가고 있는데 그래프 모양만 보더라도 굉장히 가파르게 탄소 배출량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답변]

제일 마지막에 보시면 2020년에 조금 꺾이지 않았습니까? 그것은 올해 들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서 경제활동이 약화되면서 에너지 사용이 줄어들고 그로 인한 탄소 배출의 감소죠.

그러나 문제는 저렇다고 해서 기후변화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고, 이것은 한번 배출되면 공기 중에 대기 중에 상당 정도 누적되고 지속되기 때문에 이미 현재 쌓여 있는 데서 계속 우리가 탄소를 배출하는 한 전체적인 농도는 올라가게 되는 것이죠.

[앵커]

그렇군요. 현재 우리나라나 세계 각국의 탄소 배출 비중은 어느 정도나 됩니까?

[답변]

좋은 질문인데요. 과거에는 미국이 압도적인 1위였습니다. 중국이 경제성장을 엄청나게 하면서 현재는 통계마다 조금씩 다릅니다만, 전체 지구 배출량의 28% 정도를 차지하고 있고요. 그다음 2위가 미국입니다. 미국이 14~15% 정도고 3위가 인도입니다. 3개국을 합치면 전세계 배출량의 반정도, 50%가 되죠. 그렇기 때문에 과거에는 선진국이 많이 배출했는데 최근에는 인도나 중국 같은 개도국이 경제성장을 했고, 또 엄청 인구가 많기 때문에 배출량이 많습니다.

[앵커]

그 뜻은 경제개발을 위해서는 화석 연료를 많이 사용할 수밖에 없고, 그것이 결국은 탄소 배출로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는 건데요. 탄소 배출 안 하고도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까?

[답변]

이게 이제 경제학자의 가장 큰 고민거리죠. 지금까지 경제성장의 역사는 화석연료 사용의 역사와 등치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이 상태를 계속해서 지속하는 것은 결국 기후변화를 야기할 것이고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이제는 화석 연료에 기반한 경제에서 좀 더 지속 가능한 경제, 다시 말씀드려서 재생에너지 확산과 같은 방식으로 경제활동의 운영방식을 전반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죠.

[앵커]

그게 또 쉽게 이행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군요. 어쨌든 거기에 딜레마가 있는 것 같습니다. 탄소배출 자체가 경제발전의 원동력이었는데 그것이 미래 파국을 부를 수 있다.. 그래서 세계가 합의한 탄소 배출권거래제 이런 것도 사실은 합의만 해놓고 잘 지켜지지 않고 효과가 미미한 부분이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답변]

파리기후협약이라고 있습니다. 체결이 됐는데요. 앞으로 2030년까지 지속적으로 각 국가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해라, 이런 권고가 내려졌는데 사실은 쉽게 바꾸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까? 우리나라도 이제 2030년까지 배출량을 얼만큼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 세계적으로 이것을 같이 동참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탄소를 배출하는 방식으로 경제활동을 한다면 그것은 그 국가만의 피해가 아니고 전 인류적인 피해로 다가오는 것이기 때문에 정말 이 문제에 있어서는 인류가 하나라는 관점으로 접근해야 하고 그러면서 특히 역사적으로 탄소를 많이 배출한 선진국, 아무래도 재원과 기술이 있지 않습니까. 선진국에서 개도국으로의 재원의 이전, 기술의 지원 이런 것들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개도국 입장에서는 당신들이 지금까지 역사적으로 많이 배출해 왔고 역사적인 1위는 미국인데 이제 와서 이런 피해가 있다고 배출권거래를 시행해라, 유럽은 탄소 국경세를 매기겠다, 이런 식의 접근은 오히려 '당신들이 역사적인 책임을 개도국에 전가하는 것이 아니냐' 이런 지적도 있을 수 있는 거죠.

[앵커]

그렇게 주장할 수도 있겠죠. 사다리 걷어차기 하느냐는 얘기가 나올 수 있죠. 그래서 수혜자와 피해자 사이에 불일치가 있고 여러 가지 딜레마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우리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우리는 지금 당장 어떻게 해야 됩니까?

[답변]

중요한 질문인데요. 현재 정부가 그린 뉴딜 정책을 쓰지 않았습니까? 이것은 우리나라만의 정책이 아니고 유럽에선 그린 딜이라고 해서 7년간 천조 원을 이 분야의 투자하는 정도의 아주 적극적인 정책을 쓰고 있습니다.

그래서 크게 보자면 결국 기존의 화석연료 기반에서 에너지 공급 시스템 자체를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옮겨 가야 한다는 거죠.

그것은 공급 측면의 문제고 또 수요 측면에서 에너지 효율을 높여 전체적으로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수송이라든지 교통이라든지 건물이라든지 산업 부문에서 좀 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기 위한 전방위적인 노력이 필요하고요.

현재 우리나라 정부에서는 아무래도 재정 투자와 일자리 창출, 이것이 코로나19 위기와 맞물려서 경제를 빠르게 회복시켜야 되기 때문에 중요한 이슈긴 한데, 동시에 향후 탄소를 얼마만큼 줄일 것인지, 또 재생에너지를 얼마만큼 늘릴 것인지와 같은 정확한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 달성을 위한 적극적인 경제정책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자면 전기요금을 정상화한다든지 건물의 단열을 좀 더 강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한다든지 이런 전방위적인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고요. 이제 일부에서는 그렇다면 경제가 타격을 받는 것이 아니냐 이런 지적이 있을 수 있지만 동시에 새로 생겨나는 산업과 일자리가 많이 있습니다.

이것이 그린 뉴딜 정책의 장점 이거든요. 이런 식으로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앵커]

정책의 전환이 꼭 필요한 시점이 왔다,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우리 자녀 세대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과 부담을 넘길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되겠습니다.

오늘 세 번째 시간으로 기후변화와 경제 문제에 대해 얘기 나눠봤습니다. 내일은 국제사회와 한국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지금까지 서울대 환경대학원 홍종호 교수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기후 위기]③ “기후와 경제의 역설…2℃ 오르면 경제 붕괴될 수도”
    • 입력 2020-09-10 12:30:17
    • 수정2023-04-24 15:36:08
    뉴스 12
[앵커]

'예고된 재앙, 기후변화' 오늘 세 번째 시간입니다.

지난 이틀 동안 기후변화가 초래할 우리의 암울한 미래에 대해서 얘기해봤습니다.

기후변화 위기 속에서 과연 인류의 문명은 얼마나 지속 가능할 것인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때입니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경제 문제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들어보겠습니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홍종호 교수 나오셨습니다.

홍 교수님, 어서 오세요. 지난 두 시간 동안 기후변화 위기가 머지않은 미래에 인류의 생존에 파멸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심각성에 대해 얘기를 해봤습니다. 교수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답변]

제가 처음에 이 분야에서 30여 년 전에 박사 공부를 할 때는 '지구온난화'라는 말을 썼습니다. 그 뒤로 기상이 좀 더 다변화되면서 '지구온난화'에서 '기후변화'로, 최근에는 '기후위기', '기후비상사태'까지 발전이 됐거든요.

그래서 이미 과학자들은 이것이 인간의 경제활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고, 실제로 과거에는 미래에 발생할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현실화되고 있지 않습니까? 올해 우리나라만 해도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고, 외국에서 화재도 많이 나고 있기 때문에 이미 저는 '현실화된 기후위기다', 이렇게 진단하고 싶습니다.

[앵커]

금방 교수님 말씀하셨다시피, 이미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이 일상화된 시대라는 얘기들이 많습니다. 교수님이 직접 자연재해에 따른 우리나라의 경제적 피해에 대해 연구를 하셨다고요? 결과를 좀 소개해주시죠.

[답변]

제가 참여한 서울대 연구진이 2~3년 전에 결과를 학술지에 발표했습니다. 그 내용에 따르면 2060년까지 한반도에 강수량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를 예측을 하고 이것을 경제 모형에 투입해서 경제적인 피해가 얼만큼 발생할 것인지를 예측한 연구인데요.

결과적으로 보면, 지금부터 2060년까지 어느 시점에 연간 피해액이 최대 23조 7천억 원에 달할 수 있습니다.

[앵커]

지금 화면에 나오고 있는 저 그래프가 교수님께서 연구한 그래프죠?

[답변]

그렇습니다. 저기선 2049년에 저 상황이 올 것으로 예측을 했는데요. 꼭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고 무작위이기 때문에 언제 이것이 올지 모릅니다. 확실한 것은 계속 강수량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고, 그로 인한 피해가 증가할 수 있다는 거죠.

과거 우리나라에 가장 컸던 연간 재해 피해는 태풍 루사 때였습니다. 이때가 한 6조 원 정도였거든요.그 4배 정도에 달하는 피해가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이죠.

[앵커]

연간 24조 원이요. 지금 2020년에 4조 원 정도 되는데 한 30년 뒤에는 4조 원에서 24조 원이 되니까 6배 정도 되는 거군요. 자연재해로 인한 우리나라의 피해액이 급격히 불어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군요. 자연재해만으로도 저렇게 피해가 큰데 단순히 자연재해뿐만 아니고 기후변화가 우리의 경제시스템 자체를 붕괴시킬 수 있다, 이런 얘기를 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답변]

그렇습니다. 사실은 자연재해라는 것은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고 모든 경제활동에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까? 자연재해만이 아니고 폭염이라든지 가뭄이 라든지 모든 것들이 인간의 경제 활동량에 영향을 미치죠. 예를 들어 국제기구의 예측에 따르면 만약 앞으로 산업혁명 이전보다 2℃ 정도로 기온이 상승하면 그로 인해 전 세계 농업 생산성이 최대 50%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얘기는 농업 생산량이 줄어든다는 것이고 그것은 그 자체로서 엄청난 가격 폭등, 또 갈등의 소지를 내포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것만이 아니고 사람이 전반적인 산업 분야의 생산성도 떨어지는 거죠. 그래서 관광업도 타격을 받을 것이고 농업, 수산업이 타격받을 것이고 건설업도 타격을 받지 않겠습니까?

이렇게 전방위적인 기후변화에 따라 산업에 미치는 피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어제 나오신 부경대 오재호 교수님은 21세기 말이 되면 겨울이 사라질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말도 하셨는데 온도가 2℃만 올라가도 농업 생산성이 50% 떨어지면, 경제가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되겠네요?

[답변]

그렇습니다. 그래서 많은 과학자, 전문가들이 이런 상황을 계속 방치할 수 없다, 이 상황을 되돌리기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죠. 역시 그것도 출발은 경제활동의 변화를 통해서 가능한 것이죠.

[앵커]

그렇죠. 그런데 교수님께서 이미 그런 위기가 시작된 게 아니냐는 말을 서두에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지금 경제가 그렇게 바뀌고 어려워지는 위기의 와중에 있는 상태입니까? 아니면 아직 다가올 미래입니까?

[답변]

아까 말씀드렸듯이 많은 일반 국민, 정치인, 공무원들은 이것이 오기는 오는데 당장 있을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지금부터 너무 경제활동을 제약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펴는 것은 무리 아니냐는 인식을 갖고 있었죠.

제가 처음에 이런 공부할 때도 이것이 2050년이나 21세기 말, 80년~100년 후 이야기로 생각했었는데, 현재 드러나는 현상은 훨씬 그것보다 빠르게 기후가 바뀌고 있고 그로 인한 피해가 생기고 있어서 저는 특히 2020년에 코로나19 때문에 우리가 큰 피해와 고통을 받고 있지만 기후 위기에 대한 체감도 우리나라와 전 세계가 훨씬 가깝게 느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참 역설적이게도 느껴집니다. 사실은 인류 문명의 번영을 이끈 게 산업혁명 이후 인간의 경제활동인데, 그 경제활동의 결과가 기후변화를 초래하고 기후변화가 다시 우리 경제 문제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거죠. 굉장히 역설적이게 느껴집니다.

[답변]

사실 산업혁명 이전부터 현재 한 200년이 지나지 않았습니까. 현재까지 약 1℃ 정도가 올라간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로 현재 빈번하게 발생하는 폭염, 홍수, 태풍, 가뭄, 물 부족 이런 것들이 있거든요.

[앵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역시 화석연료 사용이었겠죠?

[답변]

그렇습니다. 결국 기후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에너지, 특히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탄소 배출이죠. 탄소 배출이 기후변화의 가장 큰 주범이라고 볼 수 있고요.

문제는 탄소는 국경도 없고 여권도 없다는 것이죠. 어느 나라, 어느 지역에서 발생하건 그것은 환경적인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에 이것은 인류 전체의 공통적인 문제다. 그렇게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앵커]

지금 화면에서 화석연료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 그래프가 나가고 있는데 그래프 모양만 보더라도 굉장히 가파르게 탄소 배출량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답변]

제일 마지막에 보시면 2020년에 조금 꺾이지 않았습니까? 그것은 올해 들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서 경제활동이 약화되면서 에너지 사용이 줄어들고 그로 인한 탄소 배출의 감소죠.

그러나 문제는 저렇다고 해서 기후변화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고, 이것은 한번 배출되면 공기 중에 대기 중에 상당 정도 누적되고 지속되기 때문에 이미 현재 쌓여 있는 데서 계속 우리가 탄소를 배출하는 한 전체적인 농도는 올라가게 되는 것이죠.

[앵커]

그렇군요. 현재 우리나라나 세계 각국의 탄소 배출 비중은 어느 정도나 됩니까?

[답변]

좋은 질문인데요. 과거에는 미국이 압도적인 1위였습니다. 중국이 경제성장을 엄청나게 하면서 현재는 통계마다 조금씩 다릅니다만, 전체 지구 배출량의 28% 정도를 차지하고 있고요. 그다음 2위가 미국입니다. 미국이 14~15% 정도고 3위가 인도입니다. 3개국을 합치면 전세계 배출량의 반정도, 50%가 되죠. 그렇기 때문에 과거에는 선진국이 많이 배출했는데 최근에는 인도나 중국 같은 개도국이 경제성장을 했고, 또 엄청 인구가 많기 때문에 배출량이 많습니다.

[앵커]

그 뜻은 경제개발을 위해서는 화석 연료를 많이 사용할 수밖에 없고, 그것이 결국은 탄소 배출로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는 건데요. 탄소 배출 안 하고도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까?

[답변]

이게 이제 경제학자의 가장 큰 고민거리죠. 지금까지 경제성장의 역사는 화석연료 사용의 역사와 등치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이 상태를 계속해서 지속하는 것은 결국 기후변화를 야기할 것이고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이제는 화석 연료에 기반한 경제에서 좀 더 지속 가능한 경제, 다시 말씀드려서 재생에너지 확산과 같은 방식으로 경제활동의 운영방식을 전반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죠.

[앵커]

그게 또 쉽게 이행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군요. 어쨌든 거기에 딜레마가 있는 것 같습니다. 탄소배출 자체가 경제발전의 원동력이었는데 그것이 미래 파국을 부를 수 있다.. 그래서 세계가 합의한 탄소 배출권거래제 이런 것도 사실은 합의만 해놓고 잘 지켜지지 않고 효과가 미미한 부분이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답변]

파리기후협약이라고 있습니다. 체결이 됐는데요. 앞으로 2030년까지 지속적으로 각 국가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해라, 이런 권고가 내려졌는데 사실은 쉽게 바꾸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까? 우리나라도 이제 2030년까지 배출량을 얼만큼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 세계적으로 이것을 같이 동참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탄소를 배출하는 방식으로 경제활동을 한다면 그것은 그 국가만의 피해가 아니고 전 인류적인 피해로 다가오는 것이기 때문에 정말 이 문제에 있어서는 인류가 하나라는 관점으로 접근해야 하고 그러면서 특히 역사적으로 탄소를 많이 배출한 선진국, 아무래도 재원과 기술이 있지 않습니까. 선진국에서 개도국으로의 재원의 이전, 기술의 지원 이런 것들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개도국 입장에서는 당신들이 지금까지 역사적으로 많이 배출해 왔고 역사적인 1위는 미국인데 이제 와서 이런 피해가 있다고 배출권거래를 시행해라, 유럽은 탄소 국경세를 매기겠다, 이런 식의 접근은 오히려 '당신들이 역사적인 책임을 개도국에 전가하는 것이 아니냐' 이런 지적도 있을 수 있는 거죠.

[앵커]

그렇게 주장할 수도 있겠죠. 사다리 걷어차기 하느냐는 얘기가 나올 수 있죠. 그래서 수혜자와 피해자 사이에 불일치가 있고 여러 가지 딜레마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우리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우리는 지금 당장 어떻게 해야 됩니까?

[답변]

중요한 질문인데요. 현재 정부가 그린 뉴딜 정책을 쓰지 않았습니까? 이것은 우리나라만의 정책이 아니고 유럽에선 그린 딜이라고 해서 7년간 천조 원을 이 분야의 투자하는 정도의 아주 적극적인 정책을 쓰고 있습니다.

그래서 크게 보자면 결국 기존의 화석연료 기반에서 에너지 공급 시스템 자체를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옮겨 가야 한다는 거죠.

그것은 공급 측면의 문제고 또 수요 측면에서 에너지 효율을 높여 전체적으로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수송이라든지 교통이라든지 건물이라든지 산업 부문에서 좀 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기 위한 전방위적인 노력이 필요하고요.

현재 우리나라 정부에서는 아무래도 재정 투자와 일자리 창출, 이것이 코로나19 위기와 맞물려서 경제를 빠르게 회복시켜야 되기 때문에 중요한 이슈긴 한데, 동시에 향후 탄소를 얼마만큼 줄일 것인지, 또 재생에너지를 얼마만큼 늘릴 것인지와 같은 정확한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 달성을 위한 적극적인 경제정책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자면 전기요금을 정상화한다든지 건물의 단열을 좀 더 강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한다든지 이런 전방위적인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고요. 이제 일부에서는 그렇다면 경제가 타격을 받는 것이 아니냐 이런 지적이 있을 수 있지만 동시에 새로 생겨나는 산업과 일자리가 많이 있습니다.

이것이 그린 뉴딜 정책의 장점 이거든요. 이런 식으로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앵커]

정책의 전환이 꼭 필요한 시점이 왔다,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우리 자녀 세대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과 부담을 넘길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되겠습니다.

오늘 세 번째 시간으로 기후변화와 경제 문제에 대해 얘기 나눠봤습니다. 내일은 국제사회와 한국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지금까지 서울대 환경대학원 홍종호 교수였습니다. 고맙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