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점검] 수십년 째 온돌에 대청마루…‘시대착오’ 교과서?

입력 2021.03.01 (09:02) 수정 2021.03.08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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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는 오늘부터 [기후의 위기, 침묵하는 교육]이란 제목의 연속 보도를 이어갑니다. 초중고 현직 교사들과 ‘교과서 자문단’을 꾸려 현재 학교에서 쓰고 있는 교과서들이 급변하는 기후 변화와 이로 인한 위기의 실상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분석했습니다. ‘기후 위기’의 시대를 맞아 우리 교육 정책을 점검하고, 미래세대가 원하는 진짜 ‘기후교육’은 뭔지도 들어봤습니다.

“기후변화는 우리에게 피해를 주기도 하지만 반대로 혜택을 주기도 한다.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기후변화의 혜택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토의해보자.”

지금 고등학교 학생들이 배우는 <통합과학> 교과서에 실려있는 대목입니다. 온난화가 가속화되고 이제는 기후변화라는 말보다 기후위기, 기후재앙이라는 말이 더욱 와 닿는 시대가 됐지만, 교과서는 여전히 개발과 성장 위주의 시각으로 기후위기를 바라보고 개인의 실천만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KBS는 교과서 자문단과 함께 초중고 사회와 지리, 과학, 도덕, 기술가정, 환경 등의 과목에서 기후 관련된 내용을 심층 분석했습니다. 기후변화의 현장을 취재해온 기상전문기자의 입장에서 졸업 이후 처음 펴보는 교과서는 놀라웠는데요. ‘2020년대의 학생들이 아직도 이런 내용으로 공부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절로 스쳤습니다.

■2021년 기후위기 시대...여전히 ‘온돌방’과 ‘대청마루’를 배운다

교과서 자문단이 공통으로 지적한 부분은 교과서가 우리의 실제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교과서 개정에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지나치게 옛날 얘기만 도식적으로 하는 점이 문제였습니다.

 <중학교 사회1>교과서에 ‘온돌방’과 ‘대청’을 온대기후 지역의 사례로 들고 있다. <중학교 사회1>교과서에 ‘온돌방’과 ‘대청’을 온대기후 지역의 사례로 들고 있다.

중·고등학교 사회와 한국지리 등의 과목에서는 세계의 다양한 기후를 다루고 있는데요. 우리가 사는 온대 기후 지역에 대해서는 대부분 온돌이나 대청마루, 죽부인, 모시옷 같은 오래전 사례를 들고 있습니다. 우리의 전통이긴 하지만 지금 전통가옥에 사는 사람이 없는 만큼 학생들이 체감하기 힘들다고 현장의 교사들은 지적했습니다.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죠.

■잘못된 이산화탄소 그래프, 자료 줬다는 ‘기상청’도 의문 제기

 중학교 과학3 교과서 중학교 과학3 교과서

중학교 과학 교과서를 펼치자 낯익은 그래프가 등장합니다. 왼쪽 그림이 바로 산업화 이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어떻게 변했는지 보여주는 그래프인데요. 일단 가로축 시점이 2000년대 초반에 멈춰있습니다. 2021년을 살아가는 지금 학생들에게는 한참 과거 자료인 셈입니다.

KBS 교과서 자문단 회의  KBS 교과서 자문단 회의

이뿐만이 아닙니다. 그래프를 유심히 봤더니 뭔가 이상합니다. 2000년 이미 370ppm에 근접한 이산화탄소 농도가 320ppm으로 50ppm이나 낮게 표시된 겁니다.

자료 출처로 표시돼있는 기상청에 문의했더니 “이런 자료는 기상청이 준 적도 없고 자료 자체가 잘못됐다.”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수많은 학생이 사용하는 국가 검정 교과서에 오류가 발견된 겁니다.

■ 북극 온난화로 항로 열리고 자원 개발?

지난겨울 북극의 온난화로 인해 역설적으로 강추위가 찾아왔습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곳곳이 이례적인 한파와 폭설 등 변동성이 매우 큰 날씨를 겪었죠. 과학자들 사이에선 2010년을 전후해 북극의 온난화가 특히 북반구 중위도에 예측불허의 기상이변을 몰고 온다는 것이 정설이 됐습니다.


그런데 정작 교과서는 딴소리입니다. 기후변화로 북극해의 얼음 면적이 감소하면 자원 탐사와 항로 개설, 관광객 증가로 이어진다는 ‘개발 위주’의 시각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습니다. 물론 이런 얘기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이전에 우리 정부도 북극권 자원 탐사와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했으니까요.

그러나 지금은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하는 시대입니다. 북극의 온난화로 항로가 열리면서 얻게 되는 이점보다는 잃을 게 훨씬 더 많고, 심지어 ‘재앙’이 될 거라는 점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마스크’와 ‘거리두기’로는 막을 수 없는 기후위기

내일은 코로나19와 함께하는 두 번째 개학 날입니다. 설렘으로 가득했을 개학이지만, 올해도 그렇듯 일부 학년에서만 등교가 이뤄지고 희망보다는 걱정과 답답함이 큰데요. 많은 전문가가 코로나19의 근본원인을 기후위기로 꼽고 있죠.


기후위기는 마스크와 거리두기로 막을 수 없습니다. 특히 청소년 기후 행동 같은 단체에서 활동하는 청소년을 포함해 많은 학생은 지금의 기후위기를 ‘생존’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데요.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교육 현실, 이제는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요? 더 자세한 내용은 KBS 뉴스와 디지털 뉴스에서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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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과서 점검] 수십년 째 온돌에 대청마루…‘시대착오’ 교과서?
    • 입력 2021-03-01 09:02:07
    • 수정2021-03-08 15:27:36
    취재K

KBS는 오늘부터 [기후의 위기, 침묵하는 교육]이란 제목의 연속 보도를 이어갑니다. 초중고 현직 교사들과 ‘교과서 자문단’을 꾸려 현재 학교에서 쓰고 있는 교과서들이 급변하는 기후 변화와 이로 인한 위기의 실상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분석했습니다. ‘기후 위기’의 시대를 맞아 우리 교육 정책을 점검하고, 미래세대가 원하는 진짜 ‘기후교육’은 뭔지도 들어봤습니다.

“기후변화는 우리에게 피해를 주기도 하지만 반대로 혜택을 주기도 한다.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기후변화의 혜택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토의해보자.”

지금 고등학교 학생들이 배우는 <통합과학> 교과서에 실려있는 대목입니다. 온난화가 가속화되고 이제는 기후변화라는 말보다 기후위기, 기후재앙이라는 말이 더욱 와 닿는 시대가 됐지만, 교과서는 여전히 개발과 성장 위주의 시각으로 기후위기를 바라보고 개인의 실천만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KBS는 교과서 자문단과 함께 초중고 사회와 지리, 과학, 도덕, 기술가정, 환경 등의 과목에서 기후 관련된 내용을 심층 분석했습니다. 기후변화의 현장을 취재해온 기상전문기자의 입장에서 졸업 이후 처음 펴보는 교과서는 놀라웠는데요. ‘2020년대의 학생들이 아직도 이런 내용으로 공부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절로 스쳤습니다.

■2021년 기후위기 시대...여전히 ‘온돌방’과 ‘대청마루’를 배운다

교과서 자문단이 공통으로 지적한 부분은 교과서가 우리의 실제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교과서 개정에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지나치게 옛날 얘기만 도식적으로 하는 점이 문제였습니다.

 <중학교 사회1>교과서에 ‘온돌방’과 ‘대청’을 온대기후 지역의 사례로 들고 있다.
중·고등학교 사회와 한국지리 등의 과목에서는 세계의 다양한 기후를 다루고 있는데요. 우리가 사는 온대 기후 지역에 대해서는 대부분 온돌이나 대청마루, 죽부인, 모시옷 같은 오래전 사례를 들고 있습니다. 우리의 전통이긴 하지만 지금 전통가옥에 사는 사람이 없는 만큼 학생들이 체감하기 힘들다고 현장의 교사들은 지적했습니다.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죠.

■잘못된 이산화탄소 그래프, 자료 줬다는 ‘기상청’도 의문 제기

 중학교 과학3 교과서
중학교 과학 교과서를 펼치자 낯익은 그래프가 등장합니다. 왼쪽 그림이 바로 산업화 이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어떻게 변했는지 보여주는 그래프인데요. 일단 가로축 시점이 2000년대 초반에 멈춰있습니다. 2021년을 살아가는 지금 학생들에게는 한참 과거 자료인 셈입니다.

KBS 교과서 자문단 회의
이뿐만이 아닙니다. 그래프를 유심히 봤더니 뭔가 이상합니다. 2000년 이미 370ppm에 근접한 이산화탄소 농도가 320ppm으로 50ppm이나 낮게 표시된 겁니다.

자료 출처로 표시돼있는 기상청에 문의했더니 “이런 자료는 기상청이 준 적도 없고 자료 자체가 잘못됐다.”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수많은 학생이 사용하는 국가 검정 교과서에 오류가 발견된 겁니다.

■ 북극 온난화로 항로 열리고 자원 개발?

지난겨울 북극의 온난화로 인해 역설적으로 강추위가 찾아왔습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곳곳이 이례적인 한파와 폭설 등 변동성이 매우 큰 날씨를 겪었죠. 과학자들 사이에선 2010년을 전후해 북극의 온난화가 특히 북반구 중위도에 예측불허의 기상이변을 몰고 온다는 것이 정설이 됐습니다.


그런데 정작 교과서는 딴소리입니다. 기후변화로 북극해의 얼음 면적이 감소하면 자원 탐사와 항로 개설, 관광객 증가로 이어진다는 ‘개발 위주’의 시각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습니다. 물론 이런 얘기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이전에 우리 정부도 북극권 자원 탐사와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했으니까요.

그러나 지금은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하는 시대입니다. 북극의 온난화로 항로가 열리면서 얻게 되는 이점보다는 잃을 게 훨씬 더 많고, 심지어 ‘재앙’이 될 거라는 점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마스크’와 ‘거리두기’로는 막을 수 없는 기후위기

내일은 코로나19와 함께하는 두 번째 개학 날입니다. 설렘으로 가득했을 개학이지만, 올해도 그렇듯 일부 학년에서만 등교가 이뤄지고 희망보다는 걱정과 답답함이 큰데요. 많은 전문가가 코로나19의 근본원인을 기후위기로 꼽고 있죠.


기후위기는 마스크와 거리두기로 막을 수 없습니다. 특히 청소년 기후 행동 같은 단체에서 활동하는 청소년을 포함해 많은 학생은 지금의 기후위기를 ‘생존’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데요.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교육 현실, 이제는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요? 더 자세한 내용은 KBS 뉴스와 디지털 뉴스에서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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