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돈 얘기하면 안 된대요”…‘환경’ 중요하다며 예산은 없다?

입력 2021.03.09 (09:01) 수정 2021.03.09 (09:0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오창길 서울시 마포구 환경교육센터장(왼쪽)이 센터 현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창길 서울시 마포구 환경교육센터장(왼쪽)이 센터 현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정부 지원 없는 '환경교육센터'

지난해 7월, 서울에선 처음으로 지역 주민들을 상대로 환경 교육을 하는 센터 5곳이 문을 열었습니다. 서울 마포구 환경교육센터도 그중 하나입니다. 환경교육진흥법에 근거한 민간단체입니다.

오창길 서울시 마포구 환경교육센터장은 이 센터를 여는데 대략 7천만 원을 썼습니다.

하지만 환경부나 서울시, 마포구에서 받은 지원은 전혀 없었습니다. 오 센터장은 시민 모금으로 비용의 절반을 마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환경교육진흥법 4조에 따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환경교육과 관련된 민간의 활동을 지원할 책무가 있다고 돼 있습니다. 또 17조에 따라 이에 들어가는 사업비와 운영비 일부를 지원할 수 있게 돼 있습니다.

오 센터장은 지난해 서울시 담당자와 두 차례 만나 기본적인 운영비와 교육프로그램 개발 사업비 등을 받을 수 있는지 문의했지만, 예산이 잡혀 있지 않아 어렵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서울시에서 받은 유일한 물품은 '현판' 뿐이라며 기자에게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오 센터장은 7년 전 교편을 내려놓고, 환경 교육을 위한 비영리 시민단체를 운영해 왔습니다. 지난해 서울시에 사업계획서를 내고 '기초환경교육센터'로 지정됐을 땐 기대에 부풀기도 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기대감은 곧 실망감으로 바뀌었습니다.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돈도 돈이었지만, 더욱 놀라운 건 관계자들의 인식이었습니다.

오창길 / 서울시 마포구 환경교육센터장

"처음 하는 이야기가 '예산이 없다, 하고 싶어서 신청한 거 아니냐?'라는 식이었습니다."

"지자체 직원이 "구청장과 미팅 때 돈 이야기 하시면 안 됩니다."라고 하더라고요. 환경교육을 자원봉사 혹은 민간단체의 자발적인 운동으로 하길 바라는 것 같아요."

"기후변화 문제는 국가적인 문제라면서, 해결은 알아서 하라는 식이에요."

[연관 기사] 환경교육 예산 한 명당 235원…쥐꼬리 예산에 시늉만 (2021.03.07)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133084

다른 지역이라고 상황이 다를까요?

강원도의 광역환경교육센터로 2015년에 지정된 '강원도 자연학습원' 역시 7년째 지원금은 '0'원입니다.

자연학습원으로서 환경 관련 예산은 받지만, 강원도 지역의 환경 교육을 총괄하는 '광역환경교육센터' 명목으로 받은 예산은 전혀 없습니다.

지역의 환경 단체들과 협력해 지역 실정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센터의 고유 업무인데, 제대로 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손보형 / 강원도 광역환경교육센터 담당자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보급한다거나 네트워크 사업을 활발히 한다거나 해야 하는데, 별도의 예산이 없어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죠. 사실상 간판만 걸어놓고 일은 못 하고 있습니다. 환경 교육의 필요성을 강원도에 이야기했지만, 순위가 밀렸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환경부 환경교육예산 120억 원…국민 한 명당 235원꼴


앞서 살펴본 서울시 마포구와 강원도의 환경교육센터는 정부가 사업계획서를 받은 뒤, 심사를 거쳐 지정한 환경 교육 기관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설립 이유는 법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국가의 환경 교육 활성화를 위해 2008년 '환경교육진흥법'이 만들어졌는데요. 추진 기관으로 환경교육센터를 설립하기 시작한 겁니다. 환경교육센터는 크게 '국가-광역(시·도)-기초(시·군·구)'의 체계로 이뤄져 있습니다.

하지만 올해까지 전국 14곳의 광역센터 가운데 환경부의 국비 지원을 받는 곳은 6곳, 액수로는 총 9억 원에 불과합니다. 직접 시민을 교육하는 '기초환경교육센터'에 대한 국비 지원은 전혀 없습니다.

환경부의 환경 교육 예산은 매년 120억 원 수준입니다. 국민 한 명당 235원.

서울 시립 청소년센터의 한 해 예산이 평균 30억 원인 점과 비교하면, 환경 교육의 예산 규모는 더욱 초라하게 느껴집니다.

■ "예산을 안 줘요!"…낮은 관심에 예산 확보 실패


정부에 물어봤습니다. 시·도 공무원과 주무부처인 환경부 공무원 모두 예산을 확보하는 게 어렵다고 답합니다. 또한, 툭하면 예산이 깎이거나 삭감 이야기가 나온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시 환경교육 담당 공무원은 한 해 환경 교육 예산은 20억 원 수준인데, 서울 지역에서 환경 교육을 하는 민간단체는 300곳이 넘다 보니 몇몇 환경교육센터에 예산이 몰리는 걸 원치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강원도 담당 공무원은 "아무리 설득해도, 도청의 예산 부서에서 의회로 예산 요청을 넘기지 않는다"고 하소연했습니다.

환경부는 어떨까요? 환경부 공무원은 환경부도 예산 당국인 기재부 눈치를 본다고 털어놨습니다. 한때 환경 교육 예산 120억 원마저도 삭감될 뻔했다고 설명했습니다.

■ "교육이 느려 보여도 가장 빠른 길입니다"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리다 보니 예산 확보가 안 되고, 예산이 없으니 제대로 된 교육 프로그램을 짜기 어렵습니다. 시민들을 상대로 제대로 된 환경교육을 해 보겠다는 의지만 있을 뿐 현실적으로 어찌해 볼 도리가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원 환경교육 시민단체 '에코맘 코리아' 대표는 교육이 짧은 기간에 성과로 나오기 어려워, 예산 확보가 안 된다고 진단했습니다.

 하지원 환경교육 시민단체 '에코맘 코리아' 대표 하지원 환경교육 시민단체 '에코맘 코리아' 대표

하지원 / 환경교육 시민단체 '에코맘 코리아' 대표
"환경 교육이 중요하냐고 물어보면 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이야기하는데, 예산은 없어요. 왜냐하면, 본인이 담당자가 아니거든요. 중요하다고 말만 하고 막상 예산은 없는 거죠."

"사람들의 생각이 변하지 않고 행동이 변하지 않고 '넷제로(탄소 중립)'를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탄소 중립도 사람이 해야 하는 건데, 사람을 바꾸는 인력과 예산이 지금 굉장히 부족하죠."

2050년까지 탄소 실질 배출을 제로(0)로 줄이기 위해선, 시민 모두가 참여해야 합니다.

탄소를 덜 내뿜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의 생활 방식과 문화까지 바꿔야 합니다.

결국, 사람의 인식이 바뀌어 실천으로 이어져야 가능한 일입니다. 하지원 대표는 환경 교육이 '느려 보이지만 가장 빠른 방법'아니겠느냐고 말했습니다.

[연관 기사] 환경교육 예산 한 명당 235원…쥐꼬리 예산에 시늉만 (2021.03.07)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133084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취재후] “돈 얘기하면 안 된대요”…‘환경’ 중요하다며 예산은 없다?
    • 입력 2021-03-09 09:01:11
    • 수정2021-03-09 09:01:47
    취재후·사건후
 오창길 서울시 마포구 환경교육센터장(왼쪽)이 센터 현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정부 지원 없는 '환경교육센터'

지난해 7월, 서울에선 처음으로 지역 주민들을 상대로 환경 교육을 하는 센터 5곳이 문을 열었습니다. 서울 마포구 환경교육센터도 그중 하나입니다. 환경교육진흥법에 근거한 민간단체입니다.

오창길 서울시 마포구 환경교육센터장은 이 센터를 여는데 대략 7천만 원을 썼습니다.

하지만 환경부나 서울시, 마포구에서 받은 지원은 전혀 없었습니다. 오 센터장은 시민 모금으로 비용의 절반을 마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환경교육진흥법 4조에 따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환경교육과 관련된 민간의 활동을 지원할 책무가 있다고 돼 있습니다. 또 17조에 따라 이에 들어가는 사업비와 운영비 일부를 지원할 수 있게 돼 있습니다.

오 센터장은 지난해 서울시 담당자와 두 차례 만나 기본적인 운영비와 교육프로그램 개발 사업비 등을 받을 수 있는지 문의했지만, 예산이 잡혀 있지 않아 어렵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서울시에서 받은 유일한 물품은 '현판' 뿐이라며 기자에게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오 센터장은 7년 전 교편을 내려놓고, 환경 교육을 위한 비영리 시민단체를 운영해 왔습니다. 지난해 서울시에 사업계획서를 내고 '기초환경교육센터'로 지정됐을 땐 기대에 부풀기도 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기대감은 곧 실망감으로 바뀌었습니다.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돈도 돈이었지만, 더욱 놀라운 건 관계자들의 인식이었습니다.

오창길 / 서울시 마포구 환경교육센터장

"처음 하는 이야기가 '예산이 없다, 하고 싶어서 신청한 거 아니냐?'라는 식이었습니다."

"지자체 직원이 "구청장과 미팅 때 돈 이야기 하시면 안 됩니다."라고 하더라고요. 환경교육을 자원봉사 혹은 민간단체의 자발적인 운동으로 하길 바라는 것 같아요."

"기후변화 문제는 국가적인 문제라면서, 해결은 알아서 하라는 식이에요."

[연관 기사] 환경교육 예산 한 명당 235원…쥐꼬리 예산에 시늉만 (2021.03.07)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133084

다른 지역이라고 상황이 다를까요?

강원도의 광역환경교육센터로 2015년에 지정된 '강원도 자연학습원' 역시 7년째 지원금은 '0'원입니다.

자연학습원으로서 환경 관련 예산은 받지만, 강원도 지역의 환경 교육을 총괄하는 '광역환경교육센터' 명목으로 받은 예산은 전혀 없습니다.

지역의 환경 단체들과 협력해 지역 실정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센터의 고유 업무인데, 제대로 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손보형 / 강원도 광역환경교육센터 담당자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보급한다거나 네트워크 사업을 활발히 한다거나 해야 하는데, 별도의 예산이 없어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죠. 사실상 간판만 걸어놓고 일은 못 하고 있습니다. 환경 교육의 필요성을 강원도에 이야기했지만, 순위가 밀렸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환경부 환경교육예산 120억 원…국민 한 명당 235원꼴


앞서 살펴본 서울시 마포구와 강원도의 환경교육센터는 정부가 사업계획서를 받은 뒤, 심사를 거쳐 지정한 환경 교육 기관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설립 이유는 법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국가의 환경 교육 활성화를 위해 2008년 '환경교육진흥법'이 만들어졌는데요. 추진 기관으로 환경교육센터를 설립하기 시작한 겁니다. 환경교육센터는 크게 '국가-광역(시·도)-기초(시·군·구)'의 체계로 이뤄져 있습니다.

하지만 올해까지 전국 14곳의 광역센터 가운데 환경부의 국비 지원을 받는 곳은 6곳, 액수로는 총 9억 원에 불과합니다. 직접 시민을 교육하는 '기초환경교육센터'에 대한 국비 지원은 전혀 없습니다.

환경부의 환경 교육 예산은 매년 120억 원 수준입니다. 국민 한 명당 235원.

서울 시립 청소년센터의 한 해 예산이 평균 30억 원인 점과 비교하면, 환경 교육의 예산 규모는 더욱 초라하게 느껴집니다.

■ "예산을 안 줘요!"…낮은 관심에 예산 확보 실패


정부에 물어봤습니다. 시·도 공무원과 주무부처인 환경부 공무원 모두 예산을 확보하는 게 어렵다고 답합니다. 또한, 툭하면 예산이 깎이거나 삭감 이야기가 나온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시 환경교육 담당 공무원은 한 해 환경 교육 예산은 20억 원 수준인데, 서울 지역에서 환경 교육을 하는 민간단체는 300곳이 넘다 보니 몇몇 환경교육센터에 예산이 몰리는 걸 원치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강원도 담당 공무원은 "아무리 설득해도, 도청의 예산 부서에서 의회로 예산 요청을 넘기지 않는다"고 하소연했습니다.

환경부는 어떨까요? 환경부 공무원은 환경부도 예산 당국인 기재부 눈치를 본다고 털어놨습니다. 한때 환경 교육 예산 120억 원마저도 삭감될 뻔했다고 설명했습니다.

■ "교육이 느려 보여도 가장 빠른 길입니다"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리다 보니 예산 확보가 안 되고, 예산이 없으니 제대로 된 교육 프로그램을 짜기 어렵습니다. 시민들을 상대로 제대로 된 환경교육을 해 보겠다는 의지만 있을 뿐 현실적으로 어찌해 볼 도리가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원 환경교육 시민단체 '에코맘 코리아' 대표는 교육이 짧은 기간에 성과로 나오기 어려워, 예산 확보가 안 된다고 진단했습니다.

 하지원 환경교육 시민단체 '에코맘 코리아' 대표
하지원 / 환경교육 시민단체 '에코맘 코리아' 대표
"환경 교육이 중요하냐고 물어보면 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이야기하는데, 예산은 없어요. 왜냐하면, 본인이 담당자가 아니거든요. 중요하다고 말만 하고 막상 예산은 없는 거죠."

"사람들의 생각이 변하지 않고 행동이 변하지 않고 '넷제로(탄소 중립)'를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탄소 중립도 사람이 해야 하는 건데, 사람을 바꾸는 인력과 예산이 지금 굉장히 부족하죠."

2050년까지 탄소 실질 배출을 제로(0)로 줄이기 위해선, 시민 모두가 참여해야 합니다.

탄소를 덜 내뿜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의 생활 방식과 문화까지 바꿔야 합니다.

결국, 사람의 인식이 바뀌어 실천으로 이어져야 가능한 일입니다. 하지원 대표는 환경 교육이 '느려 보이지만 가장 빠른 방법'아니겠느냐고 말했습니다.

[연관 기사] 환경교육 예산 한 명당 235원…쥐꼬리 예산에 시늉만 (2021.03.07)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133084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