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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책의 날]③ 공공도서관 10곳 중 4곳은 장서 수 ‘법정 최소 기준’ 미달
입력 2021.04.21 (15:11) 수정 2021.05.04 (14:57) 데이터룸

"한 달 째 대출 중"..."볼만한 책이 없어요"

'주문하신 꿈은 매진입니다.'

꿈을 사고파는 백화점이란 소재로 출판계의 '역주행'을 낳은 소설 '달러구트 꿈 백화점'. 당초 전자책 전용 도서로 나왔지만, 독자들의 요청에 따라 지난해 7월 종이책으로 출간됐습니다.

출간 6개월 만에 30만 부 이상 판매고를 올리며, 장기간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습니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김 모 씨는 한 달간 이 책을 동네 공공도서관에서 빌려보려 했지만, 연일 실패했습니다. 틈날 때마다 도서관 사이트에 들어갔지만, 모니터에 뜨는 건 '대출 불가' 메시지. 계속 대출 중인 데다 예약자는 가득 찼습니다.

인기 소설인데도 도서관에 비치된 건 단 1권뿐이었습니다.


회사 근처, 규모가 큰 도서관도 마찬가지. 이곳엔 7권이 비치돼 있었지만, 역시 모두 대출 중이었습니다. 주변 서너 군데 도서관 사이트에서 검색해 봐도 '예약 불가', '대출 불가'였습니다.

"도서관에 책들이 많은 것처럼 보이는데, 정작 읽을 만한 책은 없어요. 독자들의 수요를 감안해서 책을 비치하고 구매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평소 책을 즐겨 읽는 김 씨지만, 계속된 헛수고에 도서관을 이용하고픈 생각이 줄어든다고 말합니다.

■ 86만 권 vs 4천 권...공공도서관 도서 수 '극과 극'

장서 실태는 어떨까? KBS는 국가도서관통계시스템 상 등록된 1,134개 공공도서관(어린이도서관 포함)의 각종 데이터를 취합해 전수 분석했습니다. 가장 최신 통계인 2019년 12월 31일 기준으로 봤습니다.

공공도서관은 지자체나 교육청이 설립한 공립 도서관과 사립 도서관으로 나뉘는데요. 똑같이 공공도서관으로 불려도 도서 수나 시설 규모, 예산 등은 천차만별이었습니다.

가장 많은 책을 보유한 공공도서관은 대전광역시 한밭도서관으로, 도서 수는 약 86만 권에 달했습니다. 2위는 부산광역시립 시민도서관 76만여 권, 3위는 경기평생교육학습관 약 70만 권입니다.


하지만 모든 도서관이 이처럼 수십만 권을 보유한 건 아닙니다. 도서관 1곳당 평균 도서 수는 10만 천여 권이었고, 중앙에 위치한 중앙값은 7만 6천여 권이었습니다.

최하위는 전남 순천시에 있는 사립도서관으로 4,400권 정도를 보유했습니다. 86만 권 vs 4천여 권. 195배나 차이가 나는데요. 책이 적은 곳들은 사립도서관이거나 본관이 따로 있는 분관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도서관별로 규모에 차이가 나는 만큼 적정량을 보유하고 있는지 법정 최소 기준과 비교해봤습니다.

■ "법에서 최소 이만큼 갖고 있으라고 했는데"...40% 안 지켜

도서관법 시행령 제3조 1항에 따르면, 공립 공공도서관은 도서관이 세워지는 지역의 인구인 '봉사대상 인구'에 따라 최소한 갖고 있어야 하는 장서 수가 정해져 있는데요. 인구 50만 명 이상인 지역의 도서관은 최소 15만 권 이상을 갖춰야 한다는 식입니다.

인구가 많은 지역일수록 더 많은 책을 보유하라는 취지입니다. 사립도서관은 공립도서관 기준 중 2만 명 미만 지역의 기준인, 최소 3천 권 이상을 만족하면 됩니다.

문화체육관광부 국가도서관통계시스템  공공도서관 (2019 기준) 데이터 원본에 각 도서관별로 서비스하는 봉사대상 인구가 적시돼 있다.문화체육관광부 국가도서관통계시스템 공공도서관 (2019 기준) 데이터 원본에 각 도서관별로 서비스하는 봉사대상 인구가 적시돼 있다.

전국 1,134개 공공도서관이 인구에 따른 법정 장서 수 최소 기준을 지켰는지 처음으로 실태를 파악해봤더니 상황은 열악했습니다. 최소 기준조차 지키지 않은 경우가 39%에 달했고 지킨 경우는 61%였습니다.

공공도서관 10곳 중 4곳은 법에서 정한 최소 기준만큼도 책을 갖고 있지 않은 겁니다.


한 해 나오는 신간 도서만 무려 8만 1,715종에 달하는데(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19 발행통계) 이만큼도 보유하지 못한 도서관이 54%, 절반 이상인 상황입니다.

전체 예산 중 자료구입비 10%도 안 돼...권장 금액의 1/3 수준

그렇다면 책을 사려는 노력은 얼마나 하고 있을까? 문화체육관광부가 작성한 '2019 공공도서관 건립·운영 매뉴얼'을 보면, 도서와 비도서 자료를 사는 데 쓰는 '자료구입비'는 전체 예산의 25~30% 정도 배정하라고 권고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2019년 전국 공공도서관 전체 예산(결산액 기준) 1조 1,470억 원 중 자료구입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따져봤더니 9.5%에 그쳤습니다. 권장하는 금액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인건비나 운영비의 비중이 훨씬 큰 겁니다.

■ 3곳 중 1곳은 자료구입비 5천만 원도 안 써..."신간 4%도 못 사는 수준"

자료구입비 권장 금액을 도서관 1곳당 평균으로 계산해보면, 2억 5천여만 원에서 3억 원가량 되는데요. 하지만 실제로 도서관 1곳에서 쓴 자료구입비는 약 9,600만 원, 1억 원도 채 안 됩니다.

심지어 중앙값으로 보면 6,900만 원에 그칩니다.


연간 자료구입비를 금액대별로 나눠보면요. 5천만 원도 안 쓴 도서관이 전체의 35%가량으로 3분의 1을 넘습니다. 지난해 도서 평균 정가는 16,420원(대한출판문화협회, 2020 출판통계)으로, 5천만 원으로 살 수 있는 도서는 3,045권밖에 안됩니다.

위에서 언급했듯 한 해 나오는 책 종류만 8만 종이 넘는데, 종류당 1권씩만으로 쳐도 전체 신간의 3.7%도 못사는 수준입니다.

그다음은 5천만 원~1억 원 미만을 쓴 도서관이 33%를 차지했고, 1억 원~3억 원가량 쓴 곳이 30% 수준으로 뒤따랐습니다.

자료구입비 14억 vs 0원...극심한 편차 어디서 비롯되나?

자료구입비를 가장 많이 쓴 도서관은 약 14억 원을 쓴 경북도서관이었는데요. 2019년 조사 당시 개관했던 곳인데, 도서 구입에 가장 적극적이었습니다.

개관 첫해에만 도서 약 6만 권을 구비하며, 전국 공공도서관 중 장서 수로는 곧바로 중위권에 올랐습니다.


2, 3위는 2018년에 개관한 곳들로 각각 10억 원, 8억 원 가까이 책 사는 데 썼습니다. 자료구입비를 많이 쓴 도서관은 대부분 최근에 개관한 '젊은' 도서관이 많았습니다.

9위를 기록한 나주공공도서관은 1973년에 개관했는데도 6억 원가량 쓰며, 책 사는데 활발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 도서관은 장애인이나 노인 등을 위한 지식정보 취약계층 예산도 3억 원 가까이 써, 이 항목에선 1위를 기록했습니다.

반면에 자료구입비를 0원으로 기입한 곳들도 17곳이 있었습니다. 분관의 경우 본관이 예산을 일괄 집행한 곳도 있었고, 자료를 누락한 경우도 있었는데요.

조사 당시인 2019년에 개관해 자료구입비를 못 썼다고 설명한 도서관도 있었는데, 경북도서관은 마찬가지로 2019년에 개관했지만 예산 집행은 가장 많았습니다. '의지의 문제'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1명당 자료 구입 많을수록 대출도 늘어"...세종시 1위 비결은?

자료구입비를 많이 쓰는 게 실질적으로 도서 이용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인구 1명당 자료구입비와 1명당 대출권수의 상관관계를 살펴봤습니다. 17개 시도별로 X축은 1명당 자료구입비, Y축은 1명당 대출권수로 좌표를 찍어봤습니다.

가장 우측 상단에 있는 세종시를 볼까요?

1명당 자료구입비는 3,600원으로 1위였고, 1명당 대출권수도 3.4권으로 1위였습니다. 반면 가장 좌측 하단에 있는 광주광역시는 1명당 자료구입비 1,200원, 1명당 대출권수 1.7권으로 두 지표 모두 꼴찌였습니다.


17개 시도 좌푯값의 추세선을 그려보면, 그래프는 우상향, 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자료구입비를 많이 써 책을 많이 사는 시도일수록, 시민들의 도서 대출도 활발한 경향이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2019년 기준, 전국 1인당 장서 수는 2.2권으로 나타났습니다. 2019년에 발표된 제3차 도서관발전종합계획은 공공도서관 장서 확충 목표를 2023년까지 국민 1인당 2.5권으로 늘리는 것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 '인구 10만 명 당 도서관 수' 강원> 전남> 제주...부산이 꼴찌

도서관 1곳당 장서 수도 부족한 편인데, 도서관 수 자체는 어떨까? 시도별로 인구 10만 명당 도서관 수를 산출해보면, 강원도가 3.8곳으로 가장 많고, 전남 3.7곳, 제주 3.3곳 등의 순으로 나타납니다.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곳이 인구 대비 도서관 수는 많습니다. 부산이 1.3곳으로 가장 적었습니다.


공공도서관 수 자체는 경기 277곳, 서울 180곳 등 순으로 많지만, 인구수를 고려해보면 중위권으로 떨어집니다. 상대적으로 도서관이 많은 지역조차 , 서비스하는 인구와 비교해보면 넉넉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시군구별로 보면, 지역 내 공공도서관이 1곳밖에 되지 않은 곳이 강원 양구군, 부산 사상구 등 23개 시군구나 됐습니다. 지역 내 공공도서관이 가장 많은 곳은 경기 파주시로 17곳이나 돼, 지역별 편차가 큽니다.

한국 '인구 10만 명 당 도서관 수' 2.2곳...독일의 1/4 수준

전국 기준으로 보면, 인구 10만 명당 도서관 수는 평균 2.2곳입니다. 해외와 비교해보면, 도서관 인프라가 잘 갖춰진 독일은 인구 10만 명당으로 계산해도 8.6곳(독일 전체 공공도서관 7,148곳)이나 됩니다.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아직도 부족한 형편입니다.


"장서 수 법정 기준 처벌 조항 없어"..."지자체, 교육청 예산 확보 의지 절실"

장서 수가 법정 최소 기준에 미달하는 공공도서관이 많은 것과 관련해, 남영준 한국도서관협회장(중앙대 문헌정보학과 교수)은 "도서관법 시행령에 최소 장서 수가 명시돼 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을 때의 구체적인 처벌 조항이 정해져 있지 않아 권고 사항처럼 되어버렸다"고 설명합니다.

공공도서관은 설립 주체에 따라 지자체 도서관(77%), 교육청 도서관(21%), 사립 도서관(2%)으로 나뉘는데요. 대다수가 지자체와 교육청이 세운 도서관이라, 예산 배정도 각각의 지자체와 교육청마다 편차가 큽니다.

남영준 한국도서관협회장은 "지자체장들이 도서관을 짓는 데는 적극적인 데 비해, 장서 확보에는 상대적으로 무관심하다"며 "예산 배정은 도서관 운영 주체의 의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합니다.

이어 "양질의 책은 시민의식 양성을 위한 자양분"이라며 "제도적 보완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행정안전부, 교육부 등 유관 부처들의 협조가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데이터 수집·분석: 이지연, 윤지희
인터랙티브 개발: 김명윤, 공민진
데이터 시각화: 권세라,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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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4-21 15:11:25
    • 수정2021-05-04 14:57:11
    데이터룸

"한 달 째 대출 중"..."볼만한 책이 없어요"

'주문하신 꿈은 매진입니다.'

꿈을 사고파는 백화점이란 소재로 출판계의 '역주행'을 낳은 소설 '달러구트 꿈 백화점'. 당초 전자책 전용 도서로 나왔지만, 독자들의 요청에 따라 지난해 7월 종이책으로 출간됐습니다.

출간 6개월 만에 30만 부 이상 판매고를 올리며, 장기간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습니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김 모 씨는 한 달간 이 책을 동네 공공도서관에서 빌려보려 했지만, 연일 실패했습니다. 틈날 때마다 도서관 사이트에 들어갔지만, 모니터에 뜨는 건 '대출 불가' 메시지. 계속 대출 중인 데다 예약자는 가득 찼습니다.

인기 소설인데도 도서관에 비치된 건 단 1권뿐이었습니다.


회사 근처, 규모가 큰 도서관도 마찬가지. 이곳엔 7권이 비치돼 있었지만, 역시 모두 대출 중이었습니다. 주변 서너 군데 도서관 사이트에서 검색해 봐도 '예약 불가', '대출 불가'였습니다.

"도서관에 책들이 많은 것처럼 보이는데, 정작 읽을 만한 책은 없어요. 독자들의 수요를 감안해서 책을 비치하고 구매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평소 책을 즐겨 읽는 김 씨지만, 계속된 헛수고에 도서관을 이용하고픈 생각이 줄어든다고 말합니다.

■ 86만 권 vs 4천 권...공공도서관 도서 수 '극과 극'

장서 실태는 어떨까? KBS는 국가도서관통계시스템 상 등록된 1,134개 공공도서관(어린이도서관 포함)의 각종 데이터를 취합해 전수 분석했습니다. 가장 최신 통계인 2019년 12월 31일 기준으로 봤습니다.

공공도서관은 지자체나 교육청이 설립한 공립 도서관과 사립 도서관으로 나뉘는데요. 똑같이 공공도서관으로 불려도 도서 수나 시설 규모, 예산 등은 천차만별이었습니다.

가장 많은 책을 보유한 공공도서관은 대전광역시 한밭도서관으로, 도서 수는 약 86만 권에 달했습니다. 2위는 부산광역시립 시민도서관 76만여 권, 3위는 경기평생교육학습관 약 70만 권입니다.


하지만 모든 도서관이 이처럼 수십만 권을 보유한 건 아닙니다. 도서관 1곳당 평균 도서 수는 10만 천여 권이었고, 중앙에 위치한 중앙값은 7만 6천여 권이었습니다.

최하위는 전남 순천시에 있는 사립도서관으로 4,400권 정도를 보유했습니다. 86만 권 vs 4천여 권. 195배나 차이가 나는데요. 책이 적은 곳들은 사립도서관이거나 본관이 따로 있는 분관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도서관별로 규모에 차이가 나는 만큼 적정량을 보유하고 있는지 법정 최소 기준과 비교해봤습니다.

■ "법에서 최소 이만큼 갖고 있으라고 했는데"...40% 안 지켜

도서관법 시행령 제3조 1항에 따르면, 공립 공공도서관은 도서관이 세워지는 지역의 인구인 '봉사대상 인구'에 따라 최소한 갖고 있어야 하는 장서 수가 정해져 있는데요. 인구 50만 명 이상인 지역의 도서관은 최소 15만 권 이상을 갖춰야 한다는 식입니다.

인구가 많은 지역일수록 더 많은 책을 보유하라는 취지입니다. 사립도서관은 공립도서관 기준 중 2만 명 미만 지역의 기준인, 최소 3천 권 이상을 만족하면 됩니다.

문화체육관광부 국가도서관통계시스템  공공도서관 (2019 기준) 데이터 원본에 각 도서관별로 서비스하는 봉사대상 인구가 적시돼 있다.문화체육관광부 국가도서관통계시스템 공공도서관 (2019 기준) 데이터 원본에 각 도서관별로 서비스하는 봉사대상 인구가 적시돼 있다.

전국 1,134개 공공도서관이 인구에 따른 법정 장서 수 최소 기준을 지켰는지 처음으로 실태를 파악해봤더니 상황은 열악했습니다. 최소 기준조차 지키지 않은 경우가 39%에 달했고 지킨 경우는 61%였습니다.

공공도서관 10곳 중 4곳은 법에서 정한 최소 기준만큼도 책을 갖고 있지 않은 겁니다.


한 해 나오는 신간 도서만 무려 8만 1,715종에 달하는데(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19 발행통계) 이만큼도 보유하지 못한 도서관이 54%, 절반 이상인 상황입니다.

전체 예산 중 자료구입비 10%도 안 돼...권장 금액의 1/3 수준

그렇다면 책을 사려는 노력은 얼마나 하고 있을까? 문화체육관광부가 작성한 '2019 공공도서관 건립·운영 매뉴얼'을 보면, 도서와 비도서 자료를 사는 데 쓰는 '자료구입비'는 전체 예산의 25~30% 정도 배정하라고 권고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2019년 전국 공공도서관 전체 예산(결산액 기준) 1조 1,470억 원 중 자료구입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따져봤더니 9.5%에 그쳤습니다. 권장하는 금액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인건비나 운영비의 비중이 훨씬 큰 겁니다.

■ 3곳 중 1곳은 자료구입비 5천만 원도 안 써..."신간 4%도 못 사는 수준"

자료구입비 권장 금액을 도서관 1곳당 평균으로 계산해보면, 2억 5천여만 원에서 3억 원가량 되는데요. 하지만 실제로 도서관 1곳에서 쓴 자료구입비는 약 9,600만 원, 1억 원도 채 안 됩니다.

심지어 중앙값으로 보면 6,900만 원에 그칩니다.


연간 자료구입비를 금액대별로 나눠보면요. 5천만 원도 안 쓴 도서관이 전체의 35%가량으로 3분의 1을 넘습니다. 지난해 도서 평균 정가는 16,420원(대한출판문화협회, 2020 출판통계)으로, 5천만 원으로 살 수 있는 도서는 3,045권밖에 안됩니다.

위에서 언급했듯 한 해 나오는 책 종류만 8만 종이 넘는데, 종류당 1권씩만으로 쳐도 전체 신간의 3.7%도 못사는 수준입니다.

그다음은 5천만 원~1억 원 미만을 쓴 도서관이 33%를 차지했고, 1억 원~3억 원가량 쓴 곳이 30% 수준으로 뒤따랐습니다.

자료구입비 14억 vs 0원...극심한 편차 어디서 비롯되나?

자료구입비를 가장 많이 쓴 도서관은 약 14억 원을 쓴 경북도서관이었는데요. 2019년 조사 당시 개관했던 곳인데, 도서 구입에 가장 적극적이었습니다.

개관 첫해에만 도서 약 6만 권을 구비하며, 전국 공공도서관 중 장서 수로는 곧바로 중위권에 올랐습니다.


2, 3위는 2018년에 개관한 곳들로 각각 10억 원, 8억 원 가까이 책 사는 데 썼습니다. 자료구입비를 많이 쓴 도서관은 대부분 최근에 개관한 '젊은' 도서관이 많았습니다.

9위를 기록한 나주공공도서관은 1973년에 개관했는데도 6억 원가량 쓰며, 책 사는데 활발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 도서관은 장애인이나 노인 등을 위한 지식정보 취약계층 예산도 3억 원 가까이 써, 이 항목에선 1위를 기록했습니다.

반면에 자료구입비를 0원으로 기입한 곳들도 17곳이 있었습니다. 분관의 경우 본관이 예산을 일괄 집행한 곳도 있었고, 자료를 누락한 경우도 있었는데요.

조사 당시인 2019년에 개관해 자료구입비를 못 썼다고 설명한 도서관도 있었는데, 경북도서관은 마찬가지로 2019년에 개관했지만 예산 집행은 가장 많았습니다. '의지의 문제'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1명당 자료 구입 많을수록 대출도 늘어"...세종시 1위 비결은?

자료구입비를 많이 쓰는 게 실질적으로 도서 이용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인구 1명당 자료구입비와 1명당 대출권수의 상관관계를 살펴봤습니다. 17개 시도별로 X축은 1명당 자료구입비, Y축은 1명당 대출권수로 좌표를 찍어봤습니다.

가장 우측 상단에 있는 세종시를 볼까요?

1명당 자료구입비는 3,600원으로 1위였고, 1명당 대출권수도 3.4권으로 1위였습니다. 반면 가장 좌측 하단에 있는 광주광역시는 1명당 자료구입비 1,200원, 1명당 대출권수 1.7권으로 두 지표 모두 꼴찌였습니다.


17개 시도 좌푯값의 추세선을 그려보면, 그래프는 우상향, 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자료구입비를 많이 써 책을 많이 사는 시도일수록, 시민들의 도서 대출도 활발한 경향이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2019년 기준, 전국 1인당 장서 수는 2.2권으로 나타났습니다. 2019년에 발표된 제3차 도서관발전종합계획은 공공도서관 장서 확충 목표를 2023년까지 국민 1인당 2.5권으로 늘리는 것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 '인구 10만 명 당 도서관 수' 강원> 전남> 제주...부산이 꼴찌

도서관 1곳당 장서 수도 부족한 편인데, 도서관 수 자체는 어떨까? 시도별로 인구 10만 명당 도서관 수를 산출해보면, 강원도가 3.8곳으로 가장 많고, 전남 3.7곳, 제주 3.3곳 등의 순으로 나타납니다.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곳이 인구 대비 도서관 수는 많습니다. 부산이 1.3곳으로 가장 적었습니다.


공공도서관 수 자체는 경기 277곳, 서울 180곳 등 순으로 많지만, 인구수를 고려해보면 중위권으로 떨어집니다. 상대적으로 도서관이 많은 지역조차 , 서비스하는 인구와 비교해보면 넉넉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시군구별로 보면, 지역 내 공공도서관이 1곳밖에 되지 않은 곳이 강원 양구군, 부산 사상구 등 23개 시군구나 됐습니다. 지역 내 공공도서관이 가장 많은 곳은 경기 파주시로 17곳이나 돼, 지역별 편차가 큽니다.

한국 '인구 10만 명 당 도서관 수' 2.2곳...독일의 1/4 수준

전국 기준으로 보면, 인구 10만 명당 도서관 수는 평균 2.2곳입니다. 해외와 비교해보면, 도서관 인프라가 잘 갖춰진 독일은 인구 10만 명당으로 계산해도 8.6곳(독일 전체 공공도서관 7,148곳)이나 됩니다.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아직도 부족한 형편입니다.


"장서 수 법정 기준 처벌 조항 없어"..."지자체, 교육청 예산 확보 의지 절실"

장서 수가 법정 최소 기준에 미달하는 공공도서관이 많은 것과 관련해, 남영준 한국도서관협회장(중앙대 문헌정보학과 교수)은 "도서관법 시행령에 최소 장서 수가 명시돼 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을 때의 구체적인 처벌 조항이 정해져 있지 않아 권고 사항처럼 되어버렸다"고 설명합니다.

공공도서관은 설립 주체에 따라 지자체 도서관(77%), 교육청 도서관(21%), 사립 도서관(2%)으로 나뉘는데요. 대다수가 지자체와 교육청이 세운 도서관이라, 예산 배정도 각각의 지자체와 교육청마다 편차가 큽니다.

남영준 한국도서관협회장은 "지자체장들이 도서관을 짓는 데는 적극적인 데 비해, 장서 확보에는 상대적으로 무관심하다"며 "예산 배정은 도서관 운영 주체의 의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합니다.

이어 "양질의 책은 시민의식 양성을 위한 자양분"이라며 "제도적 보완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행정안전부, 교육부 등 유관 부처들의 협조가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데이터 수집·분석: 이지연, 윤지희
인터랙티브 개발: 김명윤, 공민진
데이터 시각화: 권세라,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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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책의 날]① 공공도서관 걸어서 10분?…“여기는 30분 걸려요!”
[세계 책의 날]② “공공도서관, 가까이 있다면…” 학생들이 건립 운동에 서명하는 이유
[세계 책의 날]③ 공공도서관 10곳 중 4곳은 장서 수 ‘법정 최소 기준’ 미달
[세계 책의 날]④ ‘공공’의 도서관인데…열 중 셋은 ‘장애인, 노인, 다문화’ 예산 ‘0원’
[세계 책의 날]⑤ 학교도서관 ‘장서 수 격차 400배까지’…“투자해야 더 많이 읽어요”
[세계 책의 날]⑥ 책 살 돈 아끼는 학교…‘3% 이상 필수’ 명문화해도 절반 안 지켜
[세계 책의 날]⑦ 공공도서관 3곳 중 1곳·학교 절반, ‘사서 수 법정 최소 기준’ 안 지켜
[세계 책의 날]⑧ 2억 8천만 번의 방문…‘좋은 책이 많이 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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