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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책의 날]⑤ 학교도서관 ‘장서 수 격차 400배까지’…“투자해야 더 많이 읽어요”
입력 2021.04.23 (07:00) 수정 2021.05.04 (14:56) 데이터룸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두 초등학교. 각각 학생 370여 명, 학생 330여 명으로 엇비슷한 규모입니다. 학교가 세워진 지 50년이 넘어 역사가 깊다는 점도 비슷합니다. 도서관 사정도 비슷할까요?

※ KBS가 제작한 공공·학교도서관 인터랙티브 지도. 학교별 장서 수, 예산 등의 각종 도서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https://news.kbs.co.kr/dj/2021-04-lib/index.html
(일부 포털에서는 인터랙티브 지도 연결이 안 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https://news.kbs.co.kr/dj/2021-04-lib/index.html 링크 주소를 주소창에 입력하면 됩니다.)

도서관 장서 수부터 차이가 컸는데요. A 학교는 4만 권이 넘었지만, B 학교는 1만 7천 권 정도로 절반도 안 됩니다. 책 등을 사는 데 쓰는 자료구입 예산도 A 학교가 3배나 많습니다. 이 영향인지 한 해 동안 학생들이 빌려 본 책도 A 학교가 7만 7천 권으로 25배 이상 많습니다. 이런 극심한 편차는 어디에서 비롯된 걸까요?

KBS는 세계 책의 날(4.23)을 맞아 공공도서관 천여 곳의 실태를 살펴본 데 이어, 전국의 초·중·고 학교도서관 만여 곳도 전수 분석했습니다. 교육통계서비스 ‘2020년 유초중등 교육기본통계조사’에 참여한 11,744개 초·중·고교 가운데, 학생이 없는 학교를 제외하고 11,734곳의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 6만 6천 권 vs 150권...학교도서관 장서 수 격차 400배까지

2020년 4월 1일 기준, 전국 초·중·고 만여 곳에 있는 장서는 1억 9,641만여 권이었습니다. 학교당 평균 1만 6,739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는 셈입니다. 책, e-book과 같은 도서뿐만 아니라 DVD, CD 등 비도서도 합산한 수칩니다.

학교 1곳 당 평균 보유 장서는 만 6천 권가량으로 나타났지만 각 학교를 들여다보면 사정은 다릅니다.

전국 초등학교 중 장서가 가장 적은 학교는 150권, 가장 많은 학교는 6만 5,769권으로 400배 넘게 차이가 납니다. 중학교는 가장 많은 장서를 보유한 학교가 가장 적은 학교의 85배, 고등학교는 45배로 차이가 컸습니다.


학교별 장서 수를 5천 권 단위로 구분해서 각 구간에 속하는 학교가 얼마나 되는지 살펴봤습니다. 장서 규모가 1만 5천 권 이상~2만 권 미만인 학교가 26.6%(3,118곳)로 가장 많았고, 3만 권이 넘는 학교도 3.4%(401곳)였습니다.

■ 최소 기준 1,000종 '있으나 마나 한 시행령' ... 준수 여부 조사한 적 없어

학교도서관진흥법 시행령 제8조 제1항에 따르면, 각 학교는 1,000종 이상의 자료를 갖추고 연간 100종 이상의 자료를 추가로 확보해야 합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2020년 출판통계를 보면, 지난해 한 해 발간된 신간의 종수만 해도 6만 5,792종에 달하는데요. 1,000종은 이에 비하면 1.5%밖에 되지 않는 수준입니다.

최소 기준이라도 잘 지켜지고 있을까요? 취재가 시작되자 교육부 관계자는 장서 수의 경우, 권 단위로만 조사해왔을 뿐 “종 단위로 조사한 적은 없다”고 털어놨습니다. 시행령을 만들어는 놓고, 잘 지켜지고 있는지 확인할 자료는 수집하진 않았다는 겁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도서관을 설치할 때 시·도 교육청이 시행령 충족 여부를 확인하기 때문에, 기준에 미달하는 학교는 많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올해 조사에서는 종 단위 조사가 가능한지 보고, 가능하면 종에 대해서도 조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학생 1명당 도서수 권고 기준' 지켰나?...고등학교는 '미달 학교' 절반

학교도서관 장서 수가 적정 수준인지 판단할 방법은 없을까?

한국도서관협회가 2013년에 발표한 ‘한국도서관 기준’에 학교도서관 장서 권고 기준이 나와 있는데요. 일부 시·도 교육청은 이 기준을 준용하도록 각급 학교에 권장하고 있습니다.

‘한국도서관 기준’은 초·중·고등학교별로 권장 도서 수를 다르게 제시하고 있는데요. 초등학교는 학생 1명당 도서 수 10권 이상, 중학교는 20권 이상, 고등학교는 30권 이상을 마련하도록 권장합니다. 발달 수준이 높아질수록 심도 있는 자료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관심사도 세분화되는 만큼 도서 수도 많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초·중·고교별로 학생 1명당 도서 수를 산출해, 권고 기준과 비교해 봤습니다. 초·중·고 가운데 고등학교의 상황이 가장 나빴습니다.

고등학교 2,344개 학교 중 1명당 권장 기준인 30권에 미달한 학교는 49.5%로 나타났는데요. 고등학교 도서관의 절반은 권장 기준을 지키지 못한 겁니다. 중학교는 1명당 권장 기준 20권에 미달한 학교가 10.5%였고, 초등학교는 1.9%였습니다.

이 같은 현실을 어떻게 볼 수 있을까? 한국도서관기준 특별위원회 위원으로 기준 마련에 참여했던 공주대학교 이병기 교수는 위와 같은 권장 기준조차 OECD 국가들에 비하면 높은 편은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고등학교에서 미달 학교 비율이 높은 데 대해서는 “고등학교로 갈수록 대규모 공간이 확보돼야 하는데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 '학교도서관에서 책 안 빌리는 중·고생'...1명당 대출권수, 초등생의 1/5

권장 수준만큼 책을 보유하지 못한 고등학교 도서관은, 학생들의 이용도 저조했습니다. 대출권수는 2019학년도(2019년 3월~2020년 2월) 기준으로 조사돼, 당시 학생이 없었던 학교를 제외하고 11,700개 학교를 대상으로 분석했습니다.

초·중·고등학교를 통틀어 보면, 학생 1명이 1년 동안 20권가량 대출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대략 한 달에 두 권씩 책을 빌린 셈입니다.


학교급별로 나눠 보면,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고등학교는 학생 1명이 학교도서관에서 빌린 책이 한 해 동안 5.8권에 불과했는데요. 초등학교 학생들이 연간 32.9권을 대출한 데 비해, 5분의 1도 되지 않았습니다. 중학생들은 한 해 동안 8.2권을 빌렸는데, 초등학교 학생 도서 이용의 4분의 1 수준입니다.

고등학교로 갈수록 입시 위주 교육이 중심이 되는 영향이기도 하겠지만, 권장도서 수에 미달하는 곳이 많은 등 부실한 도서관 상황도 한몫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 '도서관 예산 들쑥날쑥'...학생 1,000명에 50만 원 vs 400명에 8,000만 원

책을 구비하고 학생들이 이용하고 싶은 도서관으로 만들기 위해 시설을 개선하려면 예산이 필수적인데요. 2020년 기준, 전국 초·중·고 학교도서관 1곳당 평균 예산은 1,257만 원이었습니다. 학생 1명 기준으로는 연간 2만 7,747원으로 3만 원이 채 안 됩니다.


학교도서관 예산을 구간별로 살펴보면, 5백만 원~천만 원 미만 규모로 예산을 편성한 학교가 29.5%(3,465곳)로 가장 많았습니다. 10곳 중 3곳꼴입니다. 다음은 천만 원~천5백만 원 미만 규모로 예산을 편성한 학교 26.8%로 뒤를 이었습니다.

예산 편성은 학생 수와 비례하는 경향이 있긴 했지만, 꼭 학생이 많다고 도서관 예산이 많은 것도 학생이 적다고 예산이 적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어떤 학교는 학생이 천 명이 넘는데도 도서관 예산이 고작 50만 원에 불과했습니다. 반면 학생은 4백 명 정도지만 8천만 원이 넘는 예산을 도서관에 편성한 학교도 있었습니다. 도서관 예산은 학교의 규모에 따라 배정받는 '학교기본운영비'에서 학교장이 편성하는데, 학교별로 편차가 크게 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2019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학교도서관을 전혀 이용하지 않은 이유 1위로, 학생 10명 중 3명은 ‘읽을 만한 책이 없어서’라고 답했습니다. 학교도서관으로 학생들의 발걸음을 돌리기 위해서는 읽을 만한 책, 즉 양질의 도서를 골고루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이야기입니다.

■ 학교 5곳 중 1곳 "연간 학생 1명당 책 1권도 안 샀다"

그렇다면 도서관 예산 가운데, 운영비를 제외하고 책 자체에 쓴 돈은 얼마나 될까요? 장서 구입과 직접 관련된 예산은 ‘자료구입비’라고 부릅니다. 도서와 비도서 자료를 구입하는 데 쓰는 예산으로, 통상적으로 전체 예산의 4분의 3 정도를 차지합니다.


분석 결과, 2020년 기준 학생 1명당 자료구입비는 2만 1,054원으로 나타났습니다. 2만 원가량이면, 학생 1명당 연간 책 1~2권 정도 구입하는 셈입니다.

구간별로 살펴보면 절반에 가까운 5,129개 학교(43.7%)가 학생 1명당 1만 5천 원 이상~3만 원 미만 어치를 자료구입비로 편성했습니다. 학생 1명당 20만 원 이상을 편성한 학교도 540곳(4.6%)으로 학교마다 편차가 컸습니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도서 1권은 평균 1만 6,420원이었는데요. 학생 1명당 자료구입비를 이보다도 적은 1만 5천 원 미만으로 편성한 학교는 전체의 18%가량 됐습니다. 학교 5곳 중 1곳은 학생 1명당 책 1권 살 만큼의 자료구입 예산도 배정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 "투자해야 더 읽어요"...학생 1명당 자료구입비 많을수록 대출권수도 많아

자료구입비를 많이 쓸수록 실제로 학생들의 도서 이용도 많아질까? 학생 1명당 자료구입비를 구간별로 나눠서 각각의 1명당 연간 대출권수를 산출해봤습니다. 이를 아래와 같이 그래프를 그려 두 지표 간 관계를 살펴보니, 1명당 자료구입비가 많은 학교에서 대출도 많이 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장 왼쪽, 1명당 자료구입비가 1만 5천 원 미만인 학교 학생들은 연간 17권 정도를 빌렸는데요. 5만 원을 넘는 학교에선 연간 30권 이상의 책을 빌렸고, 20만 원 이상인 학교에서는 학생 1명당 연간 40권 이상을 빌렸습니다.

이에 대해 이병기 교수는 “대체로 자료구입비가 많고 신간 자료 수집률이 높은 학교가 이용률이 높은 건 사실”이라며 “그만큼 학생 수요를 잘 반영해서 그때그때 정보 자료를 유통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교수는 이어 “수업시간에 학교도서관 자료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방향으로 구조를 바꿔야 학교도서관 이용도 활발해지고, 학교도서관의 존재 가치가 커질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학교도서관의 교육적 활용 방안을 제도적으로 구체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취재·작성: 윤지희 데이터 분석가
데이터 수집·분석: 윤지희, 이지연
인터랙티브 개발: 김명윤, 공민진
데이터 시각화: 권세라,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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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4-23 07:00:39
    • 수정2021-05-04 14:56:47
    데이터룸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두 초등학교. 각각 학생 370여 명, 학생 330여 명으로 엇비슷한 규모입니다. 학교가 세워진 지 50년이 넘어 역사가 깊다는 점도 비슷합니다. 도서관 사정도 비슷할까요?

※ KBS가 제작한 공공·학교도서관 인터랙티브 지도. 학교별 장서 수, 예산 등의 각종 도서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https://news.kbs.co.kr/dj/2021-04-lib/index.html
(일부 포털에서는 인터랙티브 지도 연결이 안 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https://news.kbs.co.kr/dj/2021-04-lib/index.html 링크 주소를 주소창에 입력하면 됩니다.)

도서관 장서 수부터 차이가 컸는데요. A 학교는 4만 권이 넘었지만, B 학교는 1만 7천 권 정도로 절반도 안 됩니다. 책 등을 사는 데 쓰는 자료구입 예산도 A 학교가 3배나 많습니다. 이 영향인지 한 해 동안 학생들이 빌려 본 책도 A 학교가 7만 7천 권으로 25배 이상 많습니다. 이런 극심한 편차는 어디에서 비롯된 걸까요?

KBS는 세계 책의 날(4.23)을 맞아 공공도서관 천여 곳의 실태를 살펴본 데 이어, 전국의 초·중·고 학교도서관 만여 곳도 전수 분석했습니다. 교육통계서비스 ‘2020년 유초중등 교육기본통계조사’에 참여한 11,744개 초·중·고교 가운데, 학생이 없는 학교를 제외하고 11,734곳의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 6만 6천 권 vs 150권...학교도서관 장서 수 격차 400배까지

2020년 4월 1일 기준, 전국 초·중·고 만여 곳에 있는 장서는 1억 9,641만여 권이었습니다. 학교당 평균 1만 6,739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는 셈입니다. 책, e-book과 같은 도서뿐만 아니라 DVD, CD 등 비도서도 합산한 수칩니다.

학교 1곳 당 평균 보유 장서는 만 6천 권가량으로 나타났지만 각 학교를 들여다보면 사정은 다릅니다.

전국 초등학교 중 장서가 가장 적은 학교는 150권, 가장 많은 학교는 6만 5,769권으로 400배 넘게 차이가 납니다. 중학교는 가장 많은 장서를 보유한 학교가 가장 적은 학교의 85배, 고등학교는 45배로 차이가 컸습니다.


학교별 장서 수를 5천 권 단위로 구분해서 각 구간에 속하는 학교가 얼마나 되는지 살펴봤습니다. 장서 규모가 1만 5천 권 이상~2만 권 미만인 학교가 26.6%(3,118곳)로 가장 많았고, 3만 권이 넘는 학교도 3.4%(401곳)였습니다.

■ 최소 기준 1,000종 '있으나 마나 한 시행령' ... 준수 여부 조사한 적 없어

학교도서관진흥법 시행령 제8조 제1항에 따르면, 각 학교는 1,000종 이상의 자료를 갖추고 연간 100종 이상의 자료를 추가로 확보해야 합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2020년 출판통계를 보면, 지난해 한 해 발간된 신간의 종수만 해도 6만 5,792종에 달하는데요. 1,000종은 이에 비하면 1.5%밖에 되지 않는 수준입니다.

최소 기준이라도 잘 지켜지고 있을까요? 취재가 시작되자 교육부 관계자는 장서 수의 경우, 권 단위로만 조사해왔을 뿐 “종 단위로 조사한 적은 없다”고 털어놨습니다. 시행령을 만들어는 놓고, 잘 지켜지고 있는지 확인할 자료는 수집하진 않았다는 겁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도서관을 설치할 때 시·도 교육청이 시행령 충족 여부를 확인하기 때문에, 기준에 미달하는 학교는 많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올해 조사에서는 종 단위 조사가 가능한지 보고, 가능하면 종에 대해서도 조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학생 1명당 도서수 권고 기준' 지켰나?...고등학교는 '미달 학교' 절반

학교도서관 장서 수가 적정 수준인지 판단할 방법은 없을까?

한국도서관협회가 2013년에 발표한 ‘한국도서관 기준’에 학교도서관 장서 권고 기준이 나와 있는데요. 일부 시·도 교육청은 이 기준을 준용하도록 각급 학교에 권장하고 있습니다.

‘한국도서관 기준’은 초·중·고등학교별로 권장 도서 수를 다르게 제시하고 있는데요. 초등학교는 학생 1명당 도서 수 10권 이상, 중학교는 20권 이상, 고등학교는 30권 이상을 마련하도록 권장합니다. 발달 수준이 높아질수록 심도 있는 자료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관심사도 세분화되는 만큼 도서 수도 많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초·중·고교별로 학생 1명당 도서 수를 산출해, 권고 기준과 비교해 봤습니다. 초·중·고 가운데 고등학교의 상황이 가장 나빴습니다.

고등학교 2,344개 학교 중 1명당 권장 기준인 30권에 미달한 학교는 49.5%로 나타났는데요. 고등학교 도서관의 절반은 권장 기준을 지키지 못한 겁니다. 중학교는 1명당 권장 기준 20권에 미달한 학교가 10.5%였고, 초등학교는 1.9%였습니다.

이 같은 현실을 어떻게 볼 수 있을까? 한국도서관기준 특별위원회 위원으로 기준 마련에 참여했던 공주대학교 이병기 교수는 위와 같은 권장 기준조차 OECD 국가들에 비하면 높은 편은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고등학교에서 미달 학교 비율이 높은 데 대해서는 “고등학교로 갈수록 대규모 공간이 확보돼야 하는데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 '학교도서관에서 책 안 빌리는 중·고생'...1명당 대출권수, 초등생의 1/5

권장 수준만큼 책을 보유하지 못한 고등학교 도서관은, 학생들의 이용도 저조했습니다. 대출권수는 2019학년도(2019년 3월~2020년 2월) 기준으로 조사돼, 당시 학생이 없었던 학교를 제외하고 11,700개 학교를 대상으로 분석했습니다.

초·중·고등학교를 통틀어 보면, 학생 1명이 1년 동안 20권가량 대출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대략 한 달에 두 권씩 책을 빌린 셈입니다.


학교급별로 나눠 보면,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고등학교는 학생 1명이 학교도서관에서 빌린 책이 한 해 동안 5.8권에 불과했는데요. 초등학교 학생들이 연간 32.9권을 대출한 데 비해, 5분의 1도 되지 않았습니다. 중학생들은 한 해 동안 8.2권을 빌렸는데, 초등학교 학생 도서 이용의 4분의 1 수준입니다.

고등학교로 갈수록 입시 위주 교육이 중심이 되는 영향이기도 하겠지만, 권장도서 수에 미달하는 곳이 많은 등 부실한 도서관 상황도 한몫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 '도서관 예산 들쑥날쑥'...학생 1,000명에 50만 원 vs 400명에 8,000만 원

책을 구비하고 학생들이 이용하고 싶은 도서관으로 만들기 위해 시설을 개선하려면 예산이 필수적인데요. 2020년 기준, 전국 초·중·고 학교도서관 1곳당 평균 예산은 1,257만 원이었습니다. 학생 1명 기준으로는 연간 2만 7,747원으로 3만 원이 채 안 됩니다.


학교도서관 예산을 구간별로 살펴보면, 5백만 원~천만 원 미만 규모로 예산을 편성한 학교가 29.5%(3,465곳)로 가장 많았습니다. 10곳 중 3곳꼴입니다. 다음은 천만 원~천5백만 원 미만 규모로 예산을 편성한 학교 26.8%로 뒤를 이었습니다.

예산 편성은 학생 수와 비례하는 경향이 있긴 했지만, 꼭 학생이 많다고 도서관 예산이 많은 것도 학생이 적다고 예산이 적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어떤 학교는 학생이 천 명이 넘는데도 도서관 예산이 고작 50만 원에 불과했습니다. 반면 학생은 4백 명 정도지만 8천만 원이 넘는 예산을 도서관에 편성한 학교도 있었습니다. 도서관 예산은 학교의 규모에 따라 배정받는 '학교기본운영비'에서 학교장이 편성하는데, 학교별로 편차가 크게 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2019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학교도서관을 전혀 이용하지 않은 이유 1위로, 학생 10명 중 3명은 ‘읽을 만한 책이 없어서’라고 답했습니다. 학교도서관으로 학생들의 발걸음을 돌리기 위해서는 읽을 만한 책, 즉 양질의 도서를 골고루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이야기입니다.

■ 학교 5곳 중 1곳 "연간 학생 1명당 책 1권도 안 샀다"

그렇다면 도서관 예산 가운데, 운영비를 제외하고 책 자체에 쓴 돈은 얼마나 될까요? 장서 구입과 직접 관련된 예산은 ‘자료구입비’라고 부릅니다. 도서와 비도서 자료를 구입하는 데 쓰는 예산으로, 통상적으로 전체 예산의 4분의 3 정도를 차지합니다.


분석 결과, 2020년 기준 학생 1명당 자료구입비는 2만 1,054원으로 나타났습니다. 2만 원가량이면, 학생 1명당 연간 책 1~2권 정도 구입하는 셈입니다.

구간별로 살펴보면 절반에 가까운 5,129개 학교(43.7%)가 학생 1명당 1만 5천 원 이상~3만 원 미만 어치를 자료구입비로 편성했습니다. 학생 1명당 20만 원 이상을 편성한 학교도 540곳(4.6%)으로 학교마다 편차가 컸습니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도서 1권은 평균 1만 6,420원이었는데요. 학생 1명당 자료구입비를 이보다도 적은 1만 5천 원 미만으로 편성한 학교는 전체의 18%가량 됐습니다. 학교 5곳 중 1곳은 학생 1명당 책 1권 살 만큼의 자료구입 예산도 배정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 "투자해야 더 읽어요"...학생 1명당 자료구입비 많을수록 대출권수도 많아

자료구입비를 많이 쓸수록 실제로 학생들의 도서 이용도 많아질까? 학생 1명당 자료구입비를 구간별로 나눠서 각각의 1명당 연간 대출권수를 산출해봤습니다. 이를 아래와 같이 그래프를 그려 두 지표 간 관계를 살펴보니, 1명당 자료구입비가 많은 학교에서 대출도 많이 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장 왼쪽, 1명당 자료구입비가 1만 5천 원 미만인 학교 학생들은 연간 17권 정도를 빌렸는데요. 5만 원을 넘는 학교에선 연간 30권 이상의 책을 빌렸고, 20만 원 이상인 학교에서는 학생 1명당 연간 40권 이상을 빌렸습니다.

이에 대해 이병기 교수는 “대체로 자료구입비가 많고 신간 자료 수집률이 높은 학교가 이용률이 높은 건 사실”이라며 “그만큼 학생 수요를 잘 반영해서 그때그때 정보 자료를 유통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교수는 이어 “수업시간에 학교도서관 자료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방향으로 구조를 바꿔야 학교도서관 이용도 활발해지고, 학교도서관의 존재 가치가 커질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학교도서관의 교육적 활용 방안을 제도적으로 구체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취재·작성: 윤지희 데이터 분석가
데이터 수집·분석: 윤지희, 이지연
인터랙티브 개발: 김명윤, 공민진
데이터 시각화: 권세라,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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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책의 날]⑧ 2억 8천만 번의 방문…‘좋은 책이 많이 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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