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③ 지자체 국제행사의 비밀

입력 2021.11.03 (00:06) 수정 2021.11.19 (15:2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요약

KBS 탐사보도부는 11월 2일부터 사흘 동안 10억 원 이상 국비가 들어가는 국제 행사에 대한 기획재정부 심사의 문제점을 6차례에 걸쳐 연속 보도했습니다. 이 기사는 6개 가운데 3번째로, 11월 2일 방송됐습니다.

[앵커]

10억 원이 넘는 국비가 들어가는 국제 규모의 문화행사나 박람회는 기획재정부의 심사를 받아서 열립니다.

예산이 낭비되지 않도록 기재부가 직접 국제행사들을 관리하는 건데요.

그런데 기재부 승인을 받은 국제행사를 직접 가보니 사실상 지역 축제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취재해온 탐사보도부 유호윤 기자와 자세한 내용 나눠보겠습니다.

유 기자, 먼저 어떤 국제행사를 다녀온거죠?

[기자]

저희가 다녀온 행사는 함양산삼항노화엑스포입니다.

9월 10일부터 한 달 동안 경남 함양에서 열렸습니다.

함양의 특산물이 바로 산양삼.

경상남도와 함양군이 산양삼과 항노화 산업을 주제로 국제산업엑스포를 연 겁니다.

삼양삼을 세계에 알리고 산양삼을 활용한 항노화 산업을 발전시키겠다는 행사의 취지입니다.

국제행사인 만큼 예산도 많이 들어갔어 국비 45억 원을 포함해 총 176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됐습니다.

[앵커]

국제 산업 박람회인데 정작 주제와 상관없는 전시가 있었다고요?

[기자]

산업 박람회니까 주제에 맞게 산양삼이나 항노화 산업이 중심이 돼야 하잖아요.

그런데 현장에 가보니 그런 것과 거리가 멀어보였습니다.

[구두 판매 업체/음성변조 : "엄청 편해. 밑에 자동차 타이어 소재라서 미끄럽지도 않고. 한번 신어보세요."]

항노화 산업을 오늘을 보여준다는 산업 교류관인데요.

전시장 내부에서 한 상인이 구두를 팔고 있습니다.

마사지기나 자세교정 의자 온열기까지 팔고 있었는데요.

전시 주제와는 사실 거리가 먼 제품들이죠.

함양 산양삼을 홍보하기 위한 전시관도 다녀왔는데요.

설명도 없이 유통기한도 지난 중국산 인삼 제품이 전시돼 있습니다.

[앵커]

참가하지도 않은 해외 기업 제품이 전시된 사실이 취재결과 확인됐죠?

[기자]

10억 원이 넘는 국비가 받는 국제행사는 지켜야 하는 기준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5개국 이상이 행사에 참여해야 하는 건데요.

주최 측은 이번에 11개 국가 29개 기업이 참여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전시 내용이 좀 허술해서 직접 전시 자료에 나와있는 해외기업 연락처로 연락해봤습니다.

[중국 A 업체 연락 시도 : "전화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 다시 확인 후 전화 주세요."]

[중국 B 업체 연락 시도 : "(여보세요 보건 제품 회사인가요?) 아닌데요. 잘못 거셨어요. (아, 죄송합니다. 회사는 맞나요?) 아닌데요. (가정집인가요?) 네."]

아예 없는 번호이거나 회사가 아니라 중국 가정집이었습니다.

한 중국 업체는 참가한적도 없고 제품도 보내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기업들은 메일을 보냈는데 한 업체가 참가한 적 없다는 답신을 보냈습니다.

그나마 중국 3개, 인도 1개 업체가 참가했다고 했지만 나머지는 연락이 안 되거나 답변이 없었습니다.

[앵커]

그럼 전시된 물건들은 누가 갖고 온 건가요?

[기자]

주최 측에 어떻게 된 건지 영문을 물어봤습니다.

일단 참가하지 않은 기업 제품이 전시된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다만 해외기업 섭외를 홍보 대행사에 맡겼는데 , 코로나 상황이라 해외 기업 섭외가 쉽지 않아 참가 안한 기업 제품을 전시하는 일이 발생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국비를 타내기 위해 기재부 국제행사 기준 5개국 참가를 어긴 가능성이 있는데요.

일각에서 감사원 감사를 통해 이러한 부분이 밝혀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앵커]

이번 행사가 사실 지역 축제처럼 진행될 거라는 우려가 이미 3년 전에 나왔다고요?

[기자]

기획재정부는 3년 전에 이 행사를 국제행사로 승인할지 말지를 심사했습니다.

이 단계에서 함양군의 역량 부족으로 행사가 자칫 지역 축제처럼 운영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우려가 나왔는데요.

그래도 기재부 국제행사 심사위원회는 이 행사를 국제행사로 승인했습니다.

[앵커]

탐사보도부에서 기재부 국제행사 관리 실태도 보도할 예정이라고요?

[기자]

탐사보도부는 모레까지 관련보도를 이어갈 계획입니다.

오늘은 우선 기재부 승인을 받은 국제행사가 어떻게 열리고 있는지 점검했는데요.

앞으로는 기재부가 국제행사를 심사하는 과정에서 문제는 없는지, 또 사후 평가는 제대로 하고 있는지 심층 보도할 예정입니다.

[연관 기사]
[탐사K]① 기재부가 승인한 176억 국제행사…초청 가수만 57명?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15498
[탐사K]② 참가 해외 기업 전화하니…“여기 중국 가정집이에요”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15513
[탐사K]③ 지자체 국제행사의 비밀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15664
[탐사K]④ 승인율 분석결과 91.4%…기재부 심사 어떻길래?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16504
[탐사K]⑤ 국제행사 사후평가…“스쳐 지나가는 요식행위”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16510
[탐사K]⑥ 유치전 뛰어든 ‘2030 부산세계박람회’ 경제성 평가 -9천억 원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17512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탐사K]③ 지자체 국제행사의 비밀
    • 입력 2021-11-03 00:06:25
    • 수정2021-11-19 15:25:46
    뉴스라인 W
KBS 탐사보도부는 11월 2일부터 사흘 동안 10억 원 이상 국비가 들어가는 국제 행사에 대한 기획재정부 심사의 문제점을 6차례에 걸쳐 연속 보도했습니다. 이 기사는 6개 가운데 3번째로, 11월 2일 방송됐습니다.
[앵커]

10억 원이 넘는 국비가 들어가는 국제 규모의 문화행사나 박람회는 기획재정부의 심사를 받아서 열립니다.

예산이 낭비되지 않도록 기재부가 직접 국제행사들을 관리하는 건데요.

그런데 기재부 승인을 받은 국제행사를 직접 가보니 사실상 지역 축제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취재해온 탐사보도부 유호윤 기자와 자세한 내용 나눠보겠습니다.

유 기자, 먼저 어떤 국제행사를 다녀온거죠?

[기자]

저희가 다녀온 행사는 함양산삼항노화엑스포입니다.

9월 10일부터 한 달 동안 경남 함양에서 열렸습니다.

함양의 특산물이 바로 산양삼.

경상남도와 함양군이 산양삼과 항노화 산업을 주제로 국제산업엑스포를 연 겁니다.

삼양삼을 세계에 알리고 산양삼을 활용한 항노화 산업을 발전시키겠다는 행사의 취지입니다.

국제행사인 만큼 예산도 많이 들어갔어 국비 45억 원을 포함해 총 176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됐습니다.

[앵커]

국제 산업 박람회인데 정작 주제와 상관없는 전시가 있었다고요?

[기자]

산업 박람회니까 주제에 맞게 산양삼이나 항노화 산업이 중심이 돼야 하잖아요.

그런데 현장에 가보니 그런 것과 거리가 멀어보였습니다.

[구두 판매 업체/음성변조 : "엄청 편해. 밑에 자동차 타이어 소재라서 미끄럽지도 않고. 한번 신어보세요."]

항노화 산업을 오늘을 보여준다는 산업 교류관인데요.

전시장 내부에서 한 상인이 구두를 팔고 있습니다.

마사지기나 자세교정 의자 온열기까지 팔고 있었는데요.

전시 주제와는 사실 거리가 먼 제품들이죠.

함양 산양삼을 홍보하기 위한 전시관도 다녀왔는데요.

설명도 없이 유통기한도 지난 중국산 인삼 제품이 전시돼 있습니다.

[앵커]

참가하지도 않은 해외 기업 제품이 전시된 사실이 취재결과 확인됐죠?

[기자]

10억 원이 넘는 국비가 받는 국제행사는 지켜야 하는 기준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5개국 이상이 행사에 참여해야 하는 건데요.

주최 측은 이번에 11개 국가 29개 기업이 참여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전시 내용이 좀 허술해서 직접 전시 자료에 나와있는 해외기업 연락처로 연락해봤습니다.

[중국 A 업체 연락 시도 : "전화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 다시 확인 후 전화 주세요."]

[중국 B 업체 연락 시도 : "(여보세요 보건 제품 회사인가요?) 아닌데요. 잘못 거셨어요. (아, 죄송합니다. 회사는 맞나요?) 아닌데요. (가정집인가요?) 네."]

아예 없는 번호이거나 회사가 아니라 중국 가정집이었습니다.

한 중국 업체는 참가한적도 없고 제품도 보내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기업들은 메일을 보냈는데 한 업체가 참가한 적 없다는 답신을 보냈습니다.

그나마 중국 3개, 인도 1개 업체가 참가했다고 했지만 나머지는 연락이 안 되거나 답변이 없었습니다.

[앵커]

그럼 전시된 물건들은 누가 갖고 온 건가요?

[기자]

주최 측에 어떻게 된 건지 영문을 물어봤습니다.

일단 참가하지 않은 기업 제품이 전시된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다만 해외기업 섭외를 홍보 대행사에 맡겼는데 , 코로나 상황이라 해외 기업 섭외가 쉽지 않아 참가 안한 기업 제품을 전시하는 일이 발생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국비를 타내기 위해 기재부 국제행사 기준 5개국 참가를 어긴 가능성이 있는데요.

일각에서 감사원 감사를 통해 이러한 부분이 밝혀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앵커]

이번 행사가 사실 지역 축제처럼 진행될 거라는 우려가 이미 3년 전에 나왔다고요?

[기자]

기획재정부는 3년 전에 이 행사를 국제행사로 승인할지 말지를 심사했습니다.

이 단계에서 함양군의 역량 부족으로 행사가 자칫 지역 축제처럼 운영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우려가 나왔는데요.

그래도 기재부 국제행사 심사위원회는 이 행사를 국제행사로 승인했습니다.

[앵커]

탐사보도부에서 기재부 국제행사 관리 실태도 보도할 예정이라고요?

[기자]

탐사보도부는 모레까지 관련보도를 이어갈 계획입니다.

오늘은 우선 기재부 승인을 받은 국제행사가 어떻게 열리고 있는지 점검했는데요.

앞으로는 기재부가 국제행사를 심사하는 과정에서 문제는 없는지, 또 사후 평가는 제대로 하고 있는지 심층 보도할 예정입니다.

[연관 기사]
[탐사K]① 기재부가 승인한 176억 국제행사…초청 가수만 57명?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15498
[탐사K]② 참가 해외 기업 전화하니…“여기 중국 가정집이에요”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15513
[탐사K]③ 지자체 국제행사의 비밀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15664
[탐사K]④ 승인율 분석결과 91.4%…기재부 심사 어떻길래?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16504
[탐사K]⑤ 국제행사 사후평가…“스쳐 지나가는 요식행위”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16510
[탐사K]⑥ 유치전 뛰어든 ‘2030 부산세계박람회’ 경제성 평가 -9천억 원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17512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