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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 아빠가 미안해”…제주 학원차 사고 유족의 절규
입력 2022.01.29 (07:00) 취재K
제주 어린이 통학버스 사망사고 피해 어린이 아버지가 KBS 취재진에게 보내온 글제주 어린이 통학버스 사망사고 피해 어린이 아버지가 KBS 취재진에게 보내온 글

저는 차도와 바퀴로 뭉개진 딸아이의 이마를 만지며 통곡했습니다.

비통합니다.

살아있을 때 조금 더 안아주고 사랑한다는 말을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가슴이 아팠습니다. 3일간 눈물 속에서 살았고, 지금이라도 딸아이가 달려올 것만 같아 아직도 집 앞을 서성입니다.

사망진단서에 교통사고로 표시되었습니다. 도저히 마음속으로 인정할 수 없습니다. 사고가 아니라 살인입니다. 학원 차량에서 선생님을 배치하지 않은 학원장이나, 차량을 급하게 출발시킨 차량 기사나 모두 용서할 수 없습니다.

또한 민주와 법치국가로 법령을 만들어놓기만 하고 실천하지 않는 정부 또한 살인자이고 방관자입니다.

이제 3월에 초등학교 3학년이 될 제 딸아이를 지켜주지 못한 내가 아빠 자격이 있는지, 학원 관계자나 정부는 과연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정말 이 세상을 제대로 살고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안전의식이 변하지 않는 사회, 형식적인 법령만 가진, 전혀 강제하지 않는 단속도 없는 껍데기만 가지고 실천 없는 정부. 어디에 내 아이의 생명을 돌려달라고 말해야 합니까.

누굴 탓하기 전에 제가 죽일 놈입니다. 딸아이의 목숨을 지켜주지 못한 아빠니까요. 정말 죽을 죄를 지었기에 어떠한 말도 할 수가 없습니다.

여동생이 피를 낭자하게 흘리며 쓰러져 있는 것을 본 오빠를, 저는 어떻게 보살펴야 할까요?

딸아이가 죽은 곳이 집 앞인데, 남은 우리 가족이 과연 여기에서 계속 살 수 있을까요?

아이의 오빠, 할머니, 엄마, 그리고 제가 이번 일을 잊을 수 있을까요?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제주 어린이 통학버스 사망사고' 유족의 동의를 받아, 피해 어린이 아버지가 취재진에게 보내온 글을 공개합니다.

9살 딸을 잃은 아버지는 힘겹게 KBS와의 통화에 응했습니다. 그는 "이런 일이 더는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심정을 취재진에게 밝혔습니다.

이번 사고는 지난 25일 제주시 연동의 한 도로에서 발생했습니다. 사고는 집 앞에서 일어났습니다.

아버지는 "통신실에 문제가 있어 건물 옥상에 올라간 사이 사고가 벌어졌다"고 울먹였습니다. 아버지는 아내의 전화를 받고 병원에 달려갔지만, 심폐소생술을 하는 의사밖에 바라볼 수 없었습니다.

그 뒤로 딸아이의 얼굴을 볼 수 없었습니다.

나중에 경찰로부터 사고 영상이 확보됐다는 이야길 들었지만, 아버지는 "도저히 살 수 없을 것 같아 딸아이의 마지막 모습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딸아이가 돌아오지 않을 건데. 분명 오지 않을 건데…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인생이 너무 허망하고…"

아버지는 통화 내내 딸아이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괴로움에, 자신을 '죄인'이라고 표현했습니다.

2013년 충북 청주에서 당시 3살이던 김세림 양이 통학차량에 치여 숨진 '세림이 사건'도 언급했습니다.

당시 이 사건을 계기로 13세 미만 어린이 통학차량에 동승자 탑승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이른바 '세림이법'이 시행됐지만, 이번 사고를 막진 못했습니다. 아버지는 세림이 사건을 언급하며 '실천할 수 있는 어른들이 모여 사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그런 사회에 살 수 있다면, 그나마 남은 인생을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아버지는 '너무 힘들어서, 서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힘들어서 앞으로 전화할 일은 없을 것 같다'는 말을 전하며 통화를 종료했습니다.

KBS 취재결과 이번 사고는 안전의식 부재와 동승자를 두지 않은 학원, 관계 기관의 허술한 법과 점검이 만든 '인재'로 드러났습니다. 어린이 통학버스 사망사고의 유족은 오늘도 자녀의 빈자리를 어루만지며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제주 어린이 통학버스 사망사고 관련 기사]
① 학원 차 내리던 9살 숨져…차에 보조교사 없었다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81701
② [단독] 제주 9살 어린이 사망사고 "서류엔 승하차 돕는 동승자 존재"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83007
③ [단독] 제주 9살 학원차 사망 사고 막을 수 없었나…곳곳 구멍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83612
④[단독] 제주 학원차 사고 운전자 "6년간 동승자 없었다"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83773
⑤ '3달간 보호자 동행했다'…교육청 허위 보고 의혹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84053
  • “딸아 아빠가 미안해”…제주 학원차 사고 유족의 절규
    • 입력 2022-01-29 07:00:04
    취재K
제주 어린이 통학버스 사망사고 피해 어린이 아버지가 KBS 취재진에게 보내온 글제주 어린이 통학버스 사망사고 피해 어린이 아버지가 KBS 취재진에게 보내온 글

저는 차도와 바퀴로 뭉개진 딸아이의 이마를 만지며 통곡했습니다.

비통합니다.

살아있을 때 조금 더 안아주고 사랑한다는 말을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가슴이 아팠습니다. 3일간 눈물 속에서 살았고, 지금이라도 딸아이가 달려올 것만 같아 아직도 집 앞을 서성입니다.

사망진단서에 교통사고로 표시되었습니다. 도저히 마음속으로 인정할 수 없습니다. 사고가 아니라 살인입니다. 학원 차량에서 선생님을 배치하지 않은 학원장이나, 차량을 급하게 출발시킨 차량 기사나 모두 용서할 수 없습니다.

또한 민주와 법치국가로 법령을 만들어놓기만 하고 실천하지 않는 정부 또한 살인자이고 방관자입니다.

이제 3월에 초등학교 3학년이 될 제 딸아이를 지켜주지 못한 내가 아빠 자격이 있는지, 학원 관계자나 정부는 과연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정말 이 세상을 제대로 살고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안전의식이 변하지 않는 사회, 형식적인 법령만 가진, 전혀 강제하지 않는 단속도 없는 껍데기만 가지고 실천 없는 정부. 어디에 내 아이의 생명을 돌려달라고 말해야 합니까.

누굴 탓하기 전에 제가 죽일 놈입니다. 딸아이의 목숨을 지켜주지 못한 아빠니까요. 정말 죽을 죄를 지었기에 어떠한 말도 할 수가 없습니다.

여동생이 피를 낭자하게 흘리며 쓰러져 있는 것을 본 오빠를, 저는 어떻게 보살펴야 할까요?

딸아이가 죽은 곳이 집 앞인데, 남은 우리 가족이 과연 여기에서 계속 살 수 있을까요?

아이의 오빠, 할머니, 엄마, 그리고 제가 이번 일을 잊을 수 있을까요?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제주 어린이 통학버스 사망사고' 유족의 동의를 받아, 피해 어린이 아버지가 취재진에게 보내온 글을 공개합니다.

9살 딸을 잃은 아버지는 힘겹게 KBS와의 통화에 응했습니다. 그는 "이런 일이 더는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심정을 취재진에게 밝혔습니다.

이번 사고는 지난 25일 제주시 연동의 한 도로에서 발생했습니다. 사고는 집 앞에서 일어났습니다.

아버지는 "통신실에 문제가 있어 건물 옥상에 올라간 사이 사고가 벌어졌다"고 울먹였습니다. 아버지는 아내의 전화를 받고 병원에 달려갔지만, 심폐소생술을 하는 의사밖에 바라볼 수 없었습니다.

그 뒤로 딸아이의 얼굴을 볼 수 없었습니다.

나중에 경찰로부터 사고 영상이 확보됐다는 이야길 들었지만, 아버지는 "도저히 살 수 없을 것 같아 딸아이의 마지막 모습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딸아이가 돌아오지 않을 건데. 분명 오지 않을 건데…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인생이 너무 허망하고…"

아버지는 통화 내내 딸아이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괴로움에, 자신을 '죄인'이라고 표현했습니다.

2013년 충북 청주에서 당시 3살이던 김세림 양이 통학차량에 치여 숨진 '세림이 사건'도 언급했습니다.

당시 이 사건을 계기로 13세 미만 어린이 통학차량에 동승자 탑승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이른바 '세림이법'이 시행됐지만, 이번 사고를 막진 못했습니다. 아버지는 세림이 사건을 언급하며 '실천할 수 있는 어른들이 모여 사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그런 사회에 살 수 있다면, 그나마 남은 인생을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아버지는 '너무 힘들어서, 서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힘들어서 앞으로 전화할 일은 없을 것 같다'는 말을 전하며 통화를 종료했습니다.

KBS 취재결과 이번 사고는 안전의식 부재와 동승자를 두지 않은 학원, 관계 기관의 허술한 법과 점검이 만든 '인재'로 드러났습니다. 어린이 통학버스 사망사고의 유족은 오늘도 자녀의 빈자리를 어루만지며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제주 어린이 통학버스 사망사고 관련 기사]
① 학원 차 내리던 9살 숨져…차에 보조교사 없었다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81701
② [단독] 제주 9살 어린이 사망사고 "서류엔 승하차 돕는 동승자 존재"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83007
③ [단독] 제주 9살 학원차 사망 사고 막을 수 없었나…곳곳 구멍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83612
④[단독] 제주 학원차 사고 운전자 "6년간 동승자 없었다"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83773
⑤ '3달간 보호자 동행했다'…교육청 허위 보고 의혹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84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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