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회사는 망하지 않는다]② 대대손손 상속되는 ‘노선 면허권’에 개선도 쉽지 않아

입력 2022.02.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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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버스는 기본적으로 승객의 요금을 받아 운영됩니다. 하지만 공공재 성격이 있는 만큼, 상당한 액수의 세금 지원도 들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지방 소도시나 산간 벽지 등 버스요금만으로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노선을 유지하기 위해, 지자체의 보조금 지원이 불가피한 면이 있습니다. 문제는, 보조금은 계속 늘어나는데 그게 제대로 쓰여지는지 감시할 체제가 미흡하다는 것입니다.

또 공공재 성격의 버스 사업이 민간 사업으로 운영되면서도, 경쟁 구도가 불가능한 구조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바로 상속까지 가능한 독점적 '노선 면허권' 때문입니다.

■대대손손 물려줄 수 있는 '노선 면허권'

시내버스에 세금으로 지원되는 보조금은 얼마나 될까요?

KBS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경북 모든 시군의 시내버스 보조금 내역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경북 전체 버스 회사에 책정된 보조금 총액은 1,720억 원. 버스 한 대당 1억1,500만원 씩 지원된 셈입니다.

버스회사는 승객 감소나 벽지 노선 운영 등 각종 적자 요인을 두고 지자체에 보조금을 요구합니다.

그 요구가 계속 늘면서, 한 대당 지원금도 1억 원을 넘어선 겁니다.

그렇다면 지자체는 왜 시내버스 회사의 지원금 요구를 다 들어줄까요?

그 절대 명분, 전가의 보도는 바로 ‘교통 복지’입니다.

버스회사가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특정 노선을 폐지해버린다면 피해는 그 노선을 이용해야만 하는 지역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갑니다.

때문에 지자체들와 시내버스 회사의 협상에선, 언제나 회사가 유리한 입장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근본적인 의문이 생깁니다.

A 회사가 적자를 이유로 특정 노선을 운영하지 않겠다고 나선다면, B 회사를 참여시키면 되지 않을까? 그럼 경쟁도 되고, 지원금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버스 노선을 새로 그려 수익을 조금 더 늘려줄 수 있지 않을까?

이 질문에 대답이 쉽지 않은 건 '노선 면허권' 때문입니다.

시내버스 회사가 자치단체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근거는 특정 노선을 운행할 수 있는 노선 면허권입니다.

상당수 시군에서는 시내버스 개통 초기부터 특정 업체들이 노선 면허권을 취득해 독점하고 있습니다.

면허 만료 기간도 없어 한 번 확보하면 상속도 가능한데, 버스회사는 이 면허권을 무기로 지자체와의 보조금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들은 우리나라의 이러한 제도에 대해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왔습니다.

민만기 녹색교통 공동 대표는 "과거 판례 때문에 면허권은 사유 재산처럼 여겨져 할아버지가 면허권을 받았으면 아버지, 아들, 그 손자까지 상속이 가능하다"라며 "적자는 다 공공(자치단체)이 보조를 해주니까 경영 개선을 신경쓰지도 않고, 비효율이 굉장히 많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지방 도시엔 개선 한계도…"대체수단 확대해야"


앞서 언급한 노선 독점 문제 때문에 새로 생기는 노선에선 만료 기간을 정한 한정 면허를 부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지방 중소도시에선 이마저도 뾰족한 대책이 되지 못합니다.

유정훈 교수(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는 "농어촌 지역은 새로운 택지개발 사업들이 잘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신규 노선을 한정면허로 발급하는 사례는 그리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고 분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경쟁력 있는 노선은 유지하되, 보조금 비중이 큰 벽지 노선에선 수요응답형 버스나 택시 등 대체 수단을 투입시키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합니다.

무작정 벽지 노선 손실금을 지원해주느니, 뭔가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는 겁니다.

윤대식 교수(영남대 도시공학과 명예교수)는 "농어촌 지역에선 버스가 보조금 투입 대비 효율성이 많이 떨어집니다.

노선과 배차 간격이 고정된 일반 버스를 투입하는 것보다는 콜택시 등과 같은 수요 응답형 교통수단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문제를 다소 완화하려는 방안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지방 중소 도시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라는 거시적 변화에 처해 있습니다.

이 흐름 속에서 시내버스 보조금은 매년 더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경쟁을 통한 효율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교통복지도 실현할 수 있는, 두 가치 사이에서 최적의 접점을 찾기 위한 근본적인 방안 모색이 절실합니다.

[연관기사]
[세금으로 굴러가는 ‘시민의 발’]① 버스 보조금 느는데, 경영진 급여만 증가?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80003
[세금으로 굴러가는 ‘시민의 발’]② ‘한 도시, 한 회사’ 버스 독과점 논란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81265
[세금으로 굴러가는 ‘시민의 발’]③ “버스회사가 ‘갑’” 보조금 의존 경영 심화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82147
[세금으로 굴러가는 ‘시민의 발’]④ ‘노선 면허권’ 독점이 원인…“대체수단 확대해야”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83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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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스회사는 망하지 않는다]② 대대손손 상속되는 ‘노선 면허권’에 개선도 쉽지 않아
    • 입력 2022-02-01 09:00:31
    취재K

시내버스는 기본적으로 승객의 요금을 받아 운영됩니다. 하지만 공공재 성격이 있는 만큼, 상당한 액수의 세금 지원도 들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지방 소도시나 산간 벽지 등 버스요금만으로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노선을 유지하기 위해, 지자체의 보조금 지원이 불가피한 면이 있습니다. 문제는, 보조금은 계속 늘어나는데 그게 제대로 쓰여지는지 감시할 체제가 미흡하다는 것입니다.

또 공공재 성격의 버스 사업이 민간 사업으로 운영되면서도, 경쟁 구도가 불가능한 구조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바로 상속까지 가능한 독점적 '노선 면허권' 때문입니다.

■대대손손 물려줄 수 있는 '노선 면허권'

시내버스에 세금으로 지원되는 보조금은 얼마나 될까요?

KBS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경북 모든 시군의 시내버스 보조금 내역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경북 전체 버스 회사에 책정된 보조금 총액은 1,720억 원. 버스 한 대당 1억1,500만원 씩 지원된 셈입니다.

버스회사는 승객 감소나 벽지 노선 운영 등 각종 적자 요인을 두고 지자체에 보조금을 요구합니다.

그 요구가 계속 늘면서, 한 대당 지원금도 1억 원을 넘어선 겁니다.

그렇다면 지자체는 왜 시내버스 회사의 지원금 요구를 다 들어줄까요?

그 절대 명분, 전가의 보도는 바로 ‘교통 복지’입니다.

버스회사가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특정 노선을 폐지해버린다면 피해는 그 노선을 이용해야만 하는 지역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갑니다.

때문에 지자체들와 시내버스 회사의 협상에선, 언제나 회사가 유리한 입장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근본적인 의문이 생깁니다.

A 회사가 적자를 이유로 특정 노선을 운영하지 않겠다고 나선다면, B 회사를 참여시키면 되지 않을까? 그럼 경쟁도 되고, 지원금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버스 노선을 새로 그려 수익을 조금 더 늘려줄 수 있지 않을까?

이 질문에 대답이 쉽지 않은 건 '노선 면허권' 때문입니다.

시내버스 회사가 자치단체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근거는 특정 노선을 운행할 수 있는 노선 면허권입니다.

상당수 시군에서는 시내버스 개통 초기부터 특정 업체들이 노선 면허권을 취득해 독점하고 있습니다.

면허 만료 기간도 없어 한 번 확보하면 상속도 가능한데, 버스회사는 이 면허권을 무기로 지자체와의 보조금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들은 우리나라의 이러한 제도에 대해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왔습니다.

민만기 녹색교통 공동 대표는 "과거 판례 때문에 면허권은 사유 재산처럼 여겨져 할아버지가 면허권을 받았으면 아버지, 아들, 그 손자까지 상속이 가능하다"라며 "적자는 다 공공(자치단체)이 보조를 해주니까 경영 개선을 신경쓰지도 않고, 비효율이 굉장히 많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지방 도시엔 개선 한계도…"대체수단 확대해야"


앞서 언급한 노선 독점 문제 때문에 새로 생기는 노선에선 만료 기간을 정한 한정 면허를 부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지방 중소도시에선 이마저도 뾰족한 대책이 되지 못합니다.

유정훈 교수(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는 "농어촌 지역은 새로운 택지개발 사업들이 잘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신규 노선을 한정면허로 발급하는 사례는 그리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고 분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경쟁력 있는 노선은 유지하되, 보조금 비중이 큰 벽지 노선에선 수요응답형 버스나 택시 등 대체 수단을 투입시키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합니다.

무작정 벽지 노선 손실금을 지원해주느니, 뭔가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는 겁니다.

윤대식 교수(영남대 도시공학과 명예교수)는 "농어촌 지역에선 버스가 보조금 투입 대비 효율성이 많이 떨어집니다.

노선과 배차 간격이 고정된 일반 버스를 투입하는 것보다는 콜택시 등과 같은 수요 응답형 교통수단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문제를 다소 완화하려는 방안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지방 중소 도시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라는 거시적 변화에 처해 있습니다.

이 흐름 속에서 시내버스 보조금은 매년 더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경쟁을 통한 효율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교통복지도 실현할 수 있는, 두 가치 사이에서 최적의 접점을 찾기 위한 근본적인 방안 모색이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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