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해킹]② 해킹 막는 ‘홈게이트웨이’…건설·제조사, 말로만 “있다”

입력 2022.04.23 (07:00) 수정 2022.05.06 (16:2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요약

지난해 말 국내 아파트 거실 모습이 몰래 촬영된 영상이 해외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아파트 ‘월패드 해킹 의혹’이 부각됐습니다. KBS는 다각도로 취재한 결과, 아파트 해킹이 구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었으며 언제든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관련 기준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기 때문인데 그 실태를 연속으로 보도합니다.

시리즈 목차
[아파트 해킹]① 월패드 해킹 언제든 또 뚫린다!…“필수 설비 수년간 누락”
[아파트 해킹]② 해킹 막는 ‘홈게이트웨이’…건설·제조사, 말로만 “있다”
[아파트 해킹]③ 내집 홈게이트웨이 어디에?…“3가지만 보세요”


■ '홈게이트웨이' 통신단자함에 없는데…월패드 안에 넣었다?

거실에 월패드가 설치된 아파트라면 관련 고시에 따라 '홈게이트웨이'가 반드시 시공돼 있어야 합니다. 해킹을 막을 수 있는 장치인 데다 법적 필수 설비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취재진이 현장을 찾은 여러 아파트의 집안 통신단자함에는 이 필수 설비를 볼 수 없었습니다.

해당 건설사들은 취재진에게 하나같이 "월패드 안에 들어가 있다"고 답했습니다. 월패드 제조업체들도 같은 대답을 내놨습니다. 그래서 취재진도 주민들도 눈으로는 확인할 수 없다는 겁니다.

이는 법적으로 틀린 말은 아닙니다. 아래와 같은 단서 조항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단서 조항대로 홈게이트웨이는 월패드 안에 제대로 설치돼 있을까요?

취재진은 건설사와 제조사에 이에 대한 증명을 요청했고 해당 업체는 두 가지 인증서를 보내왔습니다. ' KC 인증서' 그리고 ' 사물인터넷 보안 인증서'입니다.

해당 업체 외에도 상당수 월패드 제조사와 건설사들이 이 두 인증서를 '홈게이트웨이'에 대한 입증 근거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 인증서가 '홈게이트웨이'를 보장하는 것일까요?

취재 결과 한국전파연구원이 발행한 KC 인증서는 전자파의 유해성 여부에 대한 시험과 인증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능형 홈네트워크의 호환성과 보안성(=홈게이트웨이)을 담보하지 않는 겁니다.

한국인터넷진흥원 역시 해당 인증서는 홈게이트웨이가 있다는 내용의 인증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 없는데 있는 척…제조사·건설사의 '새빨간 거짓말'

그렇다면 홈게이트웨이를 확인할 수 있는 인증서는 없는 걸까요?

관련 고시 제13조(기기인증)에 따르면, 홈게이트웨이는 한국산업표준(KS)를 우선 적용받고 이에 맞는 인증과 시험 규격을 갖춘 시험성적서를 받은 제품만 설치할 수 있습니다.

이 시험을 수행하고 성적서를 발행하는 기관은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산하 정보통신시험인증연구소입니다. 정부로부터 공식적으로 수임을 받은 지정 기관입니다.


취재진은 이를 근거로 TTA 성적서에 대해 제조사 등에 요구했습니다. 그러자 건설사와 월패드 제조사는 말을 바꾸기 시작합니다.

A 월패드 제조사 관계자
"저희는 월패드 기능만 인증을... IP변환이나 이런 큰 장비(홈게이트웨이)같은 것들은 세대에 안 들어가 있는 것으로 압니다."

B 건설사 관계자
" 저희도 상황이 똑같을 것 같습니다."

KBS가 취재한 대기업 건설사와 같은 계열사의 월패드 제조사, 이들은 통신단자함에 홈게이트웨이를 설치하지 않았습니다. 월패드 안에 있다는 말은 결국 거짓말이었습니다.

■ 어디에도 없는 '홈게이트웨이 내장형 월패드'… 'TTA' 시험성적 '0'건

다른 10여 개 제조업체에서 만든 월패드는 혹시 홈게이트웨이가 들어가 있는 제품이 있지 않을까? 취재진은 '홈게이트 내장형 월패드'로 시험받은 제품이나 제조사가 있는지 TTA측에 물었습니다. 이에 TTA는 시험을 시작한 이래 현재까지 그러한 제품은 한 개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김동호 단장(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정보통신시험인증연구소)
"제조사들이 '홈게이트웨이 내장형 월패드'라는 제품명을 임의대로 쓰고 있지만, 홈게이트웨이도 되고 월패드도 된다고 하면 TTA에서 홈게이트웨이 시험도 통과하고 월패드 시험도 각각 통과해야 합니다. 근데 지금까지는 그렇게 시험성적서를 받아간 곳은 없습니다."

결국, 이름만 '홈게이트웨이 내장형 월패드'가 셀 수 없이 많은 아파트에 설치되는 사이, 보호받아야 할 집안의 사생활은 해킹 위험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연관 기사]
[아파트 해킹]① 월패드 해킹 언제든 또 뚫린다!…“필수 설비 수년간 누락”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46629
[아파트 해킹]② 해킹 막는 ‘홈게이트웨이’…건설·제조사, 말로만 “있다”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47123
[아파트 해킹]③ 내 집 홈게이트웨이는 어디에?…“3가지만 보세요”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47390
[아파트 해킹]④ “필수인 것 몰랐다”더니…10년간 회의만 최소 9차례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48022
[아파트 해킹]⑤ 감리도 준공승인도 ‘10년 넘게 통과’…어떻게 가능했나?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48702
[아파트 해킹]⑥ “우리 집도 없어요”…건설사·제조사에 문의 빗발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51994
[아파트 해킹]⑦ “홈게이트웨이 누락엔 과기부도 한몫”…바로잡을 기회 스스로 찼다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57243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아파트 해킹]② 해킹 막는 ‘홈게이트웨이’…건설·제조사, 말로만 “있다”
    • 입력 2022-04-23 07:00:16
    • 수정2022-05-06 16:28:23
    취재K
<strong>지난해 말 국내 아파트 거실 모습이 몰래 촬영된 영상이 해외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아파트 ‘월패드 해킹 의혹’이 부각됐습니다. KBS는 다각도로 취재한 결과, 아파트 해킹이 구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었으며 언제든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관련 기준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기 때문인데 그 실태를 연속으로 보도합니다.</strong><br /><br />시리즈 목차<br />[아파트 해킹]① 월패드 해킹 언제든 또 뚫린다!…“필수 설비 수년간 누락”<br /><strong>[아파트 해킹]② 해킹 막는 ‘홈게이트웨이’…건설·제조사, 말로만 “있다”</strong><br />[아파트 해킹]③ 내집 홈게이트웨이 어디에?…“3가지만 보세요”

■ '홈게이트웨이' 통신단자함에 없는데…월패드 안에 넣었다?

거실에 월패드가 설치된 아파트라면 관련 고시에 따라 '홈게이트웨이'가 반드시 시공돼 있어야 합니다. 해킹을 막을 수 있는 장치인 데다 법적 필수 설비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취재진이 현장을 찾은 여러 아파트의 집안 통신단자함에는 이 필수 설비를 볼 수 없었습니다.

해당 건설사들은 취재진에게 하나같이 "월패드 안에 들어가 있다"고 답했습니다. 월패드 제조업체들도 같은 대답을 내놨습니다. 그래서 취재진도 주민들도 눈으로는 확인할 수 없다는 겁니다.

이는 법적으로 틀린 말은 아닙니다. 아래와 같은 단서 조항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단서 조항대로 홈게이트웨이는 월패드 안에 제대로 설치돼 있을까요?

취재진은 건설사와 제조사에 이에 대한 증명을 요청했고 해당 업체는 두 가지 인증서를 보내왔습니다. ' KC 인증서' 그리고 ' 사물인터넷 보안 인증서'입니다.

해당 업체 외에도 상당수 월패드 제조사와 건설사들이 이 두 인증서를 '홈게이트웨이'에 대한 입증 근거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 인증서가 '홈게이트웨이'를 보장하는 것일까요?

취재 결과 한국전파연구원이 발행한 KC 인증서는 전자파의 유해성 여부에 대한 시험과 인증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능형 홈네트워크의 호환성과 보안성(=홈게이트웨이)을 담보하지 않는 겁니다.

한국인터넷진흥원 역시 해당 인증서는 홈게이트웨이가 있다는 내용의 인증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 없는데 있는 척…제조사·건설사의 '새빨간 거짓말'

그렇다면 홈게이트웨이를 확인할 수 있는 인증서는 없는 걸까요?

관련 고시 제13조(기기인증)에 따르면, 홈게이트웨이는 한국산업표준(KS)를 우선 적용받고 이에 맞는 인증과 시험 규격을 갖춘 시험성적서를 받은 제품만 설치할 수 있습니다.

이 시험을 수행하고 성적서를 발행하는 기관은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산하 정보통신시험인증연구소입니다. 정부로부터 공식적으로 수임을 받은 지정 기관입니다.


취재진은 이를 근거로 TTA 성적서에 대해 제조사 등에 요구했습니다. 그러자 건설사와 월패드 제조사는 말을 바꾸기 시작합니다.

A 월패드 제조사 관계자
"저희는 월패드 기능만 인증을... IP변환이나 이런 큰 장비(홈게이트웨이)같은 것들은 세대에 안 들어가 있는 것으로 압니다."

B 건설사 관계자
" 저희도 상황이 똑같을 것 같습니다."

KBS가 취재한 대기업 건설사와 같은 계열사의 월패드 제조사, 이들은 통신단자함에 홈게이트웨이를 설치하지 않았습니다. 월패드 안에 있다는 말은 결국 거짓말이었습니다.

■ 어디에도 없는 '홈게이트웨이 내장형 월패드'… 'TTA' 시험성적 '0'건

다른 10여 개 제조업체에서 만든 월패드는 혹시 홈게이트웨이가 들어가 있는 제품이 있지 않을까? 취재진은 '홈게이트 내장형 월패드'로 시험받은 제품이나 제조사가 있는지 TTA측에 물었습니다. 이에 TTA는 시험을 시작한 이래 현재까지 그러한 제품은 한 개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김동호 단장(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정보통신시험인증연구소)
"제조사들이 '홈게이트웨이 내장형 월패드'라는 제품명을 임의대로 쓰고 있지만, 홈게이트웨이도 되고 월패드도 된다고 하면 TTA에서 홈게이트웨이 시험도 통과하고 월패드 시험도 각각 통과해야 합니다. 근데 지금까지는 그렇게 시험성적서를 받아간 곳은 없습니다."

결국, 이름만 '홈게이트웨이 내장형 월패드'가 셀 수 없이 많은 아파트에 설치되는 사이, 보호받아야 할 집안의 사생활은 해킹 위험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연관 기사]
[아파트 해킹]① 월패드 해킹 언제든 또 뚫린다!…“필수 설비 수년간 누락”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46629
[아파트 해킹]② 해킹 막는 ‘홈게이트웨이’…건설·제조사, 말로만 “있다”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47123
[아파트 해킹]③ 내 집 홈게이트웨이는 어디에?…“3가지만 보세요”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47390
[아파트 해킹]④ “필수인 것 몰랐다”더니…10년간 회의만 최소 9차례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48022
[아파트 해킹]⑤ 감리도 준공승인도 ‘10년 넘게 통과’…어떻게 가능했나?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48702
[아파트 해킹]⑥ “우리 집도 없어요”…건설사·제조사에 문의 빗발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51994
[아파트 해킹]⑦ “홈게이트웨이 누락엔 과기부도 한몫”…바로잡을 기회 스스로 찼다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57243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