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해킹]④ “필수인 것 몰랐다”더니…10년간 회의만 최소 9차례

입력 2022.04.25 (11:23) 수정 2022.05.06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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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지난해 말 국내 아파트 거실 모습이 몰래 촬영된 영상이 해외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아파트 '월패드 해킹 의혹'이 부각됐습니다. KBS는 다각도로 취재한 결과, 아파트 해킹이 구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었으며 언제든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관련 기준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기 때문인데 그 실태를 연속으로 보도합니다.

시리즈 목차
[아파트 해킹①]월패드 해킹 언제든 또 뚫린다!…"필수 설비 수년간 누락"
[아파트 해킹②] 해킹 막는 '홈게이트웨이'…건설·제조사, 말로만 "있다"
[아파트 해킹③] 내 집 홈게이트웨이 어디에?…"세 가지만 보세요"
[아파트 해킹④] "필수인 것 몰랐다"더니… 10년간 회의만 최소 9차례
[아파트 해킹⑤] 감리도 준공승인도 '10년 넘게 통과'…어떻게 가능했나?
[아파트 해킹⑥] 아파트 카페마다 "우리 집도 없어요"…관리실 방화벽 있으니 괜찮다?


■ 월패드 안에 홈게이트웨이 없는 것 시인했지만…"몰라서 그랬다"

세대 안 통신단자함에 홈게이트웨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 아파트들. 해당 건설사와 월패드를 납품한 제조사들은 하나같이 "월패드 안에 홈게이트웨이가 들어가 있어서 필요 없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이들 업체는 홈게이트웨이가 있음을 공식적으로 입증할 인증서를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홈게이트웨이는 법적 필수 설비로 아래와 같은 사양을 충족해야 합니다. 단순히 랜 허브 기능만으로 홈게이트웨이가 있다고 할 수 없는 겁니다.


KBS의 지적이 있고서야 월패드 제조사와 건설사들은 월패드 안에 이러한 법적 규격을 갖춘 홈게이트웨이가 없으며 월패드 안에 NAT기능 또한 갖추지 않고 있음을 시인했습니다.

제조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홈게이트웨이가 법적 필수 설비며 산업표준을 충족한 것만 설치해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입장을 계속해서 고수했습니다. 즉, 규정을 몰라서 일어난 일이라고 주장을 되풀이한 겁니다.


■ KS표준 제정 당시 제조사 다수 참여…이후도 계속 검토

취재진은 '단순한 과실'이라는 이들의 주장이 정말 맞는지 확인했습니다. 2009년 '지능형 홈네트워크 설비 기술 기준'이 제정된 이후 얼마 되지 않아 해당 기기들에 대한 기술표준이 만들어집니다.

KS표준은 모든 기기들이 일정 성능과 규격, 요건 등을 갖추도록 표준화함으로써 생산효율과 기술을 향상시키고 수출 등에 있어서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데 목적이 있습니다.

또, 산업표준에 따라 만들어진 제품은 제조사 관계없이 상호호환이 가능해 A제품이 단종되거나 가격이 오르더라도 B제품으로 쉽게 교체가 가능합니다. 소비자 선택권을 보장하는 효과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렇게 중요한 의미가 있는 KS표준. 취재진이 확보한 문서에는 이를 만드는 산업표준심의회에 월패드 제조사 같은 홈네트워크 업계가 다수 참여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당시 산업표준심의회를 보면, 원안 작성 협력 기관으로 '지능형 홈네트워크 표준 및 인증 위원회'에 다수의 제조사들이 포함돼 있습니다. 이들 제조사는 현재 월패드와 홈게이트웨이 등 지능형 홈네트워크 시장을 거의 주도하고 있습니다.

KBS는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관련 산업표준심의회 KS표준 원문을 공개합니다. 해당 문서를 열람하면 당시 참여했던 월패드 등 홈네트워크 제조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원문 출처 링크] KSIC 표준정보 포털서비스 'e나라표준인증'(아웃링크는 KBS뉴스 홈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지능형 홈네트워크용 홈게이트웨이 [KS X 4504]
지능형 홈네트워크용 월패드 [KS X 4503]
지능형 홈네트워크용 단지서버 프로토콜 — 홈게이트웨이/월패드 프로파일 [KS X 4505-2]

■ KS표준 원안부터 만들고 수시로 검토했는데 "몰랐다"?

이들 업계가 산업표준을 제정하고 이후에도 재개정이 필요할 때마다 다시 한 번씩 검토하기 위해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참여한 횟수는 취재진이 파악한 것만 아홉 차례입니다. 참여자가 달랐지만 같은 날 열렸다면 한 차례로 계산하는 등 최대한 보수적으로 잡은 횟수입니다.

국가표준을 만드는 책임기관인 국가표준원는 산업표준심의회와 KS표준 제정에 대한 절차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혔습니다.

국가표준원 관계자 :
"KB표준을 만들기 위해서 참여자들은 당연히 이를 열심히 검토해 제정을 하고요. 실제로 기록에도 나오지만 수시로 모여서 논의합니다. 이후 5년마다 혹시 재개정이 필요할 사항이 있으면 또 한 번씩 검토하는 식으로 현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해당 KS표준을 보면 홈게이트웨이가 필요로 하는 성능과 기능상의 요건, 갖춰야 하는 규격 등이 상세히 기술돼 있습니다. 지능형 홈네트워크에 홈게이트웨이가 왜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나와 있습니다. 이러한 표준을 만드는 데 월패드 등 홈넷 제조사들은 원안부터 깊이 참여했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지키지 않은 겁니다.

"월패드 안에 홈게이트웨이를 넣어서 설치했다"고 말했다가 "설치해야 하는지 몰랐다"고 말을 바꾼 제조사들. 단순 과실이라고 주장하지만 '고의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기록에 대해 제조사들은 또 어떤 답을 내놓을까요?

[연관 기사]
[아파트 해킹]① 월패드 해킹 언제든 또 뚫린다!…“필수 설비 수년간 누락”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46629
[아파트 해킹]② 해킹 막는 ‘홈게이트웨이’…건설·제조사, 말로만 “있다”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47123
[아파트 해킹]③ 내 집 홈게이트웨이는 어디에?…“3가지만 보세요”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47390
[아파트 해킹]④ “필수인 것 몰랐다”더니…10년간 회의만 최소 9차례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48022
[아파트 해킹]⑤ 감리도 준공승인도 ‘10년 넘게 통과’…어떻게 가능했나?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48702
[아파트 해킹]⑥ “우리 집도 없어요”…건설사·제조사에 문의 빗발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51994
[아파트 해킹]⑦ “홈게이트웨이 누락엔 과기부도 한몫”…바로잡을 기회 스스로 찼다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57243

(인포그래픽 :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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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파트 해킹]④ “필수인 것 몰랐다”더니…10년간 회의만 최소 9차례
    • 입력 2022-04-25 11:23:45
    • 수정2022-05-06 16:27:58
    취재K
<strong>지난해 말 국내 아파트 거실 모습이 몰래 촬영된 영상이 해외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아파트 '월패드 해킹 의혹'이 부각됐습니다. KBS는 다각도로 취재한 결과, 아파트 해킹이 구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었으며 언제든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관련 기준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기 때문인데 그 실태를 연속으로 보도합니다.</strong><br /><br />시리즈 목차<br />[아파트 해킹①]월패드 해킹 언제든 또 뚫린다!…"필수 설비 수년간 누락"<br />[아파트 해킹②] 해킹 막는 '홈게이트웨이'…건설·제조사, 말로만 "있다"<br />[아파트 해킹③] 내 집 홈게이트웨이 어디에?…"세 가지만 보세요"<br /><strong>[아파트 해킹④] "필수인 것 몰랐다"더니… 10년간 회의만 최소 9차례</strong><br />[아파트 해킹⑤] 감리도 준공승인도 '10년 넘게 통과'…어떻게 가능했나?<br />[아파트 해킹⑥] 아파트 카페마다 "우리 집도 없어요"…관리실 방화벽 있으니 괜찮다?

■ 월패드 안에 홈게이트웨이 없는 것 시인했지만…"몰라서 그랬다"

세대 안 통신단자함에 홈게이트웨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 아파트들. 해당 건설사와 월패드를 납품한 제조사들은 하나같이 "월패드 안에 홈게이트웨이가 들어가 있어서 필요 없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이들 업체는 홈게이트웨이가 있음을 공식적으로 입증할 인증서를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홈게이트웨이는 법적 필수 설비로 아래와 같은 사양을 충족해야 합니다. 단순히 랜 허브 기능만으로 홈게이트웨이가 있다고 할 수 없는 겁니다.


KBS의 지적이 있고서야 월패드 제조사와 건설사들은 월패드 안에 이러한 법적 규격을 갖춘 홈게이트웨이가 없으며 월패드 안에 NAT기능 또한 갖추지 않고 있음을 시인했습니다.

제조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홈게이트웨이가 법적 필수 설비며 산업표준을 충족한 것만 설치해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입장을 계속해서 고수했습니다. 즉, 규정을 몰라서 일어난 일이라고 주장을 되풀이한 겁니다.


■ KS표준 제정 당시 제조사 다수 참여…이후도 계속 검토

취재진은 '단순한 과실'이라는 이들의 주장이 정말 맞는지 확인했습니다. 2009년 '지능형 홈네트워크 설비 기술 기준'이 제정된 이후 얼마 되지 않아 해당 기기들에 대한 기술표준이 만들어집니다.

KS표준은 모든 기기들이 일정 성능과 규격, 요건 등을 갖추도록 표준화함으로써 생산효율과 기술을 향상시키고 수출 등에 있어서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데 목적이 있습니다.

또, 산업표준에 따라 만들어진 제품은 제조사 관계없이 상호호환이 가능해 A제품이 단종되거나 가격이 오르더라도 B제품으로 쉽게 교체가 가능합니다. 소비자 선택권을 보장하는 효과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렇게 중요한 의미가 있는 KS표준. 취재진이 확보한 문서에는 이를 만드는 산업표준심의회에 월패드 제조사 같은 홈네트워크 업계가 다수 참여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당시 산업표준심의회를 보면, 원안 작성 협력 기관으로 '지능형 홈네트워크 표준 및 인증 위원회'에 다수의 제조사들이 포함돼 있습니다. 이들 제조사는 현재 월패드와 홈게이트웨이 등 지능형 홈네트워크 시장을 거의 주도하고 있습니다.

KBS는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관련 산업표준심의회 KS표준 원문을 공개합니다. 해당 문서를 열람하면 당시 참여했던 월패드 등 홈네트워크 제조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원문 출처 링크] KSIC 표준정보 포털서비스 'e나라표준인증'(아웃링크는 KBS뉴스 홈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지능형 홈네트워크용 홈게이트웨이 [KS X 4504]
지능형 홈네트워크용 월패드 [KS X 4503]
지능형 홈네트워크용 단지서버 프로토콜 — 홈게이트웨이/월패드 프로파일 [KS X 4505-2]

■ KS표준 원안부터 만들고 수시로 검토했는데 "몰랐다"?

이들 업계가 산업표준을 제정하고 이후에도 재개정이 필요할 때마다 다시 한 번씩 검토하기 위해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참여한 횟수는 취재진이 파악한 것만 아홉 차례입니다. 참여자가 달랐지만 같은 날 열렸다면 한 차례로 계산하는 등 최대한 보수적으로 잡은 횟수입니다.

국가표준을 만드는 책임기관인 국가표준원는 산업표준심의회와 KS표준 제정에 대한 절차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혔습니다.

국가표준원 관계자 :
"KB표준을 만들기 위해서 참여자들은 당연히 이를 열심히 검토해 제정을 하고요. 실제로 기록에도 나오지만 수시로 모여서 논의합니다. 이후 5년마다 혹시 재개정이 필요할 사항이 있으면 또 한 번씩 검토하는 식으로 현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해당 KS표준을 보면 홈게이트웨이가 필요로 하는 성능과 기능상의 요건, 갖춰야 하는 규격 등이 상세히 기술돼 있습니다. 지능형 홈네트워크에 홈게이트웨이가 왜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나와 있습니다. 이러한 표준을 만드는 데 월패드 등 홈넷 제조사들은 원안부터 깊이 참여했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지키지 않은 겁니다.

"월패드 안에 홈게이트웨이를 넣어서 설치했다"고 말했다가 "설치해야 하는지 몰랐다"고 말을 바꾼 제조사들. 단순 과실이라고 주장하지만 '고의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기록에 대해 제조사들은 또 어떤 답을 내놓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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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해킹]① 월패드 해킹 언제든 또 뚫린다!…“필수 설비 수년간 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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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해킹]② 해킹 막는 ‘홈게이트웨이’…건설·제조사, 말로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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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해킹]④ “필수인 것 몰랐다”더니…10년간 회의만 최소 9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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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해킹]⑤ 감리도 준공승인도 ‘10년 넘게 통과’…어떻게 가능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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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해킹]⑥ “우리 집도 없어요”…건설사·제조사에 문의 빗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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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57243

(인포그래픽 :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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